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오펜하이머] 놀란감독의 연출법이 이번에도 적용된 오펜하이머
[이 글은 놀란감독의 여러 영화에 대한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놀란감독의 영화는 인셉션부터 오펜하이머까지 각각의 이야기나 각각의 서사를 직간접적으로 부분적으로 보여 주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서 그 둘을 잘 엮어내어 서로의 서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며 서로가 비어있었던 부분을 채우며 극의 쾌감을 이끌어내는 연출을 사용합니다. 그러한 연출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영화는 제 생각에는 인셉션이고 이후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그리고 오펜하이머까지 그러한 연출기법이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인셉션은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 인터스텔라는 머피의 시간과 쿠퍼의 시간이, 덩케르크는 철수하는 병사들과 구조하려는 구조대의 서사, 테넷은 장면장면마다 순행하는 시간대와 역행하는 시간대, 오펜하이머는 융합하려는 자 오펜하이머와 분열시키려는 자 스트루스의 이야기로 말이죠. 이 둘은 서로 연관이 있는듯 혹은 없는 듯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는 항상 하나의 교차점을 지나게 됩니다.
이러한 기법이 주는 이로운 점은 극의 몰입도를 초반 인트로부터 강하게 이끌어낸다는 점이죠, 인셉션의 인트로, 인터스텔라의 인트로는 초반부터 영화의 결말에 나오는 부분이 나와 영화의 이야기에 의문을 자아내게 하며, 테넷의 인트로는 강렬한 액션 안에 시간역행이라는 소재를 살짝 섞어 잘 섞어 액션과 의문감을 동시에 잡아내었죠. 처음에는 이렇게 의문부호를 먼저 던져놓고 관객들의 몰입도를 사로 잡습니다. 이후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설켜 인셉션은 결말에 이르러 왜 주인공이 늙은 영감을 대면하게되는 장면이 나왔는지 보여주고 인터스텔라도 결국 초반에 나왔던 유령이 아빠였음을 알게 되며, 테넷도 공연장 안에서 본인을 살린 게 누구인지 깨달으며 동시에 그가 이제 곧 죽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덩케르크는 비록 초반 인트로와 결말이 큰 상관은 없지만 군인 / 구조대 / 공중이라는 3개의 시간대가 하나로 차츰차츰 좁혀오면서 마지막에 한 점을 교차하게 되며 하나 이야기가 완전하게 마무리 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래서 관객들 입장에서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각자의 입장에서만 보여주는 빈 이야기나 서사의 공간 때문에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얘기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계속해서 따라잡으려 하고 결말이 부분에 이르러 빈 공간이 짧은 시간 내에 엮이는 모습을 보며 탄성이 나오면서 (물론 테넷은 결말을 봐도 아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길 중단했지만.) 영화 한편을 잘 봤단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오펜하이머도 초반에 원폭의 개발자로서의 오펜하이머가 왜 고초를 겪게 되는지 의문부호를 살짝 던져놓고 시작을 합니다. 영화 자체는 굳이 다큐멘터리 형식이기 때문에 해석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놀란 감독이 인트로부터 1. 융합과 2. 분열로 나눈 것은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두개의 서사를 천천히 묶어나가겠다고 예고를 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오펜하이머는 융합을 위해 노력한 모습(물론 그 와중에는 불륜같은 비도덕적인 소재와 이념과 사상적인 이슈가 존재하지만요 - 이념과 사상은 개인적인 부분이니 가치를 논하지는 않겠습니다.)과 원폭 개발 이후 원폭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 군비경쟁과 냉전에 대한 우려를 담은 활동을 보여주었으며, 분열로 대표되는 스트루스의 서사는 오펜하이머의 원폭 개발 이후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오펜하이머가 당시 공산주의가 배격받던 시대상에 비추어서 그리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척 하면서 사실은 스트루스가 교묘하게 엮은 개인적인 복수심으로 앙갚음 하고자 하는 함정이었음을 마지막 극의 종장에서 통렬하게 밝혀내며 서사의 빈 공간을 채우고선 영화를 매듭짓게 되죠.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의 대화는 아예 대놓고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공개를 하면서 빈 칸을 채웠죠. 그렇기에 놀란 감독은 본인이 여지껏 잘 이용하는 방식을 이번에도 사용했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오펜하이머는 딱히 흠잡을 것이 없는 영화입니다. 오펜하이머 개인의 일대기를 관찰하는 흥미가 있는 다큐멘터리를 한편 보는듯한 영화였습니다. 고대하던 원폭투하 장면은 나오지 않아서 아쉽긴 했지만 CG처리 하지 않기로 유명한 놀란감독 영화에서 실제 원폭 투하신을 만든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군요. 전 오히려 개발 이후 겪었던 정치적인 이념이나 시대상이 잘 녹아 들어 정치적인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후반부도 상당히 볼만했었습니다. 자칫 원폭 투하 이후를 다룬 영화 후반부는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쉴새없이 몰아치는 음해와 그 음해가 풀리는 과정을 보는 덕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액션이나 SF를 다루며 복잡한 과정을 그려 그 끝에 카타르시를 안겨주는 방식도 아니었고 아이맥스의 이점을 극도로 살려낸 영화라고도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이번 오펜하이머는 개인적으로 놀란 감독이 한박자 쉬어가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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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분석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