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97보다가.. 취향저격 당했습니다.

아직 2화까지밖에 안봤지만... 스포 있어요.
엑스맨 영화판에서 안나 파퀸의 소심하고 우울한 로그만 기억하시는 분은 다소 의아하겠지만 원작의 로그는 원래 제법 시끄럽고 쾌활하며 괄괄한 전형적인 남부 아가씨입니다. 이번 디플에 공개된 엑스맨 97(이하 97)에서는 이런 원작의 로그를 근사하게 뽑아냈습니다. 당장 예고편만 봐도 로그가 센티넬 머리를 뽑아 다른 센티넬에게 냅다 던지면서 한다는 말이 "머리 조심!!!"이라니, 말 다했죠.
이렇듯 엑스맨 최고의 건강미인인 로그는 시리즈 전통의 인기캐 답게 연애사도 화려한데 그 중 가장 유명하고 팬들의 지지를 받는 커플링은 바로 갬빗과의 커플링입니다. 이번 97에서도 이 커플링을 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그의 마이너한 커플링중에는 무려 매그니토와 엮이는 것도 있습니다. 이안 맥컬렌 매그니토가 손녀뻘인 로그를 거의 잡아죽일 뻔한 영화판의 전개를 기억하시는 분은 아마 기절초풍하실 겁니다. 뭣보다 커플링으로 묶기엔 둘의 나이 차이가? WTF.
이 커플링은 사실 약간의 사연이 있습니다. 원작의 로그는 뮤턴트로 각성 후 가출했다가 재비어 교수의 엑스맨이 아닌 매그니토의 브라더후드에 의해 먼저 거두어집니다. 그때 만나 자신을 돌봐준 미스틱과는 거의 엄마와 딸 수준으로 가까워지죠. 나중에 결국 엑스맨으로 전향하긴 하지만, 매그니토만 보면 일단 쌍욕부터 박고 클로 뽑는 울버린과는 달리 로그는 한 때 자신을 돌봐준 브라더후드를 마냥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지구의 자기장을 다루는 매그니토는 로그의 파워 드레인 능력에 저항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초'강력한 뮤탄트이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에 혐오감이 있는 로그는 이런 자신을 포용해주는 캐릭터에게 잘 끌리는 성격이도 합니다. 무엇보다 극중 다른 엑스맨들은 모두 그를 매그니토라는 코드네임으로 부르는데 오직 로그만이 본명인 에릭으로 부릅니다. 이런 배경과 설정을 토대로 일부 팬들이 로그X매그니토 커플링을 미는 거죠. 실제로 코믹 중에는 둘이 부부가 된 평행세계를 다룬 작품도 있다네요. 끝이 좀 많이 안좋긴 하지만.
그런데 이번 97에 정말 예상치 못했던 매그니토와 로그 사이의 야릇하고 미묘한 감정의 묘사가 등장합니다. 재비어의 유언으로 엑스맨의 새로운 수장이 된 매그니토에게 로그가 찾아와 그가 먼저 노력해서 그들의 신뢰를 얻으라고 충고합니다. 그러자 평상시엔 위엄 넘치고 분노를 꾹꾹 눌러참던 그 사나운 매그니토가 유독 슬프고 아련한 눈으로 로그를 바라보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장갑을 넌지시 벗기려 합니다. 로그 역시 애틋하게 매그니토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밀어냅니다. 그가 싫어서가 아니라 다칠까봐서요.
그리고 같은 화 마지막에 이르면 찰스의 서재에서 회상에 잠긴 매그니토 곁에 로그가 다가와 스스로 장갑을 벗습니다. 둘은 마주보며 서로의 손을 꼭 쥡니다. 마주잡은 두 손에서는 정전기가 튀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흡사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얼굴, 바로 그것입니다.
옙, 이 부분이 바로 제가 꽂힌 부분입니다. 2010년대 초 우연히 로그X매그니토 팬아트를 접하고 세상에 어떤 미친 놈이 이따위 망상을!!! 이러다가, 아니 생각해보니 이건 이것대로 좋은데? 이러면서 주화입마(...)한 지 어언 10년, 제대로 된 엑스맨 후속 애니에서, 그것도 디즈니가 만든 작품에서 이 커플링의 흔적을 보게 될 줄이야... 요즘 한풀 꺽였다곤 해도 역시나 마블은 마블입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저 마이너한 커플링을 끌고와서 제 덕심을 한 큐에 저격하다니 말입니다.
마블...이 무서운 놈들...ㄷㄷㄷ
PS.
1. 이 작품의 각본가 보 드마요가 본격 해고됐다는 소식이 들리길래 설마... 작품에 이 금단의 커플링을 넣어서 그런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루머에 따르면 해고 사유는 자기 SNS에 셀프 누드 사진을 올린 것이라네요(...) 이리하여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명언을 남긴 퍼거슨옹은 오늘도 의문의 1승을 챙겨갑니다.
2. 로그와 매그니토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로.
Rogue & Magneto's Relationship, Explained | Mar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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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에서 에반게리온 영향도 받았다하고... 제작진이 애니메이션 광팬인가 봐요.^^

로튼 장난없던데요..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역시 덕중지덕은 양덕이라

더 무서운건... 저 말도 안되는 커플링이 막상 보면 좋은 연출 때문에 꽤나 그럴듯하게 보인다는거죠...^^

맨 오브 스틸에서 영향을 받은 장면들이 꽤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