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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축 鬼畜 (1978) 마츠모토 세이조 원작의 범죄영화.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404 2 4

 

 

 

 

 

 

굉장히 보기 괴로운 영화였다. 

영화는 연기나 각본이나 연출이나 아주 탄탄하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글자 그대로 짐승만도 못한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어른들의 연약함, 사악함은 곧바로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학대 당하고 버림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어른들이 자기 이익과 성욕 때문에 어린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이 자기들 일상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살해하려 들고 유기하려 한다는 내용이니까.

뉴스 사회면에서 볼 이야기들을 굳이 영화로까지 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무려 오가와 마유미가 영화 처음에 등장한다. 화려한 외모에 카리스마가 있는 그녀가 주연을 맡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조연 축에도 끼기 힘들 정도의 단역이다. 영화 시작 무렵 몇 분 나오고 퇴장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범 역을 맡았던 오가타 켄이 이 영화에서는 심지 약하고 작은 욕망에도 훌러덩 넘어가 버리는 우유부단한 인쇄소 주인 타케나카 역을 맡았다.

 

 

 

타케나카는 자기가 하던 사업이 잘 되어 돈 좀 만지게 되자 여관집 하녀 키쿠요를 건드린다.

타케나카는 "열여자인들 내가 못 거느리랴! 우하하!"하는 타입의 남자가 아니다.

인쇄소 직원 눈치도 보고, 아내 눈치도 보고 늘 간이 콩알만하게 사는 남자다.

출장을 다른 도시로 와서 아내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되자, 자기 욕망에 훌러덩 넘어가 키쿠요를 임신시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게 만든다.

키쿠요와 자식들을 부양하느라고 인쇄소 공금에 몰래 손을 대고 했지만, 이것이 어려워지자 키쿠요와 자식들이 굶어 죽으라고 내팽개친다. (물론 속으로는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걱정이 태산 같아서 말이다.)

키쿠요는 모성애같은 것은 전혀 없는 이기적인 여자다.

돈 많아 보이는 타케나카를 뜯어 먹으려는 생각으로 물주를 잡은 것이다. 

 

 

 

어느날 키쿠요는 참다 못해 타케나카의 집에 쳐들어 간다.

얼굴에 쳘판 깔고 타케나카와 그의 아내 오우메에게 돈을 내놓으라 한다.

여장부 타입 오우에는 절대 그 돈을 줄 생각이 없다. 키쿠요는 아이들을 타케나카 집에 버려두고 나가 버린다. 

오우에는 아이들을 증오해서 치워 버리려고 한다. 그래도 죽일 생각까지는 못했던 것인데, 어느날 

아이 하나가 흘러내린 벽지에 깔러서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마지막 양심의 줄이 끊어져 버리는 것을 느낀다. 

'그래, 눈 딱 감고 이렇게 하는 거야. 그러면 다 편해져.'       

 

 

 

"이럴 거면 왜 낳았느냐"는 항의마저 할 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벼랑에서 밀어 떨어져내리거나, 멀리 데려가서 길 한복판에 버려 지거나, 질식 당해 죽거나, 독약을 먹거나 하는 일들이다. 

어른들은 이런 천인공노할 일을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변명을 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타케나카와 그의 아내 오우에 그리고 아이들 어머니 키쿠요 중 누구 한 사람만 책임감을 가졌어도

이런 악업은 생기지 않았다. 

 

타케나카와 그의 아내 오우에가 공모해서 아이들을 벼랑에서 밀어뜨려 죽이려 하고, 먼 곳에 버려두고 오고 하는 것들을 계속하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죽거나 사라질 때까지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배우들이 다 명연기를 해서, 이 영화를 보다가 보면 복장이 터지고 화가 난다. 고구마 백개는 한꺼번에 목에 밀어놓은 느낌이다. 그만큼 좋은 영화라는 뜻이겠지만 말이다. 

 

범죄영화이지만 찌질한 부부가 어린 아이들을 괴롭히는 내용이니 막 잔인하거나 사건이 복잡하거나 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사물이나 추리영화로서의 성격도 아주 약하다. 잘 만든 영화이지만, 쟝르적 재미도 영화적 재미도 부족한 편이다. "이번주 사건은 강도가 좀 약한데" 소리를 듣는 그것이 알고 싶다 에피소르를 한편 본 느낌이다. 

 

 

 

자기를 죽이려고 벼랑에서 떠민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들이 너 어디 사냐고 물어도 입을 꾹 닫고 침묵으로 버틴 어린 아들이 차라리 감동을 준다. 나이만 먹은 아버지 어머니보다 더 나은 사람이다. 

경찰이 협박하고 호통치고 해도, 이 어린 아들은 입을 꾹 다문다. 어른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아무리 연기를 잘 했어도, 이 영화에서 압도적인 명연을 보인 배우들은 아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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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건
  •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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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제목도 세고. 포스터도 강렬하네요.
요즘 영화에는 없는 리얼리티가 있을 것 같아요
16:33
23.08.12.
BillEvans 작성자
golgo
너무 리얼해서 영화를 보다가 스트레스를 엄청 받습니다.
18:48
23.08.12.
2등

고전 일본 영화들을 몇편봤는데 그때 배우들이 지금의 한국 영화 배우들처럼 연기를 잘하더군요.

17:08
23.08.12.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배우들의 연기가 선이 굵고 엄청 강렬하죠. 나카다이 타츠야가 제 최애배우입니다.
18:49
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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