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
  • 쓰기
  • 검색

용문객잔 (1967) 호금전의 걸작 무협영화.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34 1 1

b3VlYf.jpg

Dragon-Inn-poster.jpg

 

MV5BYjNmNGYzMTItNWFmYi00NTBjLWEwM2UtMzVlYjQ4NDYyNDMyXkEyXkFqcGdeQXVyMTAxNDM2MTcz._V1_FMjpg_UX1000_.jpg

 

 

한때 역대최고홍콩영화를 독차지하던 무협영화다. 호금전감독의 영화들 중에서는 자기 스타일을 덜 발휘한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형식적으로 더 견고하고 모범적이다. 불교를 강조하는 것보다는 본격적이고 완벽한 무협영화를 만드는 쪽으로 더 강조된 느낌이다.  

 

경극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협영화로서는 특이하게 작은 실내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실내극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답답하거나 제한된 느낌은 없고 아주 효과적으로 긴장과 스릴 서스펜스를 창조하고 있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무협영화와 결합된다.  

images (6).jpg

명나라 충신 우겸이 억울하게 처형을 당한다. 당시 정권은 환관들이 잡고 있었는데, 환관들 중 

우두머리 조소흠은 무술의 엄청난 달인이다. 우겸을 처형하고 자녀들은 귀양을 보냈는데, 얘들이 후환이 될 것 같아

죽여 버리려 한다. 수도 부근에서 죽이는 것은 남들 눈이 있고 해서, 국경 근처 아주 작은 객잔에서 죽여 버리려고 한다. 객잔 이름이 용문객잔이다.

 

말이 객잔이지 허름한 벽돌 건물 한 채가 황야에 있다. 하루 종일 오는 사람 하나 없다. 

환관들은 미리 객잔에 와서 사람들을 깔끔하게 다 죽여 버리고, 우겸의 자녀들이 오길 기다린다. 

하지만, 우겸의 자녀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수수께끼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다들 무서운 무술을 갖고 있어서,

환관들이 그냥 쫓아 버릴 수도 없다. 어르고 달래고 협박해도, 이 사람들은 객잔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떠나지 않는다. 다들 넉살도 좋아서, 더 꼴보기 싫다. 

images (6).jpg

images (7).jpg

 

영화가 실내극이라서, 완전 난이도가 높다.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고, 영화가 스피드를 잃을 수도 있다. 호금전은 이 실내극을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것은 놀랍다. 환관들하고 소소자라는 무술의 고수가 탁자에 앉아서 서로 난상토론 벌이는 그것만으로 시간을 상당부분 채우는데, 안 지루하다. 호금전 영화답게 영화가 가볍지 않고 묵직하고 품위 있고 느릿느릿하다. 하지만 동시에 경쾌하다. 소소자가 쾌활한 인물이라서, 이 살벌한 장면이 코믹하기까지 하다. 

 

환관들은 소소자를 내쫓는 것을 포기하고 그를 용문객잔에 둔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환관입장에서) 오빠와 여동생이 또 찾아온다. 환관들은 더 이상 안 돼 하는 심정으로 그들을 내쫓으려 한다. 그런데, 오빠 주기는 장비 스타일의 화끈한 검객 그리고 동생 주휘는 날카롭고 독기 있는 무술의 달인이다. 환관들은 이들도 못 쫓아낸다.

images (5).jpg

images (4).jpg

 

환관들은 초조하다. 우겸의 아들딸들이 오기 전에 이 사람들을 다 처리하고, 아주 산뜻하게 그애들을 죽여버려야 하는데......

이 검객들은 왜 가지도 않고 객잔에 눌러붙어서 도대체 속을 알 수도 없다. 죽이려 해도 안 죽고, 도대체 넉살들은 다 좋아서 한 마디도 안 진다. 이렇게 해서, 서로 서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끼리 객잔에 모여 한 지붕 아래 지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충신 우겸의 아들딸들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들도 환관들의 정체를 잘 알고 있다. 서서히, 결투의 장소는 용문객잔 바깥으로 옮겨진다. 모두들 무술의 고수들인 환관들은 소소자, 주기, 주휘 등과 결투를 벌인다. 이제 뭐 빼거나 하는 것 없이 아주 대놓고, 누구 하나 죽자고 처절하게 싸운다. 소소자와 환관 수십 명의 대결은 아주 유명하다. 무술 대결이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images (1).jpg

images (5).jpg

images (2).jpg

많은 등장인물들이 좁은 공간 안에서 싸움에도 불구하고, 전혀 혼란스럽다거나 번잡스럽지 않다. 호금전은 스릴러물+실내극+화려한 무협을 결합해서 성공시키고 있다. 여기에 로맨스까지 넣는다. 주휘와 소소자의 표정 한번씩으로 애절한 로맨스를 표현하는 것에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숫자는 못 이긴다. 결국 환관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로, 우겸의 자녀들 소소자 그리고 주기 주휘가 객잔에 갇힌다. 그냥 있으면 다 죽는다. 소소자는 자기가 맡을 테니, 다른 사람들은 다 도망가라고 한다. 아무리 소소자가 무술의 달인이라고 해도,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소소자는 뭐 이정도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다 가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 안다. 그는 시간을 벌다가 혼자 죽을 생각이다. 주휘는 못다한 말이 있다는 듯, 애절한 표정으로 가지 않고 머뭇거린다. 소소자는 평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어서 가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막상 주휘가 가자 뒷모습에 대고 애절한 표정을 짓는다. 둘 간 로맨스를 이 표정 한번으로 전달한다. 이것 말고는 둘 간 로맨스에 대해 일절 보여주지 않는다. 아주 담백 절제되어 있다. 

dragoninn17.webp.jpg

images (1).jpg

 

소소자와 환관들 전체 간 대결은 처절하기 그지 없다. 지금까지 주인공들 떼로 덤볐어도 오히려 밀렸었는데, 이제 혼자서 그들 전체와 결투하러 나간 것이다. 다른 이들은 다 도망시키고. 소소자의 강인한 정신과 놀라운 무술솜씨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홍콩무협영화를 통틀어서 아주 인상적인 결투장면들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결투장면이자 홍콩무협영화의 상징인 결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환관의 우두머리인 조소흠이 여기까지 쫓아온다. 지금까지 무술고수 환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초인에 가깝다. 소소자, 주기, 주휘 등과 동시에 싸우면서도 오히려 그들을 갖고 논다. 신용문객잔에서는 이 대결이 만화적이고 과장된 형태로 보여진다. 그래서, 처절함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덜하다. 이 영화에서는, 이 대결이 좀 더 현실적이다. 서로 반드시 널 죽이고야 말겠다는 독기 철철 흘러넘치는 모습들로 싸운다. 그리고, 일 대 다수의 현란한 결투가 벌어진다. 만신창이가 된 주인공들은 간신히 조소흠의 목을 칼로 잘라 버린다. 주인공들도 다 중상을 입거나 죽거나 한다. 이 현란한 결투장면이 아주 길고 처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images (2).jpg

images (9).jpg

dragoninn17.webp.jpg

images (2).jpg

 

다음 장면이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겼다"하고 좋아하는 장면같은 것은 안 나온다. '이제 끝났다' 하는 안도의 표정도 없다. 그냥 갑자기 새로운 장면으로 이어진다. 소소자, 주기, 주휘 등이 석양을 향해 홀로 떠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무표정하다. 동양에서 말하는 정신의 평온한 상태다.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는 도의 경지랄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서양의 영웅들과는 다르다. 충과 의리를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이것이 끝나면 다시 평온한 경지로 돌아간다. 호금전의 깊이 있는 비젼이 이 영화의 엔딩을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images (3).jpg

images (4).jpg

XNXj5E9-Imgur.webp.jpg

** 호금전영화에 늘 등장하는 야무지고 독하고 매력적인 여협객이 여기서도 나온다. 

상관영봉이라는 여배우인데, 엄청 야무지고 똘똘하다. 저 위에 독기 넘치는 눈으로 칼을 쌩쌩 휘두르는 것을 보라. 하지만,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환관들을 살살 놀리는데, 환관들이 열불이 나서 죽으려 한다. **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

  • golgo
    golgo

댓글 1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
리메이크인 신용문객잔도 좋은 무협영화인데, 결말이 너무 황당한 게 아쉬웠어오.^^
08:11
1분 전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용문객잔 (1967) 호금전의 걸작 무협영화. 스포일러 있음. 1 BillEvans 2시간 전05:44 134
HOT 베니스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안젤리나 졸리 주연 마리아... 1 샌드맨33 2시간 전05:39 129
HOT 장쯔이,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포토콜 화보 1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3:22 279
HOT 나폴레옹 디렉터스 컷 예고편 2 zdmoon 7시간 전01:07 615
HOT 故 정패패(정페이페이) 제61회 금마장에서 평생공로상 수상 ... 1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3:32 192
HOT 2024년 8월 29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8시간 전00:00 1028
HOT (약스포) 진주의 진주를 보고 1 스콜세지 스콜세지 8시간 전23:42 229
HOT <브로큰 애로우>를 보고 나서 (스포 X) - 오우삼 감독... 5 톰행크스 톰행크스 9시간 전23:08 503
HOT <소년시절의 너>를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주동... 3 톰행크스 톰행크스 9시간 전22:41 366
HOT 'AfrAId'에 대한 단상 2 네버랜드 네버랜드 11시간 전20:45 439
HOT '에이리언: 로물루스' 트리비아 모음 1 golgo golgo 10시간 전21:36 1433
HOT 전장의 크리스마스 12월 국내 개봉 4 밀크초코 밀크초코 14시간 전18:03 1059
HOT 그 여름날의 거짓말 - 간단 후기(ft.무대인사) 2 소설가 소설가 17시간 전15:09 587
HOT 일본 실사 영화 전문 배우 5 카란 카란 10시간 전21:26 1408
HOT '터미네이터 제로' 로튼토마토 초기 평들...극찬 3 golgo golgo 10시간 전21:23 2491
HOT <행복의 나라> 비하인드 스틸 모음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0시간 전21:17 352
HOT [오리지널 티켓] No.121 예고 5 무비티켓 12시간 전19:17 1060
HOT 테리파이어3 뉴포스터 2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3시간 전19:04 532
HOT 재개봉했길래 2 말리 13시간 전18:46 966
HOT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가석빵 포스터 1 e260 e260 14시간 전18:12 815
1149310
normal
라인하르트012 2분 전08:10 22
1149309
image
NeoSun NeoSun 14분 전07:58 84
1149308
normal
Sonatine Sonatine 21분 전07:51 114
1149307
image
e260 e260 40분 전07:32 95
1149306
image
e260 e260 40분 전07:32 102
1149305
image
e260 e260 40분 전07:32 128
1149304
image
e260 e260 41분 전07:31 118
1149303
image
e260 e260 42분 전07:30 79
1149302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6:52 96
1149301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6:52 120
1149300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6:51 88
114929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49 200
114929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46 188
114929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45 222
114929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42 235
1149295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36 227
114929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6:33 212
1149293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6:33 243
1149292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6:32 97
1149291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6:32 84
1149290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6:31 100
1149289
image
판자 1시간 전06:19 116
1149288
image
판자 1시간 전06:17 154
image
BillEvans 2시간 전05:44 134
1149286
image
샌드맨33 2시간 전05:39 129
1149285
image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3:32 192
1149284
image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3:22 279
1149283
image
손별이 손별이 4시간 전03:19 223
1149282
normal
기다리는자 6시간 전01:15 224
1149281
image
zdmoon 7시간 전01:07 615
1149280
normal
Pissx 7시간 전00:50 214
1149279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00:00 1028
1149278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8시간 전23:42 229
1149277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3:29 391
1149276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3:28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