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자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시골 마을에서 여러 가지 일(심부름 센터)을 하는 타쿠미는 어린 딸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장작을 패거나 식당에 시냇물을 배달해주는 일을 하는 다쿠미는 매번 딸 하나가 하원하는 시간을 까먹을 정도로 건망증이 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엔터회사에서 이 마을에 글램핑장을 만들기로 하고 마을 주민들을 모셔놓고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하지만 단지 돈에만 집중하는 그들은 마을사람들의 마음과 더불어 자연에 대해선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주민들에게 뭇매를 맞게 됩니다.
도쿄로 돌아가 윗선에 얘기해보지만 큰 계획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두 담당자인 다카하시와 마유즈미는 다쿠미를 찾아갑니다. 본업에 회의를 느낀 다카하시는 이 마을에 정착해 살아볼 마음까지 생기게 되죠. 그러던 와중 하나가 실종되고 온 마을 사람들은 하나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작들과는 또 다른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집니다. 그리고 <아사코>나 <드라이브 마이 카>처럼 어렵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도 않고요. 다만 1회차 관람 때 엔딩 장면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두 번째 보니 어떤 결론이 내려지긴 하더라고요.
영화 안에서 '악'은 과연 누구이고 혹은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상정되지 않습니다. 기획사 사장 등을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먹고 살려고 하는 그들의 마음이 일견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쿠미와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걱정합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기 때문에 반드시 영향을 준다'라는 대사가 아마도 이 작품의 주제와 맞다아 있는 것 같은데 이 대사는 후반부에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가는 도랑의 이미지로 반복됩니다. 마치 <기생충>에서 온 가족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과 흡사해 보이더라고요.
영화의 시작과 끝은 하나 혹은 다쿠미의 시점을 트래킹 샷으로 보여줍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모습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담아내면서 아름다운 스코어가 함께 하는데요. 스코어는 쇼트의 전환 이후 페이드아웃이 아니라 뚝 끊어져 버리는 데 마치 경고 없이 사냥을 당하는 사슴의 모습과 겹쳐보였습니다.
내 놓는 작품마다 논쟁적이고 비전문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로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연출 스타일은 현대 영화 문법의 새로운 형태가 될지 궁금하고 그의 차기작은 과연 또 어떤 소재를 선택해 돌아올지 정말 궁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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