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리뷰] 크리에이터 (★★★) "감각적인 디자인, 저하된 속도"
일단 올해 돌카데미상 시각효과 부문은 크리에이터 확정인 거 같습니다. 디자인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일단 CG의 질만 따져도 굉장히 훌륭하지만, 작중 배경이 아시아권인 점을 살려 삿갓을 형상화한 로봇 경찰처럼 동양적인 분위기가 기계에 잘 녹아 있다는 게 고평가의 주된 이유죠. 미국 측 기계들도 현재의 것과 유사해 보이지만 확연히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노마드처럼 등장만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기계들도 보입니다.
주제는 단순히 인간과 AI의 전쟁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에 대해 묻습니다. 종교를 믿는 AI 로봇들과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한 인간의 모습은 영화에 독창성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소재입니다. 영화 내에서도 종교적 요소가 접목되어 있는데, 알피가 능력을 사용할 때의 자세가 합장인 게 대표적이죠. 고전적인 종교 건물에 미래적인 기술들이 접목되어 있던 것도 눈길을 끕니다. 인간의 잔혹함과 전쟁의 참혹함을 일관적으로 보여 준 초중반부를 감안하면, 결국 크리에이터는 순수한 생명과 종교 속에서 죽음과 구원을 배우고 그 다음 생명을 전쟁이 없는 평화의 세계로 이끌어 주려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장점이 참 많은 영화인데 이상하게 별점을 좀 낮게 줬죠? 그 이유는 구조상의 문제 하나가 영화의 독창성을 다 깎아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터는 영화 내내 도주 - 전쟁 - 회상의 구조로 진행됩니다. 이 구조가 지나치게 반복되다 보니 기술력이 드러나야 할 전투 장면의 인상이 빠르게 증발하게 되고, 회상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어설퍼 AI나 인간 측의 이야기에 공감할 여지를 잃게 만듭니다. 동시에 AI라는 소재로 다룰 수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들을 보여 주지 못하고 이야기를 단순한 도주극과 전쟁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죠. 듄 파트 1과 방향성은 다르지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인데, 크리에이터는 장점으로 구조상의 문제를 덮을 여력이 있었지만 하필 장점과 단점이 정면에서 상충하는 구조라 결국 장점이 졌습니다.
영화 자체가 나쁜 건 아니고 여러 진보된 지점도 많이 존재하지만, 아마 이 영화가 보여 준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혀 버릴 것만 같네요. 얼마나 많은 관객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를 장담하기 힘든 지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예고편에서 보여 준 뛰어난 연출력을 보면서 본편도 상당히 기대했는데, 오히려 연출적인 측면에서 많이 아쉽고 예고편의 그 느낌을 전달받지 못해서 평가에 비해 실망감이 좀 컸던 것 같네요. 화면비나 음향 등의 영화 외적 문제도 이에 상당히 공헌했지만, 어쨌든 영화는 본질적으로 이야기 싸움인 만큼 여기에 조금만 더 공을 들였다면 정말 AI 블록버스터의 신세계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알피 보다 보면 좀 귀엽습니다.
++ 화면비가 2.76:1입니다. 화면비 때문에 거슬린 적은 없었는데 크리에이터는 뒷자리에서 보면 빈 공간이 눈에 거슬릴 정도로 보여요. 가급적이면 앞자리로 가시는 걸 추천하고, IMAX 등의 대형관까지 갈 필요는 많지 않습니다.
영화에도른자
추천인 9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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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반까진 애가 말을 거의 안 해서 느낌을 못 받았는데 후반부부터 순수하면서도 전능한 힘을 잘 표현해서 그런지 급 귀여워집니다. ㅇㄴ 저거 머리만 좀 어케 하지 여자애 머리를 다 깎아 놓냐..
니르마타를 보면 달라이라마가 떠오르죠. 영화 속 종교도 티벳 불교가 연상되구요. 알피가 3대 니르마타가 되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어린 종교적 구원자 이미지를 주기 위해 까까머리를 한 걸로 보여집니다.
저는 그래도 SF물이 지루하고 복잡해서 싫어하는 분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졌다고 느껴지긴 했어요. 후반부는
초반에 비해 아쉽긴 하나 특히 마지막 장면은 바닐라스카이에서
페넬로페 크루즈랑 톰 크루즈랑 만나는 장면 생각났어요 ㅋㅋ
저도 리뷰 함 만들어봐야겠어요 잘 읽었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