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외 최근 본 영화 - 초간단 후기
최근에 개인적인 일로 영화를 보고도 작게나마 메모하기 어려웠네요.
기억을 더듬어 봤던 영화를 메모처럼 써봅니다.
퍼펙트 데이즈
빔 벤더스의 영화입니다. 야쿠쇼 코지가 주연입니다. 이 둘의 조합만으로도 거대한 작품이 탄생했을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일 뿐, 상당히 많은 호불호가 예상됩니다. 많은 관람객들은 영알못 취급 받을까 봐 재미가 없어도 재미 없다고 말하지 못할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영화는 개인의 감상이 우선이니, 늘 자기의 감상에 따라 솔직하면 될 거라 봅니다.
그건 그거고.
일본 경제의 특정 시기, 거품 경제의 몰락 이후 일본은 여러 부분에서 정체되거나 낙후되어 갑니다.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일본 자체가 늙어간다는 게 맞을 겁니다. 이 시기 이후 버텨낸 자와 몰락한 자 역시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인물로 극화된 히라야마의 모습은, 카세트테이프와 헌책방 그리고 오래된 선술집 등으로 상징됩니다.
히라야마는 버텨내지 못한 자입니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지요. 녹록하지 않습니다. 청소를 하는 화장실에서조차 고개를 숙이며 비키는 삶이 오늘의 히라야먀 입니다. 그러하기에 히라야마는 자신이 자신을 기억하는 카세트테이프 속 올드 패션드 뮤직과 새것이지 않은 헌책 속 내용과 함께 오늘이 아닌 어제를 살아갑니다. 그런 그에게 오늘의 사람이 다가옵니다.
아마도, 이 영화와 동기화된 많은 분들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다다라 깊게 박힌 히라야마의 주름을 따라 흐르는 눈물에 함께 울고 말았을 겁니다. 어제의 나도 나, 오늘의 나도 나이니까요. 늙어 힘들어 화장실에서조차 비켜주어야 하는, 나... 히라야마!
엔딩 롤에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살아가며 가장 완벽한 날은 언제였을까. 그런 날이 있기는 했을까. 생각이 많았던지, 아니면 엉덩이가 무거웠는지 누군가 그럽니다. 영화 끝났습니다, 라고.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아 이 영화는,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었답니다. 영화의 어떤 것을 위한 확장인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특히 주 제목인 첫째 날이야말로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콰이어트 플레이스ㅡ 뉴욕 스토리, 정도가 타당한 제목이 아니었을지. 제목을 떠나 재미 역시 제목만큼이나 따라주지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불호!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
정말이지 지루했던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설정으로 일관했던 3편으로 끝날 줄 알았던 시리즈가 또 돌아왔더군요. 솔직히 1편은 넘사벽이었습니다. 광고를 이어붙여 만든 듯한 빠르고 감각적인 전개와 티아 레오니를 발견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3편에 이어 마이클 베이 다시 한 번 까메오 나온 거 보고 시리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구나, 싶었던. 3편보다 나았지만 그 이상한 아들 설정은 왜 그렇게 가지고 가는지. 그래도 같이 늙어가는 처지다 보니 애면글면 액션이라고 총질하는 이들을 보며 서글픈 동정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5편이 나오면 또 보겠지만 추천은 어려워요.
애플TV)패밀리 플랜
오늘 보았던 크로스와 비슷한 설정의 가족스파이 영화입니다. 아버지가 역시 스파이였던 과거를 숨긴 탓에 벌어지는 소동극입니다. 팝콘 무비,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보면 그냥저냥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답니다. 영화적 잣대 가져다 대면 만신창이 되겠지만 그런 거 없이, 크로스처럼 맥주 한 잔 놓고 팝콘 가져다 두고. 생각 없이...!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가장 일본다운 감성의 영화였어요. 두 가지 타임라인으로 엄마의 이야기와 딸의 이야기를 대비하다 마지막에 합치하려는. 막 눈물 보따리 풀어야 하는데, 저와 정말 관점이 맞지 않아서 어디서 어떻게 보고 무엇에서 감정을 끌어올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한테는 바통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미래의 범죄들
7월 중순 지나서, 상영관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겨우 봤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그에 반해 무슨 영화였는지 내가 제대로 본 건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던 영화였어요. 지금도 엑시스텐즈 느낌이 났던 것 빼고 그 범죄라는 게 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님을 분명 좋아하고 아꼈던 분인데 이 영화만큼은 참 애매모호했습니다. 미래의 범죄는 결국, 그런 건가요? 심취? 뭐, 섹슈얼에 지배 당하는... 인간과 인간의 만든 것의 모호한 붕괴가 초래한 것으로 인한?? 뭐 어쨌든 상상은 자유니까요.
슈퍼배드4
아마 첫 번째 슈퍼배드를 볼 때 나쁜 놈 중의 나쁜 놈이 어라 착한 짓을, 같은 컨셉으로 보았던 것 같아요. 벌써 4번째네요. 중간에 한국말이 잠시 나온다는 것도 웃기고 뭐 그랬던 듯해요. 영화관 안 가기로 오래된 가족 중의 한 분이 하필 이걸 보자고 해서. 가족들 나들이로 보고 왔네요. 물론 이 중에 십대나 그 이하도 없었다는... 영화관에서 우리가 제일 나이가 많았습니다. 뭐 그런데 역시나, 4편까지 오다 보니 익숙한 건 익숙한 건데 재미도 익숙해져서... 역시 1편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습니다. 그냥그냥...
넷플릭스) 안개에는 국경이 없다
정말 대단하고 묵직한 역사를 던져주고 시작해서 크게 기대를 했더랍니다.
추리 스릴러 전문가 입장에서 보자면 전형적으로 용두사미형, 잘못 만든 영화였어요. 폼은 폼대로 다잡았지만 대부분 클리셰에 그치고 만 영화였어요. 비추.
넷플릭스) 레벨 문 감독판 1, 2
감독판 말고 감독에 대해 심각하게 되새김질한 영화였어요. 내가 이 감독을 정말 제대로 본 건가 하는 마음에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판을 다시 보았더랍니다. 물론 레벨 문 역시 보았더랬죠, 그리고 결론은 이번만 일단 실패한 걸로. 그러나 안타깝지만 많은 기대는 이제 내려놓는 걸로.
시리즈 온) 콘돌
우리나라에서 1989년도에 재개봉을 한 적이 있었던가 보네요. 실제 제작과 영화 개봉은 1975년입니다. 이 영화는 원작이 있으며, 황금기 추리소설에 대한 헌사와 오마주가 곳곳에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작품 역시 탄탄한 플롯으로 미스터리를 엮어서 보는 내내 흥미를 유발합니다. 다만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추리소설의 요소에서 비켜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로맨스가 상당히 강화되어 있다는 거죠. 이건 당시 미국의 미스터리 소설 기조와 맞닿아 있는데요, <더티 해리>로 대표할 하드보일드의 시대가 종말에 다다랐음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후 시드니 셀던의 대활황이나 노라 로버츠가 스티븐 킹을 넘어서는 평균 수익을 올리는 등에서 '80년대에 이르는 기조를 상징합니다.
어쨌든 콘돌은 클래식 미스터리에 대한 헌사와 새로운 기조인 로맨스 미스터리의 시작을 적절히 첨가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적인 재미 역시 뛰어나서 원작이 추리소설인 영화 중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수작으로도 꼽힙니다. 오랜 만에 시리즈 온에서 재감상을 두 번 연달아 했네요. 즐거웠습니다. (이 영화는 알면 알수록 보이는 영화라 체감 정도가 상당히 다를 수 있어요.)
아마도 최근 보았던 영화의 10분의 1조차 안 되겠지만 기억나는 대로 메모해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날이 더워서 영화보다 책을 펼치는 일이 많아지기는 했네요. 더운 여름 잘 버티시고 또 2024년 여름을 잘 기억하는 영화들로 채우는 날 되십시오.
추천인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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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는 돌아오지 못할 포인트를 진작에 넘어선 느낌입니다.
콘돌은 신나게 봤더랍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그걸로 영화가 좋다 나쁘다 평하기는 또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관람객이 알지 못하면 평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하게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