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전설로 남은 늑대인간의 변신 – 런던의 늑대인간
런던의 늑대인간 (1981)
전설로 남은 늑대인간의 변신
1981년은 늑대인간 영화로 기억될만한 특별한 해입니다. <하울링> <울펜> <풀 문 하이>와 같은 늑대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가운데 <블루스 브라더스>로 유명세를 떨친 존 랜디스 감독이 연출한 <런던의 늑대인간>을 단연코 최고의 영화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늑대인간 영화 중 최고가 아니라, 호러 영화 역사에서도 큰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존 랜디스가 <런던의 늑대인간>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1970년이었고, 우연히 집시들의 장례식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됩니다. 시신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발을 먼저 묻고 마늘을 쌓여서 매장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군요. 시신이 되살아나지 못하게... 이 점이 존 랜디스를 매료시켰던 것 같습니다. 실제 영화화는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이루어졌고, <브루스 브라더스>의 흥행 후여서 그가 호러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당시로선 의외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절친인 데이비드와 잭이 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미국인인 둘은 석 달간의 여행을 계획했지만, 뜻밖의 봉변을 당하면서 좌절이 됩니다. 추위와 허기를 면하고자 들린 술집에서 마을 주민들의 적대적 반응에 겁을 먹은 둘은 도망치듯 빠져나와 밤길을 헤매다, 늑대인간에게 습격당합니다. 잭은 무참히 살해되고, 데이비드는 부상을 입어 런던 병원으로 옮겨지죠. 그때부터 죽은 잭이 데이비드 앞에 나타나 자살하라며 경고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비드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간호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요.
<런던의 늑대인간>은 호러와 코미디, 그리고 로맨스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존 랜디스는 코미디에 재능이 있었고, <블루스 브라더스>를 통해 그것을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그는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는 늑대인간을 다루면서 이야기와 캐릭터에 잘 스며드는 유머를 적재적소에 구성합니다. 이 영화에서 유머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데이비드가 늑대인간으로 변해서 런던의 밤거리를 위협하는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입니다. 그전까지 영화는 로맨스와 유머로 채워나갑니다. 그중 죽은 자와의 유머가 특히 흥미롭습니다. 데이비드는 늑대인간으로 변해 죽인 사람들과 만나는데, 그들은 의외로 얌전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신을 무참하게 살해한 데이비드와 얘기를 나누죠. 심지어 꽤 즐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죽은 잭 역시 데이비드를 찾아오지만, 위협을 가하지는 않습니다. 생전에 농담을 주고받듯이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고, 보름달이 뜨면 사람을 해치게 될 테니 빨리 자살하라고 재촉하는 좋은 친구입니다.
데이비드는 잭의 경고를 무시하지만, 보름달이 뜨면서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런던의 늑대인간>은 본격적으로 호러 영화로서 모습을 갖추며, 오랜 세월 장르 팬들에게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레전드가 됩니다. 데이비드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이 변신 과정에서 보게 되는 놀라운 특수 분장은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에 있어서도,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정도로 굉장한 결과물입니다. 영화에 본격적으로 CG가 쓰이게 되면서, 호러 영화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게 되지만, <런던의 늑대인간>의 수작업 결과물은 세월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은 멋진 결과물로 남게 됩니다.
<런던의 늑대인간>에서 늑대인간으로 변화되는 모습은 마법과도 같은 순간입니다. 손발이 길어지고, 사람의 얼굴에서 짐승으로 변화하고, 털이 자라나는 등 하나에서 열까지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변신 과정을 만든 주인공은 할리우드 특수 분장의 대가 릭 베이커입니다. 그는 <런던의 늑대인간>으로 처음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했고, 이후 <에드 우드> <맨 인 블랙> <그린치>, 그리고 또 다른 늑대인간 영화 <울프맨> 등에 참여하면서, 총 7번의 아카데미상을 받게 되죠. 그리고 <런던의 늑대인간>은 아카데미 분장상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됩니다. 또한 뼈와 속살이 다 드러나는 끔찍한 몰골의 잭의 분장 역시 감탄을 자아냅니다. 여기서 잭은 데이비드를 찾아올 때마다 외모가 변해 가는데, 이것은 앞으로 데이비드의 운명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런던의 늑대인간> 하이라이트인 패닉에 빠지는 런던의 밤거리 액션은 훌륭합니다. 실제 런던 거리에서 이루어진 촬영 덕분에 도시가 패닉에 빠지는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고, 존 랜디스는 <블루스 브라더스>에서 보여준 정신 나간 자동차 충돌 장면을 재현합니다. 비록 규모는 작아졌지만, 그 대신에 사고 순간의 잔혹한 장면들을 섞으면서 화끈한 볼거리들을 만들었죠.
<런던의 늑대인간>은 40년이 넘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훌륭한 특수 분장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잔혹한 장면들의 느낌도 여전하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뛰어난 사운드트랙과 존 랜디스 감독 특유의 기괴한 블랙 유머가 가득한 이색적인 늑대인간 영화로서 앞으로도 그 명성은 꾸준히 지속이 될 겁니다. 그리고 <런던의 늑대인간>을 보고 크게 감동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존 랜디스 감독과 릭 베이커에게 자신의 뮤직 비디오 <스릴러>의 제작을 맡겼고, 영화보다 더 큰 화제를 일으키며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게 되었죠.
다만 요즘 관객들은 빠른 속도감의 이야기와 편집에 워낙 익숙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는 <런던의 늑대인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늑대인간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챙겨서 봐야할 영화입니다.
1.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의 선곡이 기가 막힙니다. 영화를 위해서 작곡된 노래가 아님에도 수록곡들은 모두 '달'과 관련된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2. 데이비드가 동물원의 늑대 우리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건 실제 늑대들이 갇혀있는 동물원에서 촬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극중 늑대가 데이비드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있는데, 조마조마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홀딱 벗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하필 현장에 있는 조련사가 여성이었다는 후문이...
3. 극중 데이비드가 포르노 극장에서 잭을 만날 때, 스크린에 포르노 영화가 상영이 됩니다. 이 흑백 포르노는 존 랜디스 감독이 영화를 위해서 촬영한 것이고, 극중 배우는 실제 포르노 배우입니다.
4. 늑대인간 변신의 전설을 만든 릭 베이커가 극중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데이비드의 꿈에서 나치 늑대인간들의 학살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칼로 데이비드의 목을 자르는 역할이 릭 베이커입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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