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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후기, 배우들의 연기 (스포)

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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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익무 첫 리뷰를 적어봅니다. (스포 리뷰입니다)

저는 조조 일반관에서 관람하고 아트카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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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대표하는 단어들은

파동, 빗방울, 대기의 점화

등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가 첫 번째로 소름돋은 것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제가 감명깊게 본 어떤 인터뷰에서 킬리언 머피 배우가 놀란 감독과 얘기를 나누다가 연기자로서 오펜하이머라는 캐릭터의 중심을 잡게 된 계기를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 속 오펜하이머는 빗방울 사이를 춤추는 인물 ("He’s dancing between the raindrops") 이라는 놀란 감독의 표현을 들었을 때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 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라고 하더군요. 저는 영화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들어서 더 몰입해서 봤던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3시간 동안 휘몰아치는 연쇄반응을 겪고 와서 기억이 벌써 흐릿합니다만 오프닝에 빗방울들이 웅덩이에 떨어지면서 파동을 이루는 장면을 쳐다보는 오펜하이머의 눈빛, 그 장면이 오프닝이었는 지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그 눈빛에 압도되어 시작부터 굉장히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정신이 쇠약해지던 시기의 오펜하이머가 창밖에 빗방울을 쳐다보는 씬 또한 인상적이었고요. 게다가 원폭실험 준비 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람에 빗물에 홀딱 젖은 오펜하이머의 얼굴을 봤을 때에는 결국 그 빗방울을 피하지 못한 그의 숙명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 고증인 지는 모르겠지만 원폭 실험 준비 전 폭풍우가 내렸다는 설정은 영화적으로 정말 대단했다고 보여집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 또한 굉장했습니다. 특히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 정말 대단합니다. 심문받을 때, 그리고 마지막에 악수를 거부할 때 짓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청문회 도중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미세한 표정 변화나, 브레이크 타임 때 오펜하이머에게 폭발하는 일그러진 분노 연기는 압권입니다. 그러곤 사진 찍으러 나갈 때 카메라 앞에선 순간 얼굴을 바꿔 씨익 웃는 그 표정. 대단합니다 정말.

 

또한 요즘 드는 생각이 한 번의 임팩트로 기억되는 배우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참 좋은데 그런 점에서 맷 데이먼의 연기도 참 좋았습니다. 자세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펜하이머의 순진함을 다그칠 때 "~나이이이브" 이 때 딕션과 연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느 작품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이분은 그저 충실한 군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또다시 등장하신 케네스 브레너 또한 반가웠네요. 방황하는 오펜하이머의 지표자같은 역할. 덩케르크에서와 같이 역시나 멋진 명대사를 남기고 가십니다. 

 

두 번째로 소름돋는 건 대기의 점화가 비단 물리적 현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0에 가까운 확률이었지만 원자폭탄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그를 둘러싼 온갖 '공기'들이 점화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딱 잘라 브릿지를 넣어준 건 아니지만 0에 수렴하는 대기의 점화 가능성을 걱정하던 오펜하이머가 다른 과학자와 나누던 초반 대사를 주객전도시켜 그로브스와 오펜하이머가 나누는 대화에 재현시킨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 중간에 오펜하이머에게 한 과학자가 "당신은 대단한 세일즈맨이다, 자기 스스로마저 설득시킬 만큼." 이런 표현을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그 말대로 변화해 버린 오펜하이머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 것 같았고 인상적이었네요.

 

마지막으로 명장면을 뽑는다면 저는 마지막에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이 나누던 대화에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이 때 갑자기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그들이었다는 점. 그리고 평생 오펜하이머가 짊어질 책임의 무게에 대해 전하는 아인슈타인의 굵직한 한 마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2차를 통해 정확한 대사를 확인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펜하이머의 서로 다른 두 가지 표정으로 영화를 시작하고 끝맺는 수미상관적 구조 또한 저에게는 참 맘에 들었습니다 (만약 오프닝이 다른 장면이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3막의 청문회는 12명의 성난 사람들이 생각날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3막부터 전개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 느꼈는데 현재와 다시 가까워지면서 이전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연출은 덩케르크와 구조가 조금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러이러한 이유들로 영화가 좋았어서 구구절절 적어 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연기와 연출이 정말 좋았네요. 

영화 아마데우스도 보고 공부도 좀 하고 2차를 뛰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공부하겠습니다.ㅋㅋ 

 

 

*2차 찍은 후 수정합니다. 이 부분은 맷 데이먼이 아닌 로렌스 역의 조쉬 하트넷 배우의 대사였습니다. (2023.08.1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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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볼때는 인상깊었는데 보고 나와서 까먹은 부분들을 전부 세세히 기록해 주셨네요! 특히 Scientist salesman 그부분에선 주변인들이 인식하는 오펜하이머의 뒤바뀐 정체성과 본인이 생각하는 과학자의 정체성 사이의 괴리감을 확 짚는 대사라 인상깊었었죠. 로스앨리모스에 처음 왔을때 군복을 입은 오펜하이머와 겹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하러 나가며 웃는 로다주의 표정은 바로 직전의 대화와 맞물려 스스로에 대한 실소+기자회견을 위한 표정변화 인듯 보여 더 좋았습니다.
15:25
23.08.15.
profile image 3등
와.. 영화 장면들이 다시 재생되는 듯한 글이네요. 미묘한 부분들을 어찌 이렇게 생생하게 글로 써내셨는지..
15:56
23.08.15.
스포가 있군요. 영화 보고 나서 다시 읽겠습니다. ㅋ
16:18
23.08.15.
profile image
오프닝 그 장면 맞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웅덩이를 젤 처음 보여주고 그걸 바라보는 오펜하이머..
21:01
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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