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몰개성적인 범작
<앤트맨> 영화 1, 2편을 통해 결성된 ‘앤트맨 패밀리’... 앤트맨과 와스프 커플, 장인, 장모, 그리고 이제 다 커서 아버지 뒤를 잇겠다고 나선 딸까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사고로 양자 영역에 떨어집니다. 그곳은 전자 현미경으로도 안 보일 초 미시세계일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지상을 능가하는 문명이 존재하고 민중을 탄압하는 독재자(정복자 캉)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하필 앤트맨의 장모가 그 독재자와 악연으로 얽힌 탓에 결국 사생결단을 치르게 되죠.
거의 2시간 내내 값비싼 CG로 도배된 영화를 보면서, 왜 이렇게 심심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즐겁게 본 <앤트맨> 1편을 떠올려보니 답이 나오더군요. 유들유들 눙치기를 잘하던 앤트맨/스콧 랭은 아직은 철부지 같은 딸 걱정에 농담할 여유를 잃었고, 씬 스틸러 ‘루이스’ 등 감초 조역들은 아예 등장조차 안 합니다. 그 빈 자리를 책임지게 된 캐시는 좌충우돌 귀여운 마스코트 정도에 그치고요. 영화의 주 배경인 양자 영역이라는 공간은 딱히 미시세계라는 특징이 느껴지지 않는 외계 공간이고, 그곳의 생명체들도 <스타워즈>에서 본 듯한 별스러운 외계 종족들의 잡탕입니다.
남는 건 대규모 물량 공세인데 이미 비슷한 영화들을 너무 많이 봐왔고, 뻔히 예상대로 패싸움이 진행되는 식이라서 하이라이트에서조차 큰 감흥이 없습니다. 신체 크기를 순식간에 바꾸면서 펼치는 앤트맨의 아크로바틱 액션은 잠입, 혹은 소규모 적들을 상대로는 효과적이지만, 강적과 군대를 상대로 한 싸움에선 한계가 보이더군요. 앤트맨이란 캐릭터와 그의 장기는 이야기의 스케일을 키웠을 때 오히려 매력이 반감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쿠키 영상까지 포함해 전체적인 분위기 면에서 앤트맨의 새로운 활약보다는, 향후 마블 영화들이 전개할 ‘멀티버스 전쟁’의 메인 빌런 ‘정복자 캉’을 띄워주기 위한 역할의 영화입니다. 캉은 목소리 근사하고, 싸움 실력도 탁월하지만, 그렇게나 압도적이던 타노스의 뒤를 이을 악당인지는 좀 의심스럽더군요. 수많은 멀티버스에 조금씩 다른 변종들로 존재하는 천재 악당이란 설정인데요. 용의주도함 없이, 앤트맨 패밀리의 무계획성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털리는 모습을 보니 지능이 오락가락하는 건가 싶기도. 또한 ‘모독’이라는 빌런도 나오는데 우스꽝스런 외모로 웃기는 개그 캐릭터 정도였습니다.
이번 앤트맨 영화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장점들이 사라지거나 축소, 그리고 소문만큼은 아니었던 빌런 탓에 즐거움보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가볍게 즐길만한 오락 영화로는 볼만하겠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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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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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봤습니다. 아무래도 마블에 대한 기대는 이제...접어야하지 않을지..
가까운 집앞돌비로
이제서야 평을 정독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군요..
말씀대로라면 그 어느면에서도 장점이나 신선함, 발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이전에 반농담으로 들었던 마블 전체 판리세팅 운운이 정말 이젠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디즈니 물리매체 철수여서, 더이상 디즈니 마블 블루레이를 사야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네요.
이로써 앤트맨3는 디플로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극장갈 시간과 돈의 가치는 없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