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보션-간단 후기

제작비 9천만 달러에, 월드와이드 수입 2천1백만 달러 정도라고 뜨네요. 제작비 출처는 명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박스오피스 모조 참고하면 수익은 $21,488,737이라 집계했습니다.
그야말로 폭망한 영화입니다.
뭐 그런 점에서 보자면, 많은 이들이 은연 중에 영화의 실패 요인을 확인사살하는 데에 감상 포인트가 맞추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특히 글렌 파월로 인해 불거진 <탑건: 매버릭>에 대한 착시가 이 영화도 그러한 공중전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합니다. 무엇보다 전쟁과 비행이라는 말에서 분명하고도 확실한 공중전에 대한 암시 역시 나타납니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이러한 기대감을 품지 말고 영화를 보시길 권합니다.
이 영화는 굳이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아비정전과 같은 착시 효과도 보입니다. 왜 예고편을 액션 위주로 편집한 건지. <디보션>은 제시 브라운이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일대기일뿐 절대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일대기라는 말에서 이미 예상하시겠지만 최초의 흑인 파일럿으로 그가 직면한 차별과 전쟁에 임하는 위험, 그의 생과 사를 다루는 드라마입니다. 관람 포인트를 바꾸어 영화를 보면, 실컷 길게 적었지만 딱 한 문장으로 쉽게 적으면, 기대를 한껏 내려놓고 보면,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제시 브라운.
저도 디보션 영화를 보기 전에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사망한 곳이 한국전쟁이었다는 점에서 심심한 감사를 드리게 되네요.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모든 분들께 위대하고 숭고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쨌든.
곧바로 결론으로 돌입하면. 이 영화는 세 가지 정도로 다룰 내용이 생겨납니다. 최초의 흑인 파일럿이라는 상징성과, 그에 관해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제시 브라운의 모습, 그리고 전쟁에 면한 상황에서 그가 보여주는 영웅적인 활약이겠습니다.
조너선 메이저스가 분한 제시 브라운은, 처음으로 전투기를 몬 흑인 파일럿답게 상당한 또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인종차별에 맞서야 합니다. 그 인종차별을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심연의 물처럼 참아내지만 오롯이 홀로 버텨내야 하는 인내를 표현했던 연기는, 멋있었습니다. 거울을 보며 독백하는 조너선 메이저스의 연기는 분명히 인상적이었고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제시 브라운, 그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정확히 묘사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영내 생활을 하는 딸과 부인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또 그 사랑이 자신에게 최고의 축복임을 묘사하는 부분은 차별을 이겨낸 진정한 사랑에 대한 영화적 헌사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여기서 착시를 준 글렌 파월과 제시 브라운의 우정은 액션보다는 감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싶은 톰(글렌 파월) 중위와 그런 그에게도 웬만해서는 마음을 열지 않는 제시는, 비행으로 알게 되었기에 결국 비행으로 가까워지고 생사를 같이 합니다.
뭐 이렇게 좋게 적었습니다만. 영화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차별, 인생, 일로 대변할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어느 하나 정확한 깊이감을 묘사하지 못했고,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다루려 하는 탓에 집중할 포인트를 확실히 놓칩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제시 브라운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듯한 글렌 파월로 인해 이 영화가 제시의 영화인지 아니라면 톰의 영화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특히 단 한 번이라도 멋지게 묘사되었으면 했던 공중전은 그야말로 비행기가 지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하게 나와버리는 터라, 언감생심 뭐지, 하고 불만을 터뜨리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탓에 제시의 안타까운 죽음도 영화에서는 "어, 왜?" 하게 되는 상황에 맞딱뜨립니다. 처음으로 제가 리뷰하며 쓰는 문장입니다만, 연출의 실패라고 해야겠습니다.
일례로, 함장이 대사로 치는 "어려운 전투가 될 거야!"라면, 이게 왜 어려운 전투인지를 영상으로 보여줘야 하죠. 대사로 끝낼 게 아니라. 이런 안일함을 관객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은, 세 가지 정도 언급했던 주제에 대해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게 어땠을까. 그러나 모두를 다루려 한 탓에 어느 하나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겉도는 영화가 만들어져 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자 영화의 플롯일 제시, 즉 이 모든 영화의 소재이자 주제이고 기능이자 완성일 제시 브라운 위주로 다루어졌어야 할 영화가 상당한 초점이 톰 허드너, 즉 글렌 파월에 맞추어집니다. 그런 탓에 영화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이게 가장 큰 패착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리 글렌 파월의 인기가 떡상했다고 해도 제시 브라운의 일대기라면 그에 걸맞게 제시 브라운이 탄생해서 살아가고 사랑하며 배우고 죽기까지의 내용을 집요하게 보여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가장 아쉬웠습니다.
결국 영화를 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9천만 달러면 거의 블록버스터 급인데, 제작비 다 어디 간 거지? 많은 이들이 여러 분석을 내놓으시겠지만 영화가 출발할 때 프로덕션 단계에서 초점을 못 잡은 게 아닐까. 마찬가지 편집에서도 특정인을 부각하는 바람에 실패한 결과물로 나타나버린 게 아닌가. 가장 아쉬웠던 건, 글렌 파월의 웃는 모습을 상당수 덜어내고 이를 제시의 감정과 상황적 설명으로 대체했더라면!!!
한줄평하자면,
Devotion이라는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영화라고 칭하면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
추천인 5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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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춥습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기대했었는데 내려놔야겠어요ㅠ



분명 영화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영화의 고저가 느껴지지 않는 이색적인 영화였어요.

아쉬웠습니다. 훨씬 더 잘 나올 수 있는 영화였지 않나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