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필요>를 보고 나서 (스포 O) - 홍상수 감독 작품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이에게 연주를 하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어본다. 하나 같이 긍정적인 반응으로, 행복함을 느꼈거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 이후, 정말 당신의 마음 안에서는 무엇을 느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고 물어본다. 조금 머뭇거리더니 짜증이 났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자신의 연주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더 잘하고 싶은데, 더 잘할 수 있는데, 스스로에게 실망을 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 괜찮다고 말로는 말하지만 속으론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경우들이 생각이 났다.
관심이 없는 것과 있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충 관심을 보이지만 막상 그 사람과 대면했을 때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반대로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선 그 행위에 오롯이 집중을 하면서 어땠는지 말하고 그것에 관하여 또 말하는 사람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의 내용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했다.
죽은 아버지(영화에서 정확히 나오진 않지만 죽은 것으로 추정)가 많은 기부를 통해 비석에 이름 새겨진 것에 대해 말을 한 후 눈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새겨진 비석 앞에서 윤동주 시인이 일본의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내용을 말한 후 조금 이따 절을 하는 남자의 모습, 프랑스 여자가 어설프게 피리를 부는 모습에 이끌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같이 사는 남자의 모습. 이들을 보면서 느낀 건 저 딸이 아버지의 업적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기부를 많이 한 것도 있겠지만 다른 어떤 일을 했기 때문에 그 공로를 인정해서 새긴 건 아닐지, 다른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딸은 그 부분들은 모르고 한 부분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감정을 느낀 게 아닌가 싶었다. 절을 한 남자 역시 과연 윤동주 시인이 독립 운동을 위해서 한 일들, 그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후회와 참회를 하고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독립 운동에 대한 의지를 계속 보였던 일들과 같이 전체적인 그분의 업적을 알고 있을지에 대해 궁금했다. 프랑스 여자의 어떤 한 부분의 매력에 집중되어 다른 걸 보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도 그렇고, 이렇게 어떤 한 사람의 한 부분에만 치중되어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엄마와 아들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아들이 불리해지자 열심히 하는 것과 진지하게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것, 사실에 근거하지 않다고 해도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잘 먹는 음식이 아닌 걸 알고 있음에도 잘 먹는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 등 분명히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지만 끝까지 밀고 가면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시위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때문이라는 걸 엄마와 아들 본인은 알고 있다. 그래서 아들은 다시 한번 여자에게 제대로 말을 한다고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아들.
대화 장면에서 엄아 역할은 조윤희였고 아들은 하성국이었는데 둘의 대화 장면에서 느낀 둘의 연기가 굉장히 대단했다. 끊김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면서 엄마의 감정이 폭발하는 과정은 이번 영화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배우 모두 홍상수 감독과 오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여기서 또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벌써 세 번째로 홍상수 감독과 작업을 한 김승윤이 홍상수 감독의 언어에 자신의 색깔을 잘 내는 모습이었다. 이번엔 영어로 거의 대사 처리를 해야했음에도 자연스럽게 내뱉는 대사들이 좋았다.
이자벨 위페르는 <클레어의 카메라> 이후로 약 7년 만에 홍상수 감독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 영화의 주연인 이자벨 위페르이기 때문에 다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줬다.
이혜영과 권해효의 호흡은 기가 막혔다. 막걸리를 마시면 대사를 하면서 하하호호하면서 이자벨 위페르와 얘기하다가 순식간에 긴장하게 만드는 모습, 다시 긴장을 풀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게 너무 좋았다. 여기에 권해효의 이자벨 위페르의 펜, 모자 등을 언급하면서 얘기하는 모습에서 소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이혜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 나이에 자기 관리를 꽤나 잘한 것 같은 어깨와 등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있었다. 오래 나오지는 않지만 강소이와 하진화라는 배우를 볼 수 있었다. 한 명은 이혜영의 딸로, 다른 한 명은 이자벨 위페르와 우연히 만난 사람으로 나온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각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대사들을 하는 걸 보니 홍상수 감독의 언어에 잘 묻어날 수 있는 목소리 톤을 가진 듯 보였다. 더욱이, 엔딩 크레딧에서 본 건데 하진화 배우는 통역까지 맡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 각자가 겉으로 느끼는 것과 속으로 느끼는 것들, 누군가를 판단할 때 전체적인 부분이 아닌 한 부분으로만 판단을 하는 것들을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 주려고 한 것 같았다.
다음 영화도 기대가 된다.
톰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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