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 사적제재에 대한 해답 (스포일러 주의)
문명사회라면 사적제재를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법 체계가 부당하다고 해도 말이죠. 기둥뿌리가 썩어가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사적제재는 기둥을 통째로 무너뜨립니다.
서도철(황정민)은 베테랑 형사입니다. 부당한 세상에 불평할 순 있죠. 하지만 사적제재를 방관하거나 옹호할 순 없습니다. '살인은 살인'이니까요. 그리고 행여나 형사가 법 테두리 안을 벗어나면 사랑하는 가족과 팀원 모두를 잃으니까요.
사적제재는 편리합니다. 복잡한 과정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오판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혼자서 판단하니까요. 박선우(정해인) 방식입니다. 그런데 혼자 하긴 힘듭니다. 그래서 경찰이 됩니다. 사적제재에 공권력을 더하니 더 편리해졌습니다.
영화는 사적제재가 편리한 선택이라도 사적제재를 불편하게 바라보게 합니다. 당연합니다. 관객들도 처음엔 (사적제재를 응원하는 건지 잘생긴 정해인 배우를 응원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통쾌해하다가 뒤로 갈수록 불편하게 됩니다. 필요 이상의 폭력. 필요 이상으로 보여주는 잔인한 장면. 심지어 엔딩 장면에 이르러서는 해치의 행동은 '직소'가 떠오를 정도로 유희에 가까운 가학적 성향을 보입니다. 정해인 배우가 이죽거리며 웃는 장면도 뒤로 갈수록 더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필요 없어 보이는 민강훈(안보현), 박승환(신승환) 캐릭터는 '해치'를 확실히 빌런으로 만들고 악인 이미지를 확실히 완성하고 있습니다. 민강훈은 해치 대신 죽어야 하는 역할이고 유투버는 자신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정당화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서도철 옆엔 누가 있나요. 바로 아들 서우진입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직접 전화해서 자살 상담까지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테랑 형사이자 아버지인 서도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요.
엊그제 본 '레블 리지Rebel Ridge'라는 영화에선 부패한 경찰을 한 명도 죽이지 않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건 감독의 선택이었어요. '이번엔 한 명도 죽이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볼까?' 그리고 군인이었던 주인공이 (아무리 부패했더라도) 경찰을 죽이고 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고 어떻게 살게 될까요. 감독은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닙니다. 해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극적이지도 않고 당연하게 흘러갑니다. 액션과 코미디 균형이 삐그덕거립니다. 코미디를 아예 안 넣을 수도 없고 뺄 수도 없고. 애매합니다. 코미디도 줄고 팀원들 역할도 줄어들었습니다. 중요한 액션 장면에서 화면이 어둡고 촬영이 아쉽습니다. 컷이 너무 자주 끊기고, 빨리 움직이는 캐릭터 동선 파악이 어렵습니다. 공들인 장면들인데 아쉽기만 했어요. 액션 역시 톤이 다릅니다. 파쿠르, 이종격투기 그라운드 기술, 마지막엔 성룡 스타일까지. 전체적으로 톤이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켜야 할 건 무엇인가, 이게 아니라. 지켜야 할건 누구인가, 이렇게 질문이 바뀌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마지막 라면 나눠먹는 장면이 에필로그가 아니라 소중한 엔딩과 결말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적제재를 응원하지 않는 시대가 오면 좋겠습니다. 경찰과 시민이 각자 자기 일만 하면 되는 사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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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이 좋아요.
사적 제재를 법으로 허용할 게 아니라면 미국처럼 총기라도 주든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상대가 총 들고 있는지 알고 언제고 내 뒷통수에 총구가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영화속과 같은 일들이 안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암튼, 영화가 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못 내리겠더군요
사적 제재가 맞느냐 하면 당연히 틀린데 그럼 그 반대급부는 과연 올바른가 싶어서
사적 제재가 용인이 가능하다면 용인은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고
도중에 멈추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감독님이 흥행을 걱정하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오더군요
레블 리지란 영화도 봐야겠네요. 평 좋더라고요. 리뷰 잘 봤습니다.^^
일단은 불호보다는 호쪽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