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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다코(2001) 리뷰/ 호밀밭의 ○○여행자

해리엔젤 해리엔젤
575 3 2

 

제목부터 스포일러라 가려둡니다.

당연히 본문에도 스포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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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컬트영화의 고전이 된 2001년작 <도니 다코>는 지금 봐도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장르가 달라보인다는 점입니다. 조현병에 망상장애까지 가진 도니를 중심으로 보면 성장 드라마로, 그런 그를 둘러싼 가족들과 지인을 중심으로 보면 군상극으로, 도니 앞에만 어른거리는 토끼탈 귀신울 중심으로 보면 공포물로, 도니의 삶과 죽음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얽히는 플롯을 중심으로 보면 양자론적 평행우주를 다룬 SF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도니 다코>의 장점은 위에서 언급한 장르들을 켜켜히 쌓아올리는 성실한 빌드업입니다. 보통은 이 과정에서 장르의 불균질성 때문에 쌓는 데 실패해 무너지거나, 쌓는 데만 집중해서 혼성 장르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이 영화는 마지막 반전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차분하게 빌드업을 진행하면서 그 사이 차곡차곡 쌓여온 각 장르의 면면들이 독특한 빛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청춘의 장면은 그거대로 아름답고, 공포의 장면은 그거대로 을씨년스럽습니다. <도니 다코>는 장인이 한땀 한땀 빚어낸, 각 층위마다 고유한 맛과 풍취를 가지고 있되, 그 모두가 어울려 종합적으로 훌륭한 맛을 내는 레이어드 파이같은 영화입니다.

 

주인공 도니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사실 대단히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선량한 소년이죠. 그는 주변의 추악한 위선과 불의를 쉬이 보아넘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조현병이라는 핸디캡까지 안고 있기에 그의 저항은 사람들에게 한 때의 객기 정도로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예, 여기서 J.D.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을 떠올리신 분? 맞습니다. 도니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캐릭터입니다. 그 성장통의 규모가 더 미스테리한 양자론적 평행우주로 확장되었다는 점만 빼면 도니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방황하는 홀든, 아니 전 세계의 십대와 강력한 동질감을 공유하는 캐릭터입니다. 이것이 아마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겠죠. 출간된지 70년이 지난 <호밀밭의 파수꾼>이 여전히 사랑받듯이 말이죠.

 

PS.

마지막으로 배우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젠 헐리우드 중견 배우가 된 제이크 질렌할의 데뷔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재밌게도 나중에 그가 주연했던 영화 <소스 코드(2011)>와 유사점이 제법 많습니다. "평행우주에 갇힌 주인공이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구한다"라는 플롯만 보면 거의 이란성 쌍둥이 수준이죠. 

 

패트릭 스웨이지가 이 작품의 반동인물로 등장합니다. 당시 그가 한참 이미지 변신을 꾀하던 시기라 평소의 로맨틱 가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추악한 비밀을 숨긴 위선자로 등장, 도니에게 폭풍 개까임을 당하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제이크 질렌할이 패트릭 스웨이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로드 하우스(1989)>의 리메이크작 주인공 역을 맡은 걸 아는 상태에서 이 장면을 보면 뭐랄까... 거 참. 그 애가 커서 된 게 나다.

 

오랜 침체기를 뒤로 하고 이 작품의 제작자 겸 배우로 돌아온 드류 배리모어나 <늑대와의 춤(1990)>,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2003)>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명배우 매리 맥도넬도 출연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재밌는 캐스팅은 제이크 질렌할의 친누나 매기 질렌할이 작중에서도 도니의 친누나로 출연한 거겠죠. 영화 초반, 둘이 서로 쌍욕을 박으며 싸우는 장면을 보면, 쟤네 실제로 싸울 때도 저러는거 아니겠지? 싶을 정도죠.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도니의 죽음에 슬퍼하는 장면을 보면 배우가 아닌 혈육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넘어선 절절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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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이 감독이 다시는 비슷한 성취를 못 내는 걸 보면... 우연히 나온 걸작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18:49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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