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텍사스 포르노 대학살 - X (2022)
티 웨스트 감독의 <X>는 70-80년대 인기를 누린 슬래셔 장르에 대한 애정 어린 헌사와 재해석을 가미한 작품입니다. <X>는 3부작으로 진행 중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죠. 두 번째는 같은 해에 개봉한 프리퀄 <펄>이 있고, 세 번째 영화는 현재 제작 진행 중입니다. <X>와 <펄>은 독립적으로 즐겨도 충분히 재미있고 좋지만, 하나로 묶어서 보는 것이 더 나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2-1-3 이렇게 됩니다.
영화는 1979년 텍사스 시골의 황량한 농장에서 시작됩니다. 경찰들은 농장에서 여러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지하실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대체 이 농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이야기는 24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포르노 영화를 찍으려는 젊은이들이 농장으로 몰래 들어오게 되는데, 밤이 되면서 이곳에 사는 늙은 부부와 충돌을 일으키게 됩니다.
<X>는 의도적으로 70,80년대 스타일로 만든 피범벅 난도질 영화입니다. 영화의 설정부터 노골적이죠. 슬래셔 영화의 유명한 규칙 하나를 떠올려볼까요? 젊은 남녀가 섹스를 하면 살인마에게 살해를 당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무려 포르노 영화를 찍겠다며 무시무시한 농장으로 들어와 난잡한 행동을 합니다. 결과는 화끈한 난도질의 재물이 되면서 우리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유혈낭자한 살인 장면들은 날선 듯한 섬뜩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게다가 살인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묘하게 긴장감을 일으키는 장면과 연출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살육의 과정에서 선명한 주제를 조금씩 드러내게 됩니다. 젊음과 노화, 아름다움과 추함, 질투,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꿈틀거리며 피를 뿌리게 만들죠. 포르노를 찍는 젊은 세대와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 부부의 대립은 굉장히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섹스입니다. 힘겹게 이루어지는 노인들의 섹스는 슬프고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노부부는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애처롭고 슬프기도 하지만, 끔찍하게 무섭기도 합니다. 둘의 섹스 장면은 아찔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섹스와 대비가 되어서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행하는 노부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이 미친 부부는 대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을까? 그 호기심은 두 번째 영화 <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X>의 아쉬운 점은 많은 선배 영화들의 흔적이 곳곳에 녹아있다는 점입니다. 텍사스의 농장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극부터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을 쉽게 떠올릴 수 있죠. 티 웨스트 감독은 고전 호러들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재해석을 시도했지만, 영향 받은 영화들의 그림자 덕분에 새로움을 느끼기엔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채워지게 됩니다.
<X>를 통해 우리는 미아 고스라는 배우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죠. 그녀는 극중 1인 2역의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어서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그 연기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아 고스는 풋풋한 젊음을 발산하며 포르노 스타가 되겠다는 맥신과 금방이라도 픽 쓰러져 죽을 것 같은 쭈글쭈글한 사이코 노인 펄을 자유롭게 오갑니다. 사전에 정보를 모르고 본다면 절대 동일 배우임을 알 수 없는데요. 사실 알고 봐도 10시간 이상의 정교한 노인 분장을 한 미아 고스를 알아보긴 힘듭니다.
호러 팬이라면 티 웨스트의 <X>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후속작인 <펄>이 더 좋은 영화이지만, 3부작의 시간 순서상 중간에 위치하는 <X>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죠. 이 영화는 호러팬들이 기대하는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유혈 장면들의 파워풀한 영상으로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영화가 끝나면 머릿속에 '미아 고스'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각인되고 <펄>로 넘어가면서 푹 빠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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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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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전기톱과 정말 유사한 내용이군요.
10시간이라니 ㄷㄷㄷ.. 이런 시리즈였군요. 리스트에만 담아놓고 안보고 있었는데.. 덕분에 함 봐야겠습니다.
근데 왜 유독 텍사스나 이쪽 동네는 살인마들의 고향이 된 걸까요. 저 동네에서는 영화들에 소송을 안거는지..
진짜 영화로 인해 텍사스하면... 레더페이스, 전기톱, 살육 이런게 먼저 떠오르네요 ㅎㅎ
많이 야하고 잔인할까요? ㅎㅎ
먹성좋은 악어가 주인공이죠..ㅎㅎㅎ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걸 지금 막 알게 됐어요. 익무 넘 좋아.
펄은 넷플에 있던데, X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펄 먼저 볼지.. 이 영화 먼저 찾아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