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코드_리뷰

영화 소스코드(2011)와 컨택트(2016)에 대한 스포가 있어요.
가장 적은 글자수로 유수의 SF상을 휩쓴, 현존하는 SF작가 중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테드 창의 단편소설이자 영화 컨택트(2016)의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에는 페르미의 원리, 사피어-워프 언어 가설 등 심오한 과학적 소재로 가득합니다. 얼핏 봐서는 이해가 겁나 까다로울 것 같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모성입니다. 자식을 비극적으로 떠나보낼 걸 알지만 그래도 너무나 사랑하기에, 고통을 감내하고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는, 서글프고도 위대한 모성에 대한 이야기죠.
이렇듯 훌륭한 SF작품이란, 비록 소재는 다소 하드할지언정 결과적으로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통찰로 마무리되기 마련입니다. 얼마 전 공개된 삼체도, 블레이드 러너도, 인셉션도 결국은 모두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죠.
영화 소스코드(2011)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중 큰 부상으로 뇌만 살아남은 주인공은 소스코드란 기계에 갇힌 채 양자적으로 구현된 평행우주에서 루프를 거듭하며 테러범을 추적합니다. 처음엔 백사장에서 바늘찾기처럼 막막해 보이던 범인 탐색은, 몇 번의 사망을 동반한 주인공의 필사적인 노력 끝에 마침내 범인을 특정하는데 성공합니다. 이게 영화 러닝타임 1시간만에 벌어진 전개입니다. 이 영화의 총 러닝 타임은 1시간 30분. 이제 남은 30분 동안 주인공은 무얼할까요?
범인을 특정해낸 주인공은 마지막 루프에서 잽싸게 폭탄을 해체하고 범인을 후다닥 체포해서 옆으로 치워버린 뒤, 남은 시간에 자신이 살아생전 못했던 일들을 합니다. 자신의 참전문제로 소원해졌던 부친에게 전화하여 사과를 전하고, 같은 칸에 탄 까칠한 코미디언을 구워삶아 즉석 공연을 준비, 피곤에 찌든 출근열차의 승객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승객들이 즐겁게 폭소하던 그 때, 주인공은 기차에서 만나 애정을 느낀 옆좌석의 여인과 인생의 마지막 키스를 나눕니다. 그러자 기적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주인공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긴 한 장교가 주인공의 생명유지 장치의 전원을 내리는 순간, 하나의 가능성이었던 세계는 소스코드의 능력으로 인해 새로운 평행세계로 분리됩니다. 이리하여 원래 세계에서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은 이제 또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습니다. 이것은 마치 그동안 몇 번이나 죽음을 맛보며 기계 부속마냥 험하게 굴려졌던, 불행한 인생을 살아온 주인공에 대한 소소한 위로이자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소스코드는 좋은 영화입니다. SF로도, 스릴러로도 크게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정말 훌륭한 점은 바로 후반 30분이라고 생각해요.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SF스릴러로 쭉 갈 수도 있었겠지만, 감독 덩컨 존스는 후반에 방향을 틀어 주인공이 예전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에 오롯이 집중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던지, 선한 일을 하면 언젠가 복을 받는다는, 각박한 세상사에 치여 잊고 살았던 소박하지만 중요한 삶의 진리를 떠올리며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그렇습니다. 통 속의 뇌와 양자역학을 뒤섞은 듯한 이 참신한 SF스릴러는, 훌륭한 SF작품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사실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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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TV 에서 해주면 보곤 합니다.
질렌할 참 연기 잘하는 거 같아요 : )

참신하고 좋은.. 일종의 루프물 영화였는데..
감독이 워크래프트 실사에 도전했다가 크게 깨진 뒤로 신작 소식이 잘 없어서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