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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알면 더 흥미로운 과학자들 이야기

golgo golgo
8307 5 10

더 스트레인저라는 온라인 매체 글을 옮겨봤습니다.

글쓴이가 상당히 유명한 문화 비평가더라고요.

 

<오펜하이머>는 좀 안 좋게 본 모양인데, 영화만 봐선 모를 흥미로운 썰을 들려줍니다.

글 내용이 전문적이라서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고칠게요.

 

https://www.thestranger.com/film/2023/07/21/79086154/a-brief-guide-to-the-interesting-physicists-in-nolans-boring-oppenheimer

 

놀란의 지루한 <오펜하이머>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물리학자들에 대한 간략한 가이드
봉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찰스 무데데

 

screenshot-2023-07-20-at-2.30.24-pm.png.jpg


먼저 <오펜하이머>는 ‘오피’라고 불렸어야 했다. 그리고 영화 제목의 단축처럼 영화 자체도 극적으로 단축시켜야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더 이상 정상적인 길이의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모양이다. 그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이 너무 중요해서 반드시 나와야 했나 보다. 나는 두 시간 만에 <오펜하이머>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마지막 한 시간은 나를 시간에 묶어뒀는데, 그런 상황이 늘 그렇듯, 시간이 아주 아주 느리게 흘렀다. 내 휴대폰의 가상 시계가 똑딱거릴 때마다 내 영혼은 거의 무한한 예산을 지원받은 감독의 상상력으로도 달성하지 못하는 위대함을 향한 영화의 마지막 추진에 흥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오펜하이머>에 잠깐 등장하는 물리학자(그리고 수학자)에 대한 흥미로운 세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놀란에게 있어서 그들은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조롱하듯 ‘지역색’이라고 묘사한 시대적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이탈리아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고 표현하는 것, 프랑스 사람들이 카페에서 술을 마시고 프렌치 키스를 하는 것, 아프리카인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 등 주로 지리적 형태로 알려져 있다). 

 

Einstein-e-Oppenheimer-.png.jpg


하지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쿠르트 괴델과 함께 걸었던 산책에는 (실제로 <오펜하이머>보다 더 흥미로운) 전체 이야기가 있다. 영화 초반에 30초 정도 나오는 이 장면을 봤다면,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알길 바란다. 그 산책은 무엇이었을까? 괴델은 누구인가?


이해해야 할 것은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에서 오펜하이머를 만났을 때, 그는 그저 괴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뉴턴의 중력을 근본적으로 깨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1915년 이후, 과학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어떠한 연구도 하지 못했다. 1940년대까지 그는 양자역학의 이미 검증된 연구 결과와 싸우느라 10년 이상을 허비했다. 


그는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가 파괴했다고 생각했던 기계적 우주, 즉 시간은 통일된 공간 블록이 아니라 사방에 존재한다는 뉴턴적 원인과 결과의 우주에 완전히 갇혀 있었음이 드러났다. 1920년대 중반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이후에 자세히 설명)가 개발하고 주류가 된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노쇠한 상상력에는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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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은퇴 장소로 가게 된 프린스턴에서의 산책은, 24살의 나이에 모든 논리적 체계가 결코 완전할 수 없음을 수학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식론에 혁명을 일으킨 체코 출신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의 젊고 명석한 수학적 정신을 실제로 파괴해 버렸다.


괴델 역시 심각한 신경 질환을 앓았던 괴짜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코펜하겐 해석(양자 영역은 고전적 개념으로 역학적이라기보다는 확률적)에 집착하면서 괴델의 예민한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괴델과 아인슈타인의 프린스턴 산책 중 오펜하이머가 끼어드는 짧은 장면에서 그 사실을 기억하자.


신경질적인 또 다른 천재 오펜하이머가 주도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이야기에서 아인슈타인이 완전히 불필요한 인물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1939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편지를 썼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확신한 이유는 핵분열에 대한 독일의 획기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코펜하겐 해석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하이젠베르크가 나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임무? 바로 원자폭탄 개발이었다.

 

01 (1).jpg


마티아스 슈바이크회퍼가 연기한 하이젠베르크는 <오펜하이머>에서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할리우드 감독이라면 그 정도 긴장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하이젠베르크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 당시 하이젠베르크는 아마도 폴 디랙 다음 가는 천재로 여겨진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최대 지적인 적수였던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케네스 브래너가 연기했다(물론 다른 여러 스칸디나비아 출신 배우 중 한 사람이 연기했더라면, 케네스 브래너의 용서가 안 될 정도로 서툰 덴마크 억양 영어 연기보다 좋았을 텐데.)


오펜하이머와 하이젠버르크의 경쟁은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하이젠베르크가 히틀러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맨해튼 프로젝트보다 뒤쳐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히틀러는 루스벨트가 오펜하이머에게 해준 만큼의 지원을 하이젠베르크에게 해주지 않았다. 대신 히틀러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그것은 로켓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이 개발하여 전쟁 마지막 해에 런던 시민들을 죽이고 공포에 떨게 한 V-2 로켓이었다. (폰 브라운은 나중에 미국의 영웅이 되었고, 그가 만든 로켓 중 하나가 54년 전 7월에 인간을 달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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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하이젠베르크가 나치가 점령한 덴마크에서 보어를 만난다는 내용의 매혹적인 연극이 있다. 마이클 프레인의 작품 <코펜하겐>이다. <오펜하이머>보다 더 극적인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학자이자 문화 이론가인 카렌 바라드도 그의 저서 <Meeting the Universe Halfway: Quantum Physics and the Entanglement of Matter and Meaning>에서 이 작품에 대한 심층 분석(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을 제공한다.


이제 영화 속 봉고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여러분이 놓쳤을 수도 있지만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봉고를 연주하는 사람은 물론 리처드 파인만이다(멕 라이언과 데니스 퀘이드의 아들 잭 퀘이드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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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리학자는 기본적으로 독일에서 미국으로, 과학의 완전한 전환을 촉진(혹은 상징)한 인물이다. 이 전환이 없었다면 오늘날 독일어는 물리학의 언어가 되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와 존 휠러(영화에는 안 나옴) 등 파인만 이전의 미국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유럽의 전통에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인만은 그렇지 않았고 과학에 대한 그의 직설적이고 비철학적(심지어 교양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인 접근 방식은 새로운 미국의 정신을 대변했다. 그리고 로스앨러모스의 과학자들이 밤새도록 들었던 그의 봉고 연주도 마찬가지였다. 놀란에게 코미디적 센스가 있었다면,  당대 가장 뛰어난 석학들이 어둠 속 침대에서 파인만의 봉고 연주 때문에 고통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golgo golgo
90 Lv. 4145381/4500000P


익스트림무비 스탭
영화, 영상물 번역 / 블루레이, DVD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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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2등
알면 알 수록 놀라운 영화네요 돌비로 낼 새벽에 보러가는데 또 봐야겠는걸요?
20:35
23.08.15.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갓두조
휙휙 지나가는 장면들의 디테일이 이밖에도 더 많을 것 같아요.^^
20:36
23.08.15.
profile image 3등
아인슈타인도 그렇지만 괴델 역은 기똥차게 외모를 재현했더군요.
그의 죽음에 아인슈타인이 책임있다는 본문의 뉘앙스가 살짝 갸웃하게 되지만 말이죠
(고등연구원 다녀온 이후 편집증이 더 심해졌다고는 해도 그의 죽음은 훨씬 이후 아니었습니까)
괴델이 어떻게 죽었는지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그 기괴함이 떠오르네요.
20:45
23.08.15.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클랜시
너무 똑똑하면 범인은 알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나 봅니다..
20:55
23.08.15.
음, 이 영화에는, 아메리카 애국주의를 상기시키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이 물리학의 종주국 위치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긴 위인이다 하는 식으로 적힌 위 글도 그렇고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가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불을 "인류"에게 주었다 하고 말하는 대신 "미국"에게 주었다 하고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요.
08:20
23.08.17.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BillEvans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겠네요
08:23
23.08.17.
golgo
분명히 그런 요소가 이 영화에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캣치프레이즈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인데, 왜 "인류의 프로메테우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핵폭탄을 "인류"에게 준 것과 "미국"에게 준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오펜하이머가 반핵운동을 한 것도 사실 미국의 세계권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핵폭탄을 만들어 헤게모니를 쥐고, 핵개발을 하려는 국가들을 억제한다면서 또 다른 권력을 쥐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반핵운동이 널리 선전되는 것도, 이것이 미국의 헤게모니 장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나는 죽음이 되었다"같은 바가바드 기타의 말도 굉장히 애매하고 추상적입니다.
11:12
23.08.17.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BillEvans
모순적이면서 한편으로 일리가 있네요.^^
11:13
23.08.17.
BillEvans
삭제된 댓글입니다.
11:26
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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