베테랑 2 (2024) 지루한 범작. 50%는 비질란테. 스포일러 약간.
비질란테와 거의 흡사한 부분이 영화의 50% 정도다. 이미 본 것을 다시 재방송 보는 듯한 느낌이 영화의 50% 정도다. 심지어는 이 영화를 칭찬하는 사람들조차도 "거, 스포일하지 맙시다"같은 이야기는 안한다.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기존 것의 재탕이라는 것을.
황정민은 이미 나이가 들어서 액션이 잘 안 된다. 정해인이 이제 액션을 맡는다. 젊어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친다. 정해인의 존재감은 이 영화로 200% 각인시켰다. 황정민은 둔한 몸으로 으쌰 으쌰 한다.
정해인이 해치라는 비질란테역을 맡는데, 정의와 법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런 입체적 인물이 아니라, 그냥 나쁜 놈이다. 사이코패스다. 정해인이 단순한 악역으로 나오기 때문에 영화가 무지 단순해진다. 해치를 실컷 한 다음에, 자기는 빠져나가려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한다. 죽은 그들에게 해치라고 덮어씌운 다음, 자기는 빠져나가려는 것이다. 정해인은 그냥 나쁜 놈이다. 영화는, 뭐 복잡한 것처럼 그리지만, 사실은 그냥 선과 악의 대결이다.
황정민은 신경질만 내는 짜증나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등장인물이 자기 입으로 "너 전에는 안 그랬는데, 사람을 무시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하고 깐다. 나중에는 그냥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 베테랑 1편에서는 그래도,
굉장히 에너제틱한 인물이었는데, 이제 황정민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없어졌다. 등이 굽은 늙수그레한 남자 같다.
류승완감독은 원래 젊었을 적부터 성룡의 팬이었다. 그의 액션은 구르고 뛰는 경극액션이지, 타격감 있는 결투액션이 아니다. 범죄도시류의 타격감 넘치는 사실적인 액션을 기대해선 안된다. 경극은 말하자면, 아슬아슬하게 추는 춤이다. 이 영화 액션은 경극액션이다. 요즘 타격 위주 액션 스타일에 비하면 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도 든다. 성룡식 경극액션을 액션영화에서 본 지 한참된 것 같은데, 반갑기는 했다.
각본이 기존 영화들에서 조립한 각본이다. 창의성같은 것은 별로 없다. 비질란테 플러스 학원폭력영화 플러스 다크나이트다. 류승완의 장점은 처음부터 톡 톡 튀는 까불이 창의성이었는데, 이제 그의 영화에는 이것이 없다. 그래도, 밀수보다는 낫다. 영화에 최소한의 에너지와 긴장이 있으니까. 나는 이것도 없을까 봐 걱정했다.
너무 많은 캐릭터들 - 가령 형사들 - 이 낭비된다. 나오기는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주어지지 않은 병풍들이다. 사실 황정민 캐릭터도 단순하고, 영화는 정해인에게 초점을 너무 둔다. 사실상 원맨쇼다.
재미가 아주 없다. 사적 규제같은 것은 한 오십 년전부터 계속 재탕된 주제다. 찰스 브론슨이 데스 위시라는 영화에서
최초로 사적규제를 영화화했을 때에는 엄청난 사회적 충격과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50년 전이다. 이제 재탕 삼탕도 아니고 십탕 십일탕 정도 되는 주제가 새로울 것이 뭔가? 류승완감독은 새로운 뭔가를 첨가하려고, 여기에다가 학원폭력을 넣는다. 그런데, 학원폭력도 새로운 것이 없기에 첨가하나 마나다. 비질란테와 너무 비슷해서 본 것을 또 보는 심정이다. 이 모든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재미가 없다. 재미 대신에 심오함을 잡아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던데, 위의 글을 읽어보고 심오함이라는 것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황정민의 사적 규제에 대한 생각은 '그래도, 살인은 살인이야"다. 그럴 줄 알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실제사건들을 반영한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는 시선도 있는데, 그거 범죄도시에서 이미 한 거다.
황정민이 왜 정해인이 해치인지 추론하는 장면은 좀 억지다. 영화에 큰 구멍이 있다.
류승완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톡 톡 튀는 각본이었는데, 이제 그런 것 없다. 톡 톡 튀는 대사도 없고, 농담의 타율도 아주 낮다.
클라이맥스에서 다크나이트를 카피한 부분이 나온다. 노골적으로 카피한 것이다. 류승완감독이라면 뭔가 새롭고 톡톡 튀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었다. 하긴 그의 나이가 이제 얼마인가?
영화의 만듦새는 뻔지르르하다. 하지만 나는, 만듦새가 좀 허술하더라도, 영화를 본 다음 내 손에 무언가 쥐어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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