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og and glory (1993) 로버트 드니로와 빌 머리의 로맨틱 코메디. 스포일러 있음.
로버트 드니로는 터프 가이 배드 가이를 주로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빌 머리는 코메디언으로서 소시민적이고 능글맞은 연기를 보여주어 왔다.
이 영화 매드독 앤 글로리에서 둘은 역할을 바꾼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소심한데다가 여자와는 전혀 인연 없는 숫기 없는 형사다. 모쏠이다. 빌 머리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마피아 두목이다. 둘 다 연기를 아주 잘 해 낸다.
로버트 드니로는 모쏠 형사다. 별명이 매드독이다. 진짜 미치광이라서 매드독이 아니라, 하도 숫기 없고 우물우물거리고 착하기만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오죽하면 동료형사들이 답답해서 연애코치를 해 주지만, 본인이 어찌어찌 혼자 산다. 하지만, 착하고 사려 깊어서 동료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다. 로버트 드니로는 혼자 지내면서 취미로 사진촬영을 한다, 준전문가 솜씨다. 본인은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히트의 냉철하고 카리스마적인 킬러를 생각한다면, 이 영화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 캐릭터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소심하고 한심하고 사려 깊고 (혹자는 조심스럽고 겁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쏠이다. 대배우라서, 엄청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낸다. 천의무봉으로 쉽게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고도의 연기능력이 그 안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역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로버트 드니로는 어느밤 편의점에 갔다가 멕시칸 강도를 마주친다. 미리 와 있던 손님은 강도를 두려워하기는 커녕 그를 화나게 하고 놀린다. 로버트 드니로는 그 손님을 제압하고, 강도에게 돈을 가지고 도망가라고 설득한다. 자기들은 내버려두고 말이다. 로버트 드니로에게 설득당해서 멕시칸강도는 그냥 돈만 갖고 가 버린다. 미리 와 있던 손님은 마피아 두목 빌 머리였다. 로버트 드니로를 경멸한 다음 나가 버린다. 하지만, 다음날 그는 로버트 드니로를 찾아와서 사과를 한다. 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 중 용감한 사람은 로버트 드니로였고, 자기는 객기를 부린 것에 불과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된다.
빌 머리의 차갑고 냉소적이고 코믹한 마피아 두목 개릭터도 아주 놀랍다. 이렇게 서로 다른 캐릭터를 적절히 조합해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전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떠벌이 코믹한 캐릭터여도 안되고, 그냥 카리스마적인 공포스런 존재여도 안된다. 그는 마치아 두목답게 로버트 드니로에게 사례를 한다, 그가 원하는 꿈을 자기가 실현시켜주겠다고 한다. 대신, 그를 화나게 해서는 안된다.
착한 순둥이 로버트 드니로가 빌 머리를 화나게 하지 않는 것은 쉽다. 그냥 평소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내 꿈이 뭐지? 사진을 찍으며 혼자 적적하게 사는 것 - 그 이상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빌 머리가 로버트 드니로에게 선물을 보낸다. 젊은 미녀 우마 서먼이다. "가서 함께 있으면서 잘 돌봐주라"는 명령을 받고 왔다는데, 분위기가 묘하다. 로버트 드니로가 정색을 하고 우마 서먼을 쫓아내려는데, 우마 서먼이 애걸한다. 빚 때문에 빌 머리의 조직에 와서 일하는데, 자기가 그냥 돌아가면 큰 일 난다는 것이다.
결국 둘은 동거하게 되고, 섹스를 하는 사이로 갔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어느날 빌 머리가 우마 서먼을 돌려보내라고 말하면서, 둘 사이는 혈투 비슷한 것으로 치닫는다.
줄거리가 일단 유쾌하고 재미있다. 대배우들이 줄거리를 잘 살려낸다.
모쏠이고 외롭게 살던 로버트 드니로가 일단 여자가 생기자, 삶이 달라지고 사랑을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남자가 된다. 외골수였던 그이니까 사랑도 그답게 한다. 빌 머리는 속이 시커매서 도대체 의도를 알 수 없다.
정말 로버트 드니로를 좋아해서 호의를 베푼 것인지, 아니면 형사인 로버트 드니로를 미끼로 옭아매서 자기 조직을 위한 정보원으로 쓰려고 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마 둘 다 였을지도.
우마 서먼도 명배우이지만, 두 대배우들 사이에서는 빛이 좀 바랜다. 하지만, 톡톡 튀는 상큼한 매력으로
이 코메디 영화의 신선함을 창출해낸다. 안 그랬다면, 두 중년 남배우들의 연기경연장이 되었을 수도 있었으리라.
대사도 굉장히 웃긴다. 일급각본이다.
로버트 드니로는 우마 서먼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마피아 끄나풀이는 절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우마 서먼을 보낼 수도 없다. 그래서, 빌 머리에게 주먹대결을 하자고 애걸한다.
빌 머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왜 애들처럼 그래? 정신 차려. 정말 유치하군. 여자나 데려와." 하고 반복한다.
그러다가 다혈질답게 화가 나서 "내가 날 화나게 하지 말라고 했지?"하고 소리치며 로버트 드니로를 때린다.
로버트 드니로는 난생 처음 진짜 매드독이 된다. 둘은 길거리에서 개싸움을 한다.
우마 서먼이 끼어든다. 그리고 설명한다.
빌 버리가 다 끝났다고 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이런 결투 소용없다고 한다.
지금은 끝난 듯해도, 언젠가 교통사고든 다른 사고든 재앙이 일어나서 둘 다 죽을 것이라는 것이다.
빌 머리가 끝났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마 서먼은 가야 하네, 로버트 드니로는 가지 말라고 하네 하며 옥신각신하는데, 빌 머리가 갑자기
"닥쳐!"
"너, 그 여자 데리고 가서 따먹다가 목이나 콱 막혀 버려라!" 한다.
"너희들하고는 끝이다. 내 정신과의사가 좋아하겠군,"
로버트 드니로가 "이렇게 되어서 미안. 그런데, 재앙은 어떻게 되는 거야?"
빌 머리가 "네가 바로 재앙이다."
그리고, 떠나 버린다.
이 부분의 로버트 드니로/빌 머리 연기의 앙상블은 아무리 찬탄해도 지나치지 않다.
갑자기 영화가 방향을 틀어 로맨틱하고 서정적이고 코믹한 분위기로 간다. 로버트 드니로와 우마 서먼이
"Let's go home"하면서 서로 좋아서 팔짱을 끼고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전혀 위화감이 없는 전환이다.
방금 전까지 코믹한 혈투였는데, 갑자기 로맨틱한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장면으로 전환되고 영화가 끝는다.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이 영화는 결국 로맨틱 코메디였던 것이다.
이 영화는 무지 웃긴다. 대사와 각본도 훌륭하지만, 선명한 캐릭터들로 웃긴다.
로버트 드니로의 매드독 캐릭터와 빌 머리의 마피아두목 캐릭터는 따로 따로 놓고 보면 하나도 안 웃긴다.
하지만, 둘이 인터액션을 하니까 무지 웃긴다. 결국, 대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빌 머리의 연기력으로 폭소를 자아내는 것이다.
추천인 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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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 잭 맥너튼의 경력이 참으로 특이한 게... 이 작품 전에 만든 영화는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리얼하게 다뤄서 거의 공포물이란 평을 들었던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이었습니다. 이 영화 다음엔 인간불신과 반전중독으로 유명한 영화 와일드 씽이었구요..
개인적으로 절대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와일드 씽 보고나서 학을 뗐던 기억이...) 이렇게나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감독이 만든 로맨틱 코미디라니... 한번 보고싶네요^^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 감독이었다니, 이거 참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