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를 보고 나서 (스포 O) - 고아성 주연 작품

 한국에서 느낀 여러가지 것들. 회사 생활하면서 지친 것도 있고, 돈이 많지 않은 집안에서 생긴 일들도 그렇고, 나보다 금전적으로 더 많이 가진 남자친구 때문에 타의적이든 자의적이든 느낀 비참함도 그렇고, 이제는 한국에서의 삶을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아 선택한 뉴질랜드, 즉 타국에서의 삶.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며, 여기에서도 쉽지 않은 삶을 예고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몇 년 점프를 하여 뉴질랜드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영화에서 보여 준 한국에서의 삶에서 느낀 어려움만큼 타국에서의 삶도 어렵다는 걸 좀 적게 보여 준 게 아닌가 싶다. 길어질 영화 러니타임 때문이었을까, 이 부분이 좀 아쉽게 느껴졌다.
 
 이후로 계속 과거 한국에서의 삶과 현재 뉴질랜드의 삶을 왔다 갔다 하는데, 몇몇 장면에서 흐름이 달라지는 시점이 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음악이 몇몇 장면에서 아쉽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장면들에서 더욱 감정을 느끼게 하려고 그런 음악을 깐 것 같은데, 오히려 그 음악들이 크게 들리면서 그 분위기나 감정을 깨버리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여러 부분에서 아쉽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몇몇 좋았던 장면들 때문에 영화가 나름 볼 만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엄마랑 멸치 ? 손질을 하는 장면에서 엄마는 이 악물고 살다 보면 보상 받게 된다고 하지만 주인공은 이런 힘든 회사 생활속에서 언제까지 버텨야 보상을 받게 되는지, 무엇보다 이렇게 버티고 있는 이 삶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여기에, 엄마는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하는 쪽으로 생각하라고 하는데, 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는 것도 주인공 입장에서는 저 가족이 돈이 많으니까 그걸로 된 거 아니냐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으며 엄마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인상이 깊었다. 돈이 없어도, 자신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고, 그게 현재의 힘든 삶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하기까지, 엄마의 삶을 돌이켜 보면 쉽게 나올 순 없었을 것이다. 엄마도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희생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기에 말이다.
 
 또, 뉴질랜드에서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과 점심을 먹었던 장면이 있었다. 그 직원이 어떤 목표가 없을지라도 그게 없다고 해서 아무도 너를 누군가 쫓아 오지 않으니까 넌 도망치지 말라는 말을 하는데 확 와닿았다. 일에 치이고, 뭔가에 치이다 보면 사람이 급해지게 되어 있고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다.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말이었다.
 
 한국에서의 삶이든 뉴질랜드에서의 삶이든 어디든 쉽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본인이 선택한 삶을 힘들었던 즐거웠던 도전해 보고 경험을 하면서 보낸 시간들이 값지게 느껴진다.
 
 고아성 배우의 연기를 오랜만에 봤는데, 이 영화의 톤과 잘 맞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