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리뷰
만족스럽습니다. 기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수사물과는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매회 반복해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울창한 숲속에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습니다. 쿵.
그렇다면 그 나무가 쓰러질 때는 소리가 났을까요? 아니면 안 났을까요.
아무도 없으니 나무가 쓰러졌는지 아니면 나무가 있었는지 누가 압니까. 본 사람이 없으니 듣는 사람도 없고 나무도 없습니다. 김춘수 시 꽃처럼, 누가 꽃이라고 불러줘야 그제야 꽃인 겁니다.
그래서 구상준(윤계상)은 사랑하는 가족과 모텔 사업을 망치는 원인일까요. 본인 탓일까요. 쿵 소리를 직접 보고 들었으니 나무가 진짜 쓰러진 걸까요. 아니면 전영하(김윤식)은 본인 펜션에서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존재를 깨끗이 지웠으니 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된 건가요. 아무도 쿵 소리를 못 들었으니까, 본인만 못 들은 척하면 되니까 나무는 쓰러지지 않은 걸까요.
결론은? 못 들은 척하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도 없는 숲'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 나무가 속절없이 계속해서 쓰러져서 숲이 망가집니다.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내 일이 아니니까 모른 척하고, 귀찮아서 내다보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나무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져 숲은 없어집니다.
극 중에서 망가진 숲 주인은 바로 유성아(고민시)입니다. 부모가 모른 척해주고, 돈으로 덮어주고, 펜션 주인까지 모른 척해 주니 '아무도 없는 숲'에서 살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숲은 없습니다. 모두 그런척하고 있을 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 넓은 숲엔 누군가는 삽니다.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윤보민(이정은)이 '고스트'처럼 조용히 지켜만 봅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고 말이 없어서 보는 사람 너무 답답하게 합니다. 제목만 아니었으면 별점 테러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엔딩은 매우 만족합니다. 윤보민 덕분입니다.
영어 제목은 '개구리'입니다. 나무가 쿵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여 나무가 왜 쓰러졌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한다면 다른 나무들도 지키고 개구리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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