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일본 매체 리뷰 번역

일본 영화 사이트 eiga.com에 올라온 <서울의 봄> 리뷰입니다.

https://eiga.com/news/20240825/7/

<서울의 봄> 평론
압도적인 긴장감 넘치는 리얼한 군사 쿠데타 사건 현장으로 초대되다.

한국 현대사의 사건 중 '10.26'(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이나 '5.18'(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해서는 수차례 영화화되었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존폐를 뒤흔든 '12.12' 쿠데타,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이 작품이 최초라고 한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일부 픽션을 가미한 느와르 액션의 걸작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이, 또다시 황정민과 정우성이라는 실력파 스타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엔터테인먼트 작품이자 장엄한 역사 대작으로 승화시켰다. 다시금 한국영화 제작 파워에 경의를 표한다.

1979년 10월 26일, 독재자로 불렸던 대한민국 대통령이 측근에 의해 암살당한다.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이고 민주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황정민이 연기하는 독재자의 자리를 노리는 남자=반란군과 정우성이 연기하는 나라를 지키려는 남자=진압군의 국가 운명을 건 9시간에 걸친 공방을 그린 영화가 <서울의 봄>이다.

이병헌 주연으로 '10-26'의 이면을 영화화한 실화 서스펜스 <남산의 부장들>을 제작한 영화사가 기획했다. 이 9시간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남아있지만, 반란군의 실제 내부 모의나 진압군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김성수 감독 등 제작진은 9시간의 ‘빈틈’을 치밀하게 재구성해 압도적인 긴장감 넘치는 리얼한 사건 현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독재자의 자리를 노리는 남자 전두광 역을 맡아, 3~4시간의 특수 분장으로 머리 벗겨진 모습으로 변신한 황정민의 박력은 압권이다. 이 남자를 보면서 격한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인간적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 그의 폭주하는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반면 정우성은 무욕적이며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가득 찬 신념을 지키는 남자 이태신을 훌륭히 연기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수라>에서도 연기 호흡을 맞췄던 이 두 사람은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발휘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니까.”,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라고 하는 전두광의 신념과 주장, 그가 이끄는 육군 내 비밀 조직 ‘하나회’의 멤버들이 부하들 사이에 숨어 있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 이태신이 마지막까지 홀로 맞서는 모습에 가슴이 저릿해진다.

또한 김성수 감독이 과거 어느 작품들보다도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등장 씬은 짧지만 관객이 배역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지명도는 물론, 얼굴에 음영과 개성이 있는 배우들을 모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던 만큼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주연급 연기파 배우들을 총동원하고, 여기에 정해인, 이준혁 등 젊은 배우들도 특별 출연. 사실감 넘치는 연기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제목 ‘서울의 봄’은 대통령 암살로 계기로 국민들의 민주화 분위기가 고조된 정치적 과도기를,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에 빗대어 부른 말이다. 그날 밤 싸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그 사건을 실시간으로 경험한 세대뿐만 아니라, 사건을 모르는 젊은 세대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영화적 박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와다 타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