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40] 이야기를 삼킨 이야기 - 레졸루션
레졸루션 (2012)
이야기를 삼킨 이야기
저스틴 벤슨과 아론 무어헤드 감독의 <레졸루션>은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눈길을 끄는 저예산 독립 영화입니다. 때문에 관객의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특징을 지니게 됩니다.
이야기는 마약 중독자 친구 크리스로부터 동영상이 첨부된 이메일을 받은 마이클이 외딴 오두막을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친구를 구하고 싶은 마이클은 도착 즉시 크리스의 팔에 수갑을 채워 파이프에 묶어둡니다. 며칠 동안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고, 마이클이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필름 릴을 재생하면서 그들은 불안과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레졸루션>은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반적인 호러 영화의 스토리텔링 관습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접근은 점진적으로 조금씩 진행되며, 특히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 절정에 달합니다.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을 보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당혹감은 <레졸루션>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극중 마이클은 사진, 필름, 비디오테이프, CD 등 다양한 매체에 담긴 이미지와 영상, 오디오를 접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록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장치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기록물들의 내용은 마이클과 크리스의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의 예측할 수 없는 미래까지 담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초현실적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제발 나를 이해시켜 달라는 이야기의 금단 증세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명쾌한 해답을 주지 않은 채 막을 내립니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와 케미스트리는 영화의 핵심을 이룹니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지만, 그 속에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긴장감을 절묘하게 표현해냅니다. 특히 마이클 역의 배우는 관찰자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친구를 구해야 된다는 강박으로 인한 불안과 혼란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크리스 역의 배우는 중독자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설득력 있게 연기합니다. 놀랍게도 많은 대사들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군요.
마이클과 크리스의 관계, 그들의 대화와 상호작용은 영화의 주제 그 자체를 반영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대화의 연속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불편함과 긴장,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드는 이상한 사건들은 관객의 감정 변화와 맞물려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죠. 이는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모습을 투영한 듯합니다. 특히 영화의 결말에서 두 사람이 화면을 보며 얘기하는 모습은 감독과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독한 코미디 영화 같기도 하죠.
<레졸루션>은 저예산 독립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입니다. 신선한 스토리텔링은 주류 호러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다만 단순한 오락성과 재미, 자극을 추구하는 관객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의 능동적인 해석과 사고를 요구하며,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메타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덧붙임...
1. 영화는 단 17일 만에 촬영이 완료되었다고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그리고 총 제작비는 20,0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오늘도 추천 호러 안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