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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사무라이 (1964) 거장 고샤 히데오의 장편 데뷔작. 웅장 처절한 사무라이 활극.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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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고샤 히데오의 장편 데뷔작이다. 

고샤 히데오는 말하자면,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하워드 혹스이다. 거장적인 유니크함이나 개성이나 철학같은 것을 내세우지 않는다. 

쿠로자와 아키라의 휴머니즘이나 보아야시 마사키의 사회주의와 정치권 권위에 대한 반골의식같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정말 잘 만든다. 그냥 잘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만든 영화들이 걸작이 될 정도로 잘 만든다. 

사무라이 영화의 처절함, 남성성, 웅장함, 비통함, 예리하고 잔인하고 현란한 검술을 고샤 히데오만큼 잘 표현해 낸 감독이 또 있을까?

그의 대표작 고요킨은 사무라이 영화 팬이라면 안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연예인들을 실제 보면 광채가 난다는 말도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광채가 난다. 

 

이제 막 절정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한 미래의 거장 젊은 고샤 히데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IMDB 평점 7.7이다. 

내용은 7인의 사무라이를 재활용한 느낌이 난다. 그리고 스타일 면에서 요짐보를 많이 따 왔다. 

시바라는 사무라이가 혼자 길을 걷다가 방앗간 앞에서 멈춘다. 그가 혼자 걷는 장면은 요짐보 시작부분과 비슷하다. 시바는 

더 길을 가지 않고 방앗간으로 들어간다. 방앗간 앞에 굉장히 비싼 비녀가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뭔가 이 안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군."

방앗간 안에서는 세 명의 농민들이 영주의 딸을 납치해서 묶어놓고 벌벌 떨고 있었다. 흉년인데 세금 감면을 해주지 않아 농민들은 다 굶어죽고 있다. 그래서 이판사판으로 영주의 딸을 납치해서 인질로 삼고 세금 감면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영주가 가만히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 그는 군사를 끌고 와서 방앗간을 에워싼다. 칼이라고는 부엌칼조차 잡아본 적 없을 듯한 

농민들은 벌벌 떨기만 한다. 시바는 농민들을 위해 군사들과 현란한 검술을 벌여 쫓아내고 잠시 시간을 번다. 

두명의 사무라이들이 더 가담해서, 이들 세명의 사무라이들은 영주가 보내는 군사들, 사무라이들과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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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부는 방앗간이 주무대다. 좁은 방앗간 안에서 몇명 사람들이 갈등을 빚는 것이 다인데, 영화는 흥미진진하고 서스펜스가 넘친다. 

거장의 솜씨다. 지루하다는 느낌을 절대 주지 않는다. 시바의 개성이 워낙 넘치고, 농민들도 다 하나 하나 개성이 다 다르다. 

대사 몇마디만으로 이미 관객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다 이해시킨다. 그리고 시바나 농민들 뚜렷한 개성에 대해서도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각인시킨다.

 

검술장면은 현란하다. 시바가 일대 다수로 영주의 군사들과 방앗간 내에서 싸우는 장면, 시바가 방앗간에서 나와 영주의 군사들을 혼자 

물리쳐 쫓는 장면 등은 사무라이 영화 내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명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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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쿠라라는 사무라이가 시바에게 합류한다. 사쿠라는 마치 스파게티 웨스턴에 나오는 느긋한 방랑자 총잡이 같다. 테렌스 힐이 연기한 튜니티 같은 인물이다. 시바와는 개성이 완전히 다르다. 인간적이고 유쾌하고 농민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한다. 

칼 대신 장창을 휘두르는 그는, 혼자서 영주의 군사들을 다 박살내는 괴력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예리하고 지적이고 차가운 (하지만 속으르는 정의감 넘치는) 시바에 비해서, 인간적이고 농민들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다. 

 

세번째 사무라이 키쿄는 쾌락주의자에다가 돈을 밝힌다. 영주 쪽에 가 붙는다. 하지만 사무라이로서의 정의감이 없는 타락한 인물은 아니어서, 최후의 순간에는 시바와 사쿠라에게 가담해서 다수의 군사들과 처절한 혈투를 벌인다.

 

각 사무라이들의 개성을 굉장히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바람에,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애매하거나 흐릿한 인물들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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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농민들을 결집시켜 영주와 대항한다는 내용은 7인의 사무라이를 많이 연상시킨다. 고샤 히데오의 영화들은 장철의 홍콩 검술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고샤 히데오는 장철처럼 화려하게 번쩍번쩍하고 강렬한 스타일이 있지만 동시에 이를 잘 통제하는 치밀한 지적 능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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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대인이었던 사무라이들도 권력에 대항하는 반골들은 아니었던 지라, 더 윗급 영주에게 사정을 설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이것이 좌절되자, 이들 사무라이들은 영주 및 군사들을 멸절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반란이자 농민운동 정도까지 사건이 확대되는데, 농민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비겁하게 뒤에 숨는다. 결국 세 명의 사무라이들이 영주에게 온몸으로 저항하게 된다. 비장, 처절, 죽음, 잔인같은 것이 흘러넘치는 최후의 결투장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사회주의 감독이었던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과는 다르게 이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모순같은 것은 건드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사무라이 개인들의 정의감이라는 개인적 차원으로 그려진다. 그의 한계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사회적 모순에 대항하는 반체제적 인물에는 피로감을 느낀다. 하지만 의리와 비장같은 개인적 가치에는 쉽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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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6-70년대 사무라이 영화들이 포스가 있어요
10:59
23.04.02.
BillEvans 작성자
golgo
1960년대 사무라이영화로 생각보다 졸작인 작품은 여지껏 없었습니다.
21:31
23.04.02.
2등

생소한 영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작품들 정식으로 극장에서 보고 싶습니다.

12:44
23.04.02.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참 황홀할 것 같은데요. 언제나 그럴 수 있을지......
21:32
23.04.02.
profile image 3등
고샤 히데오가 구로사와 아키라를 경애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스타일도 많이 닮았나봅니다
항상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15:05
23.04.02.
BillEvans 작성자
카란
젊은 고샤 히데오에게서는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 스타일에서 받은 영향들이 느껴지더군요.
21:34
2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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