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오펜하이머 (2023) 스포일러 약간 있음.

BillEvans
2172 2 6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의 DNA는, 지금은 사라진 헐리우드 대하사극 -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십계, 벤허 등이다. 

영화의 길이와 예산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등장인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 하고, 등장인물이 활동하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입체적이고 포괄적으로 파악하려 하는 그 태도까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빠른 스피드와 날렵한 스타일 그리고 재치 있는 구성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지루한 영화가 될 것이다. 

예산은 천억원대에 불과하지만, 그 대신에 다른 것들을 물쓰듯 낭비한다. 영화 속 시간과 공간들 말이다. 대하사극은 이래야 한다.  

 

오펜하이머의 성공에는 미국인들의 자존감과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인들에게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불을 가져다 준 위인이니까 말이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다.

사차산업혁명시대에 잠시 주춤하고 있는, 국제적 주도권을 놓아 버리고 있는 현재 미국에게 자존감을 주는 

영화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떨까? 오펜하이머는 아인슈타인처럼,

전세계인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류사의 프로메테우스는 아니다. 

 

영화가 너무 정적이고 늘어지는 감이 있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스피드가 느린 것 같지 않다.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는 답답함이 있다.

"나는 죽음이 되었다" 이 메세지를 영화 속에서 얼마나 반복하는가?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이런 말을 내뱉어 버리는 대신, 관객들로 하여금 이것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여야 하지 않았을까? (이 말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괴로워하는 오펜하이머를 조롱하면서 대통령이 하는 말이다. "누가 직접 원자폭탄을 만들었는지 사람들이 관심이나 기울일 지 아느냐, 사람들은 내가 원자폭탄을 만들었다고 나를 기억해 줄 것이다" 원자폭탄의 위협과 인류사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권력의 종속물로 정치역학적으로 파악하는 의견이다.)

"다 알고 있거든? 인간 오펜하이머의 육성을 들려 줘"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펜하이머가 영화의 훌륭한 주연감인지도 의문이다.

뼛속까지 학자이고, 사실 인생에서 드라마틱한 것이 별로 없다.

차라리 로버트 다우니 쥬니어가 연기한 루이스 스트라우스가 더 훌륭한 주연감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평범남 살리에리에 해당하는 인물이니까, 열등감과 분노 그리고 평범하다는 것의 슬픔을 반영하는 인물이다.

조국을 위해 원자폭탄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을 애써 모아놓았는데, 

석학들은 인류를 멸망시킬 지도 모르는 원자폭탄을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려 획책하는 루이스 스트라우스를

경멸한다. 말도 안 섞으려 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에 아주 근접해 있을 듯하다.  

 

이런 집중력을 가지고 이런 대가적인 연출로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인류사적 사건을 "탐구"해 낸 영화가 또 있을까?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라는 영화가 한 때 이런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사람 귀에 쏙 들어오는 음모론과 자극적이고 화려한 선동기술로 관객들의 얼을 쏙 빼 놓는 뮤직비디오같은 영화가 JFK이다. 이에 반해,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쌓아나가가서 결국 수천 페이지짜리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대하소설같은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진짜 대가라는 단어에 걸맞는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사건에 걸맞는 집중력 강하고 탐구적인 영화가 오펜하이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즉 세 시간을 견디어내고 나면, 대단한 영화사적 사건을 겪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사실이다. 볼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볼 필요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대단한 영화사적 사건인 영화들은 많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jjinnynim
  • golgo
    golgo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절대 쉬운 영화는 아니어서....

개봉하고 나면, 호불호 꽤 갈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23:39
23.08.11.
BillEvans 작성자
golgo
존경은 되지만 정작 추천하기에는 망설이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3:47
23.08.11.
2등
등장인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는 게 디플의 무빙과 비슷하려나요ㅋ
무빙도 애들 이야기에서 속도가 느려지거든요.
00:47
23.08.12.
선선

오우 무빙은 친절한편이죠 각 에피별로 인물서사를 다 잡아주잖아요 오펜은 그의 서사도 다소 생략되어있습니다

06:55
23.08.12.
BillEvans 작성자
선선
무빙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어떤 서사나 주제 그리고 구성을 위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종속시키거나 깎아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07:17
23.08.12.
BillEvans
아, 종속시키거나 깎아내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펜하이머 전기 이야기임에도 축약된 정보가 많아 (몇몇 주요 인물은 거의 소개가 전무함) 사전지식 없이 관람하기에는 어려운 ( 저는 이를 불친절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부분이 진입장벽이 될 것 같다는 우려의 표시였습니다. 대신 그 긴 이야기를 다 하려면 무빙처럼 시리즈로 내야했겠지요.
08:42
23.08.12.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 작품 소개 2 golgo golgo 1시간 전13:24 896
HOT [썬더볼츠*] 오프닝 무삭제 영상 시작 시작 2시간 전12:51 565
HOT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고공비행 액션 비하인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2:45 452
HOT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2, 에피2 스틸 6 golgo golgo 2시간 전12:26 671
HOT 2025년 부활절 박스오피스 예측 성적(일요일 업데이트) 2 Tulee Tulee 13시간 전02:07 1278
HOT 노스포) 지난주에 봤던 영화들 간단 리뷰 모음입니다. 13 갓두조 갓두조 4시간 전10:21 648
HOT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제작확정 4 NeoSun NeoSun 6시간 전09:06 1832
HOT ‘분노의 질주 파트2‘ 캐릭터 캐스팅 근황 2 NeoSun NeoSun 6시간 전08:56 1672
HOT <극장판 귀멸의 칼날> 렌고쿠 역 성우 히노 사토시 내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8:09 952
HOT [씨너스] 크레딧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감사 3 시작 시작 7시간 전08:08 952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5월 14일 개봉 확정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8:02 861
HOT <야당> 개봉주 박스오피스 전체 1위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48 834
HOT 유아인 출연 <하이파이브> 포스터 공개 9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41 3308
HOT ‘마인크래프트 무비’ 현재 전세계 최소 10억 달러 이상 수익... 1 NeoSun NeoSun 7시간 전07:25 928
HOT 북미 휩쓰는 K-애니 일주일 만에 '500억' 수익 1 시작 시작 13시간 전01:39 1585
HOT 2025년 4월 20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5시간 전00:01 1396
HOT 야당 후기 (스포) 및 남아있는 찝찝함을 개인적으로 상상력... 3 hansol 15시간 전23:54 828
HOT 에이리언2 영화팜플렛 8 입술 입술 18시간 전20:53 2123
HOT [야당] CGV 골든 에그 점수 97% 8 시작 시작 19시간 전19:19 1897
HOT 야당 부산 무대인사 2 e260 e260 20시간 전19:10 1081
1173387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2분 전15:12 15
1173386
image
NeoSun NeoSun 13분 전15:01 53
1173385
image
NeoSun NeoSun 20분 전14:54 69
1173384
normal
석호필@ 석호필@ 33분 전14:41 95
1173383
image
NeoSun NeoSun 36분 전14:38 181
1173382
image
처니리 처니리 1시간 전13:40 415
1173381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3:24 896
1173380
normal
golgo golgo 2시간 전13:12 326
1173379
normal
시작 시작 2시간 전12:51 565
1173378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2:45 452
1173377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2:26 671
1173376
image
판자 4시간 전11:13 284
1173375
image
판자 4시간 전11:11 411
1173374
image
판자 4시간 전11:10 279
1173373
image
갓두조 갓두조 4시간 전10:21 648
1173372
image
Pissx 5시간 전09:19 830
1173371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9:06 1832
1173370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56 1672
1173369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50 465
1173368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8:42 671
117336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8:09 952
1173366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8:08 645
1173365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08:08 952
117336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8:02 861
117336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55 480
117336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48 834
117336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07:41 3308
1173360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6 579
1173359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6 470
1173358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4 689
1173357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3 411
1173356
image
e260 e260 7시간 전07:32 591
1173355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7:25 928
1173354
image
Tulee Tulee 13시간 전02:07 1278
1173353
normal
시작 시작 13시간 전01:39 1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