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
  • 쓰기
  • 검색

도니 다코(2001) 리뷰/ 호밀밭의 ○○여행자

해리엔젤 해리엔젤
1840 5 2

 

제목부터 스포일러라 가려둡니다.

당연히 본문에도 스포있어요.

 

 

 

 

 

 

 

 

65656568.jpg

이제는 컬트영화의 고전이 된 2001년작 <도니 다코>는 지금 봐도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장르가 달라보인다는 점입니다. 조현병에 망상장애까지 가진 도니를 중심으로 보면 성장 드라마로, 그런 그를 둘러싼 가족들과 지인을 중심으로 보면 군상극으로, 도니 앞에만 어른거리는 토끼탈 귀신울 중심으로 보면 공포물로, 도니의 삶과 죽음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얽히는 플롯을 중심으로 보면 양자론적 평행우주를 다룬 SF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도니 다코>의 장점은 위에서 언급한 장르들을 켜켜히 쌓아올리는 성실한 빌드업입니다. 보통은 이 과정에서 장르의 불균질성 때문에 쌓는 데 실패해 무너지거나, 쌓는 데만 집중해서 혼성 장르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이 영화는 마지막 반전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차분하게 빌드업을 진행하면서 그 사이 차곡차곡 쌓여온 각 장르의 면면들이 독특한 빛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청춘의 장면은 그거대로 아름답고, 공포의 장면은 그거대로 을씨년스럽습니다. <도니 다코>는 장인이 한땀 한땀 빚어낸, 각 층위마다 고유한 맛과 풍취를 가지고 있되, 그 모두가 어울려 종합적으로 훌륭한 맛을 내는 레이어드 파이같은 영화입니다.

 

주인공 도니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사실 대단히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선량한 소년이죠. 그는 주변의 추악한 위선과 불의를 쉬이 보아넘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조현병이라는 핸디캡까지 안고 있기에 그의 저항은 사람들에게 한 때의 객기 정도로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예, 여기서 J.D.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을 떠올리신 분? 맞습니다. 도니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캐릭터입니다. 그 성장통의 규모가 더 미스테리한 양자론적 평행우주로 확장되었다는 점만 빼면 도니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홀든, 아니 전 세계의 십대와 강력한 동질감을 공유하는 캐릭터입니다. 이것이 아마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겠죠. 출간된지 70년이 지난 <호밀밭의 파수꾼>이 여전히 사랑받듯이 말이죠.

 

PS.

마지막으로 배우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젠 헐리우드 중견 배우가 된 제이크 질렌할의 데뷔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재밌게도 나중에 그가 주연했던 영화 <소스 코드(2011)>와 유사점이 제법 많습니다. "평행우주에 갇힌 주인공이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구한다"라는 플롯만 보면 거의 이란성 쌍둥이 수준이죠. 

 

패트릭 스웨이지가 이 작품의 반동인물로 등장합니다. 당시 그가 한참 이미지 변신을 꾀하던 시기라 평소의 로맨틱 가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추악한 비밀을 숨긴 위선자로 등장, 도니에게 폭풍 개까임을 당하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제이크 질렌할이 패트릭 스웨이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로드 하우스(1989)>의 리메이크작 주인공 역을 맡은 걸 아는 상태에서 이 장면을 보면 뭐랄까... 그 애가 커서 된 게 바로 나다.

 

오랜 침체기를 뒤로 하고 이 작품의 제작자 겸 배우로 돌아온 드류 배리모어나 <늑대와 함께 춤을(1990)>,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2003)>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명배우 매리 맥도넬도 출연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재밌는 캐스팅은 제이크 질렌할의 친누나 매기 질렌할이 작중에서도 도니의 친누나로 출연한 거겠죠. 영화 초반, 둘이 서로 쌍욕을 박으며 싸우는 장면을 보면, 쟤네 실제로 싸울 때도 저러는거 아니겠지? 싶을 정도죠.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도니의 죽음에 슬퍼하는 장면을 보면 배우가 아닌 혈육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넘어선 절절함이 있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콘스탄트
    콘스탄트

  • min님
  • 호러블맨
    호러블맨
  • Sonatine
    Sonatine
  • golgo
    golgo

댓글 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이 감독이 다시는 비슷한 성취를 못 내는 걸 보면... 우연히 나온 걸작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18:49
25.04.25.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호불호 후기 모음 4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1일 전16:44 9620
공지 (오늘 진행) [브릭레이어]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09:13 5028
공지 [니캡] [아마데우스] [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세요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5.05.09.10:38 14135
HOT [오픈샷] 킥애스(4K-UHD, 블루레이) 전시리즈. 01 2 처니리 처니리 2시간 전13:03 268
HOT 코스모 자비스,드라마 <영 스탈린> 출연 1 Tulee Tulee 3시간 전12:28 249
HOT 이창동 감독 7년 만에 메가폰…전도연·설경구·조인성 합류 9 시작 시작 7시간 전08:22 3307
HOT 제이슨 아이작,심리 호러 스릴러 <빅토리안 사이코> 출연 1 Tulee Tulee 3시간 전12:27 249
HOT 기예르모 델 토로,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 2 NeoSun NeoSun 5시간 전10:26 830
HOT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톰 크루즈, 100살까지 영화 만들... 8 카란 카란 5시간 전10:24 1222
HOT 웨스 앤더슨, 칸에서 또 한 번 기립 박수..<페니키안 스... 1 카란 카란 5시간 전10:17 727
HOT 5월3주차 북미박스오피스 - 썬더볼츠, 마인크래프트, 파이널... 1 NeoSun NeoSun 6시간 전09:24 568
HOT 미션임파서블 파이널레코닝 후기 (노스포, 용아맥) 2 넬슨잉글리쉬 넬슨잉글리쉬 5시간 전09:54 938
HOT '판타스틱 포 퍼스트 스텝스' 뉴 프로모 아트 1 NeoSun NeoSun 6시간 전09:05 636
HOT <슈퍼맨> 메인 포스터 공개 7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8:18 2309
HOT <엘리오> 메인 포스터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8:09 889
HOT 아리 애스터, 현재 차기작으로 세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를 ... 1 NeoSun NeoSun 8시간 전07:30 1172
HOT 폼 클레멘티에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London prem... 3 e260 e260 8시간 전07:25 921
HOT 차은우 11km 완주 3 e260 e260 8시간 전07:23 1408
HOT 탕웨이 항저우 2 NeoSun NeoSun 8시간 전06:47 849
HOT ‘페니키안 스킴‘ 첫 로튼 79% 3 NeoSun NeoSun 8시간 전06:47 859
HOT 소주전쟁 예매권 증정 이벤트 리스트 1 쾌남홍길동 10시간 전05:19 504
HOT 브링 허 백 수위쎄네요 청불확정 6월6일개봉 1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3시간 전01:55 2462
HOT ‘판타스틱포 퍼스트스텝스‘ 갤럭투스 뉴스틸 3 NeoSun NeoSun 15시간 전00:15 2319
117633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5 499
117633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16 542
1176335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16 369
1176334
image
처니리 처니리 2시간 전13:04 181
1176333
image
처니리 처니리 2시간 전13:03 268
1176332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6 604
117633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6 350
117633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6 475
1176329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2:51 261
1176328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2:50 274
117632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0 312
1176326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12:50 128
1176325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49 379
1176324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48 298
1176323
image
돼지가우물에빠진날 돼지가우물에빠진날 2시간 전12:39 220
117632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12:29 492
1176321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8 249
1176320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8 141
1176319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7 189
1176318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7 249
1176317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2:03 429
1176316
normal
Worid120 3시간 전11:57 382
117631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07 540
117631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47 828
1176313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0:26 830
1176312
normal
NeoSun NeoSun 5시간 전10:25 374
1176311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0:24 1222
1176310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0:17 727
1176309
normal
넬슨잉글리쉬 넬슨잉글리쉬 5시간 전09:54 938
1176308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09:42 473
1176307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9:28 616
117630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9:24 568
1176305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9:05 636
1176304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52 666
1176303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08:22 3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