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스포 有)
1. 정상 찍은 후에도 끝없이 고조되는 텐션
아는 감독과 아는 배우가 없어 큰 기대없이 보았다. 'CG는 어디까지일까?', '쫄깃쫄깃한 설정이네', '4DX로 보면 훨씬 재미있겠다' 정도랄까? '추구하는 바가 킬링타임용 영화구나' 라고 생각하며 초중반부를 달렸다. 슬슬 한정적인 공간과 인물, 그리고 예측 가능할 듯한 전개 때문에 이 쫄깃함이 계속 유지될까 싶었는데.. 어라 계속 유지되네? 인물들의 기발한 발상과 그에 따른 액션으로 계속 저릿한 장면들이 만들어지고, 이 또한 지루할 때 쯤이면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 이 역시 가라앉을 쯤이면 반전이 튀어나온다. 이 모든 게 위급한 상황과 연결되기에 높은 텐션이 유지된다. 연기도 좋았지만 연출이 정말 좋았다.
사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계속 화두를 던진다. '관종은 잘못된 것인가?', '인스타그램 때문에 관종이 많아진 것인가, 관종이 인스타그램을 수단화할 뿐인가?' 이리 가볍게 건드리다가 주연들이 점점 고군분투하면서 화두의 무게감이 커지어 더 깊은 것을 건드린다. 가장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헌터라는 인물 자체가 끝없이 쏟아내는 '긍정의 힘'(할 수 있어, 괜찮아, 방법을 찾아내자,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은 늘 있어 등), 그리고 결국은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음의 '적자생존'까지. 다양한 주제 또는 주제적 변주로부터 큰 감흥을 받았다.
굴곡을 잘 그려냈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고 상실과 희망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마치 '인생이란 이런 거야'라고 말하는 듯 말이다.
2. 발악의 위대함
익숙한 땅에서는 자기 목숨을 성스럽게 생각지 않는 주인공. 하지만 극도의 위험 앞에서 비로소 목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으로 자신보다 중요했던 남자의 상징물과 절친의 육신을 던져가며 스스로를 지킨다. 땅처럼 낮고 꺼져있는 자존감에서 저 높고 위험한 600M 타워 끝에 가서야 살고자 하는 의지와 자존감을 되찾은 것이다. 극도의 상황에서 자아를 되찾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해될 수 밖에 없다.
이 살아남기 위한 발악. 이보다 더 에너제틱한 무엇이 있을까?
그렇기에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궁극적으로 영화는 이걸 말한다. 나는 그렇게 해석한다.
3. 기타 생각들
- 너무 원초적, 너무 자극적, 정말 철학적 (고어 X)
- 연출의 기류가 변주되는 게 인상적. 개인적인 또 하나의 인생작.
- 철저한 장르영화이면서도 깊은 것을 두드리는 철학적인 영화.
- 장르마다 갖춰야 할 특징들을 부분부분 잘 보여줌.
- 헌터 역 대박. 그리고 이 인물에 꽤 공감한다. '한번 뿐인 인생이면 뭔들 못하리'하는 사람들 생각보다 많다. 특히 우리 동네 홍대에서는 더 많이 보인다. 목숨과는 상관없을 수는 있지만 얼굴에서 발끝까지 타투한 사람도 종종 보이고, 국내에도 야마카시(≒파쿠르) 하는 사람들 꽤 있고. 이러한 것들이 나쁜 거라고 절대 생각 안 한다. 각자 스스로가 좋다는데 왜? 오히려 삶을 제대로 즐기는 자세 중 하나.
- 점프스퀘어 등 깔 건 많지만 중후반부가 모든 걸 상쇄해준다. 오히려 중후반부를 빛나게 해주는 초반부. 어떻게 보면 클리셰를 잘 쓴 영화.
창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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