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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객잔 (1967) 호금전의 걸작 무협영화.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66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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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역대최고홍콩영화를 독차지하던 무협영화다. 호금전감독의 영화들 중에서는 자기 스타일을 덜 발휘한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형식적으로 더 견고하고 모범적이다. 불교를 강조하는 것보다는 본격적이고 완벽한 무협영화를 만드는 쪽으로 더 강조된 느낌이다.  

 

경극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협영화로서는 특이하게 작은 실내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실내극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답답하거나 제한된 느낌은 없고 아주 효과적으로 긴장과 스릴 서스펜스를 창조하고 있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무협영화와 결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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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충신 우겸이 억울하게 처형을 당한다. 당시 정권은 환관들이 잡고 있었는데, 환관들 중 

우두머리 조소흠은 무술의 엄청난 달인이다. 우겸을 처형하고 자녀들은 귀양을 보냈는데, 얘들이 후환이 될 것 같아

죽여 버리려 한다. 수도 부근에서 죽이는 것은 남들 눈이 있고 해서, 국경 근처 아주 작은 객잔에서 죽여 버리려고 한다. 객잔 이름이 용문객잔이다.

 

말이 객잔이지 허름한 벽돌 건물 한 채가 황야에 있다. 하루 종일 오는 사람 하나 없다. 

환관들은 미리 객잔에 와서 사람들을 깔끔하게 다 죽여 버리고, 우겸의 자녀들이 오길 기다린다. 

하지만, 우겸의 자녀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수수께끼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다들 무서운 무술을 갖고 있어서,

환관들이 그냥 쫓아 버릴 수도 없다. 어르고 달래고 협박해도, 이 사람들은 객잔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떠나지 않는다. 다들 넉살도 좋아서, 더 꼴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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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실내극이라서, 완전 난이도가 높다.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고, 영화가 스피드를 잃을 수도 있다. 호금전은 이 실내극을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것은 놀랍다. 환관들하고 소소자라는 무술의 고수가 탁자에 앉아서 서로 난상토론 벌이는 그것만으로 시간을 상당부분 채우는데, 안 지루하다. 호금전 영화답게 영화가 가볍지 않고 묵직하고 품위 있고 느릿느릿하다. 하지만 동시에 경쾌하다. 이 영화의 리듬이 무엇인지 말하기 곤란해진다. 묵직하고 진중하지만 경쾌하고 코믹적인 데가 있다 - 아무튼 이렇다. 소소자가 쾌활한 인물이라서, 자기가 죽을 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을 코믹하게 만든다.  

 

환관들은 소소자를 내쫓는 것을 포기하고 그를 용문객잔에 둔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환관입장에서) 오빠와 여동생이 또 찾아온다. 환관들은 더 이상 안 돼 하는 심정으로 그들을 내쫓으려 한다. 그런데, 오빠 주기는 장비 스타일의 화끈한 검객 그리고 동생 주휘는 날카롭고 독기 있는 무술의 달인이다. 환관들은 이들도 못 쫓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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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들은 초조하다. 우겸의 아들딸들이 오기 전에 이 사람들을 다 처리하고, 아주 산뜻하게 그애들을 죽여버려야 하는데......

이 검객들은 왜 가지도 않고 객잔에 눌러붙어서 도대체 속을 알 수도 없다. 죽이려 해도 안 죽고, 도대체 넉살들은 다 좋아서 한 마디도 안 진다. 이렇게 해서, 서로 서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끼리 객잔에 모여 한 지붕 아래 지낸다. 

 

소소자는 특이하게 강철로 만든 청록빛 우산을 무기로 들고 다닌다. 아주 강렬하다. 이 청록빛 우산으로 사람 깨나 죽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충신 우겸의 아들딸들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들도 환관들의 정체를 잘 알고 있다. 서서히, 결투의 장소는 용문객잔 바깥으로 옮겨진다. 모두들 무술의 고수들인 환관들은 소소자, 주기, 주휘 등과 결투를 벌인다. 이제 뭐 빼거나 하는 것 없이 아주 대놓고, 누구 하나 죽자고 처절하게 싸운다. 소소자와 환관 수십 명의 대결은 아주 유명하다. 무술 대결이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주기와 환관 부두목의 대결도 박진감 있고 잘 안무되어 있다. 화살 수십개 진짜로 쏘아대는 장면은 꽤 위험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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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등장인물들이 좁은 공간 안에서 싸움에도 불구하고, 전혀 혼란스럽다거나 번잡스럽지 않다. 호금전은 스릴러물+실내극+화려한 무협을 결합해서 성공시키고 있다. 여기에 로맨스까지 넣는다. 주휘와 소소자의 표정 한번씩으로 애절한 로맨스를 표현하는 것에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선 애피타이저로 소소자가 환관 부두목과 대결해서 그를 죽여 버리는 통쾌한 장면이 나온다. 지금까지 누구도 손을 못 댄 고수였는데, 소소자는 그를 죽여 버린다. 소소자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하지만 숫자는 못 이긴다. 결국 환관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로, 우겸의 자녀들 소소자 그리고 주기 주휘가 객잔에 갇힌다. 그냥 있으면 다 죽는다. 소소자는 자기가 맡을 테니, 다른 사람들은 다 도망가라고 한다. 아무리 소소자가 무술의 달인이라고 해도,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소소자는 뭐 이정도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다 가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 안다. 그는 시간을 벌다가 혼자 죽을 생각이다. 주휘는 못다한 말이 있다는 듯, 애절한 표정으로 가지 않고 머뭇거린다. 소소자는 평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어서 가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막상 주휘가 가자 뒷모습에 대고 애절한 표정을 짓는다. 둘 간 로맨스를 이 표정 한번으로 전달한다. 이것 말고는 둘 간 로맨스에 대해 일절 보여주지 않는다. 아주 담백 절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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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자와 환관들 전체 간 대결은 처절하기 그지 없다. 지금까지 주인공들 떼로 덤볐어도 오히려 밀렸었는데, 이제 혼자서 그들 전체와 결투하러 나간 것이다. 다른 이들은 다 도망시키고. 소소자의 강인한 정신과 놀라운 무술솜씨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홍콩무협영화를 통틀어서 아주 인상적인 결투장면들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결투장면이자 홍콩무협영화의 상징인 결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환관의 우두머리인 조소흠이 여기까지 쫓아온다. 지금까지 무술고수 환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초인에 가깝다. 소소자, 주기, 주휘 등과 동시에 싸우면서도 오히려 그들을 갖고 논다. 신용문객잔에서는 이 대결이 만화적이고 과장된 형태로 보여진다. 그래서, 처절함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덜하다. 이 영화에서는, 이 대결이 좀 더 현실적이다. 서로 반드시 널 죽이고야 말겠다는 독기 철철 흘러넘치는 모습들로 싸운다. 그리고, 일 대 다수의 현란한 결투가 벌어진다. 만신창이가 된 주인공들은 간신히 조소흠의 목을 칼로 잘라 버린다. 주인공들도 다 중상을 입거나 죽거나 한다. 이 현란한 결투장면이 아주 길고 처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어서, 이 장면을 한번 본 사람은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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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이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겼다"하고 좋아하는 장면같은 것은 안 나온다. '이제 끝났다' 하는 안도의 표정도 없다. 그냥 갑자기 새로운 장면으로 이어진다. 소소자, 주기, 주휘 등이 석양을 향해 홀로 떠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무표정하다. 동양에서 말하는 정신의 평온한 상태다.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는 도의 경지랄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서양의 영웅들과는 다르다. 충과 의리를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이것이 끝나면 다시 평온한 경지로 돌아간다. 호금전의 깊이 있는 비젼이 이 영화의 엔딩을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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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금전영화에 늘 등장하는 야무지고 독하고 매력적인 여협객이 여기서도 나온다. 

상관영봉이라는 여배우인데, 엄청 야무지고 똘똘하다. 저 위에 독기 넘치는 눈으로 칼을 쌩쌩 휘두르는 것을 보라. 하지만,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환관들을 살살 놀리는데, 환관들이 열불이 나서 죽으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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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
리메이크인 신용문객잔도 좋은 무협영화인데, 결말이 너무 황당한 게 아쉬웠어오.^^
08:11
24.08.30.
BillEvans 작성자
golgo
너무 박력 있고 처절한 영화인데, 이것을 전달할 방법이 없네요. 직접 보는 수밖에요.
08:32
24.08.30.
profile image 3등
아 그래서 신용문객잔이었나보군요 원작이 따로 있는지는 지금까지도 몰랐었네요ㅡㅡ
10:21
24.08.30.
BillEvans 작성자
천시로
용문객잔과 신용문객잔은 좀 격의 차이가 납니다. 용문객잔을 보기 전까지는, 신용문객잔을 걸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용문객잔을 본 이후에는 흠이 좀 많이 보이더군요.
13:25
24.08.30.
profile image
족발맛집으로 유명. 물론 주변에 돼지 키우는 곳은 없...
13:15
24.08.30.
profile image
호금전 감독의 용문객잔,협녀는 무협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09:33
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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