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틸] 상징적 사건의 편린, 불편한 찜찜함

[틸]은 1955년 벌어진 '에밋 틸 린치 살인'이란 실제 사건과 이후 이어진 여파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들의 시신 앞에서 파트너와 촬영한 실제 메이미 틸의 사진, 영화에서 그대로 재현이 되죠)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 친척이 사는 남부 미시시피에 놀러갔다가
여전히 인종차별과 폭력이 일상이던 남부의 분위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백인들에게 납치되고 이후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영화 전반부는 이 사건까지를 다루고 있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후 살해된 소년 에밋 틸의 어머니
메이미 틸이 아들의 죽음을 알리고 인종차별에 맞서는
운동가로 전향하기까지의 과정이 펼쳐지는 후반입니다.
에밋 틸 사건에 관해선 관련 주제를 접할 때 간간히 듣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배경에서 어떤 양상으로 벌어졌는지는 이번 영화로 알게 되었네요
여전히 같은 인간이 아닌 말하는 가축으로 흑인을 여기던 그 시절 남부 레드넥들의 야만성
그리고 거기에 법과 제도로 항거하는 일조차 목숨을 걸어야 했던 운동가들의 현실 등을
매우 구체적인 장면들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실화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고 상징적이며 힘을 갖고있는 터라
그것만으로 밀고 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지나치게 연극적인 장면들이 몇몇 있는데
감정의 전달은 물론 관객들을 배려한 연출로 여겨졌습니다.
아들의 시신을 대중에 공개한 개관장례식 장면은
영화임에도 가슴이 먹먹해서 보기 힘들긴 하더군요
그 시대 무렵의 흑인인권운동에서 벌어진 일련의 주요사건들을 개별로 다룬 작품이 많다보니
나중에 이 영화들만 잘 모아서 배치해도 하나의 역사책 역할을 하겠구나 싶습니다.
더불어 흑인대통령까지 나온 이후에도 BLM 운동이 계속되는 현실을 보면
세상엔 참 바꾸기 어려운 게 있구나 생각하게도 만들고요.
+
영화에서 에밋 틸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반지가 자주 비춰집니다.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고 얼굴에 총을 맞아 사망후 강에 버려져 몇일 후에나 발견된 시신을
처음으로 시원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이 손에 끼고 있던 그 반지 때문일 텐데요
다만 이 부분과 관련하여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씁쓸한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에선 이걸 교묘하게 숨기고 있어서 나중에 좀 찜찜한 기분이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에밋 틸'의 친부인 '루이스 틸'의 죽음 항목을 검색해보시길.
++
배우 부분에 있어서
헤이리 베넷이 매우 얄밉고 짜증나는 역할로 나와서 제 몴을 제대로 해줍니다
재판장면 말미에 증언을 하는 모습은 정말 뒷골을 땡기게 만들더군요.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우피 골드버그를 본 것 같은데요.
노화를 떠나 너무 외모가 변해서 영화를 다 보고도 못 알아봤습니다.
친부 관련 정보 봤는데.. 그런 부분도 가감없이 다뤄야 영화가 더 오래 남지 않을까 그런 생각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