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8
  • 쓰기
  • 검색

(스포) <풀타임> 일상 스릴러, 재난을 대하는 엄마의 자세

푸르메 푸르메
1285 7 8

20220808_195853.jpg

 

영화 <풀타임> 시사회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8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들에 정말 몰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마 익무분들이라면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누구라도 공감하실 거예요. 늦은 시간에 시작하는 시사회와 GV를 보고, 한계 시간을 계산해서 어떻게든 집에 무사히 도착하게 위해서 머리 속으로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해보고, 플랜B, C를 짜고. 오늘도 침수로 시사회에 오시는 길에 힘드셨던 분도 계실 거구요. 반대로 집에 갈 때가 걱정이신 분도 계시겠죠.

 

여기 <풀타임>의 주인공은 그 상황을 넘어 자기 삶의 기반이 걸린 상황을 그저 순간순간의 기지를 발휘하고, 임기웅변의 임기웅변을 다해서 극복해야 합니다. 단순히 생존을 넘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하고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비춰서도 안 되며 직장과 가정 모두를 지켜야 합니다.

 

사실 그녀가 겪는 일은 그녀가 계획했던 것과는 상당히 매우 다를 겁니다. 끝장난 결혼 생활과 더불어 그녀의 커리어는 표류하고, 조금이라도 자기 삶의 궤적을 원래대로 돌리려는 그녀의 시도는 상당히 무리하는 것으로 보이며 여러 저항에 직면합니다.

 

그런 상황을 이 악물고 돌파해내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하고 경탄하다가도, 더 자도 되는 상황에서 원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눈이 딱 떠지는 모습에 안쓰러움이 강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실패한 상황을 이용해 평가서도 작성하고, 최대한 수습해보려 하지만, 그 와중에 자신과 같은 혹은 그보다 못할지도 모르는 수습 직원에게 폐를 끼치는 일까지 일어나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자기를 도와줬던 학부영에게 키스하는 순간에도 상당한 자괴감이 들었을 거예요.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녀에 대한 호의를 절박한 상황과 스트레스로 착각한 것이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그나마 쉬어야 했던 주말마저 쏜살같이 지나가게 했습니다.

 

아이가 팔을 다치고, 잠투정을 하고, 가진 현금을 다 써서 아이의 저금통을 털고.. 정말 영화는 그녀를 한계까지 밀어붙입니다.

 

결국 탈이 나고 해고당한 그녀는 망연자실합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빠른 편집과 음악, 그리고 그녀가 맞이하는 정신없는 돌발상황 덕분에 극의 긴장감이 유지되었다면, 지금부터는 그녀의 생존 자체를 걱정하게 되더라구요.

 

기차역에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놀이공원에서는 그녀와 같이 황망한 심정이었습니다. 지난 장면에서 울면서 화장을 고치던 모습보다도 그녀가 전화를 받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이 더 슬프고 아름답더라구요.

 

풀타임이라는 제목은 그녀가 그녀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직업의 형태를 규정하는 것만 아니라, 눈을 뜨고 다시 자리에 누울 때까지 계속되는 그녀의 고된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장에서의 일이 끝났다고 그녀의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그녀의 무거운 어깨의 짐이 이직을 통해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그녀가 그녀의 삶을 원래의 궤도로 돌려놓기를, 그리고 그녀를 힘들게 하는 현실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지기를, 그리고 아무 조건없이 카풀에 응하는 사람들마냥 그녀 주변에 사람들이 친절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돕기를 기원합니다.

 

오프닝에서부터 영화 내내 몇 차례나 관객을 향해 비춰지는 그녀의 지쳐 잠든 얼굴은 우리가 유년기에 몇 번이고 바라보았던 부모님의 그것과 참 닮았습니다. 왜 대표님이 엄마손 파이를 꼭 쥐어주셨는지 알겠네요.

 

이 영화는 메세지도 강렬하지만, 그녀가 겪는 일들을 마치 전쟁물처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줍니다. 저에게는 이 영화가 1917 같았어요. 이런 영화를 수입하신 배급사 슈아픽쳐스와 시사회를 마련해주신 익무에 감사드립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7

  • 마스터D
    마스터D
  • 빵개주먹
    빵개주먹
  • golgo
    golgo

댓글 8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푸르메 작성자
golgo
영화가 밀도가 높습니다. 위태위태해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여러 감정을 자극해요. 모든 상황이 마무리될 때가 되서야 비로소 마음이 풀리면서 눈물이 올라오더라구요. 주인공의 시점에서 느끼는 체험형 영화였어요.
22:24
22.08.08.
profile image 2등
아.. 러닝타임이 짧은데도, 글만 읽어도, 영화전체가 쫀쫀하게 느껴지네요!!
22:27
22.08.08.
profile image
푸르메 작성자
빵개주먹
상황의 묘사만으로 이렇게나 진한 감정을 끌어내는 것을 보면 2관왕이 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22:28
22.08.08.
profile image 3등
영화를 보고 나니 오늘 받은 초코파이와 엄마손 파이가 참 귀하게 느껴졌고, 지방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도 드리게 되었어요 ㅠㅠ
일상을 잘 살아낸다는 것의 힘을 제대로 느낀 오늘이었어요
23:11
22.08.08.
profile image
푸르메 작성자
마스터D
영화에서의 체험이 상당히 강렬하고,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이렇게 세련된 건 오랜만입니다. 하루 하루를 보면 별것없는 일상인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인데, 그 일상의 위태로움과 괴로움, 부조리함을 버텨내고 오늘을 함께 하시는 부모님께 사랑을 전하고 싶네요.

안 그래도 대표님이 배부하시면서 '아이고 이걸 빼먹고 안 드릴 뻔했네요. 중요한건데..' 라고 하셨는데, 그게 엄마손 파이였어요. 영화와 생각보다 큰 연관이 있었던 간식이었습니다. 오늘 시사회에 오셨던 분들이 모두 마음에 따뜻한 호롱불을 켜고 무사히 집에 귀가하셨으면 합니다.
23:16
22.08.08.
바너드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0:53
22.08.10.
profile image
푸르메 작성자
바너드
하필 시사회 당일 폭우로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많은 분들이 귀가에 어려움을 겪으셨고, 자연스럽게 더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나에게 중요한 일을 앞두고 교통지옥 덕분에 마음 졸이고, 일을 망친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있잖아요? 이 영화는 그런 공감을 토대로 일상을 스럴러로 바꿔버립니다.

계획이 어그러지고, 일상이 비일상으로 변하고, 그와중에도 아이들 때문에라도 절대로 평정을 잃어서는 안되기에 마치 재난 앞에서 혹은 운명 앞에 저항하는 인물처럼 느껴져요.

88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빠르게 지나가시는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영화 개봉하면 즐거운 관람되시고, 오늘도 쾌청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ㅎ
14:31
22.08.1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7월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3종 1 taegyxl 15분 전21:26 169
HOT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돌비 포스터 공개 1 시작 시작 30분 전21:11 236
HOT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팝업스토어(용산 아이파크몰 ) 2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9분 전20:52 283
HOT 발렌타인데이 중국개봉 영화 5편(화양연화, 캡틴 아메리카, ... 3 손별이 손별이 2시간 전19:41 275
HOT [넷플릭스] 최근 8일간 추가된 2025/02/05~2025/06/27 공개 ... 2 deskiya deskiya 2시간 전19:19 427
HOT 브로큰 및 퇴마록 간단히 4 하늘위로 2시간 전18:44 521
HOT [고독한 미식가] 마츠시게 유타카, 유재석 만난다...'... 2 시작 시작 3시간 전18:39 577
HOT (업뎃) 루벤 외스틀룬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이즈 다... 2 NeoSun NeoSun 4시간 전17:20 424
HOT <에일리언>시리즈는 역시 1(1979)이 최고인것 같아요 10 Balancist Balancist 4시간 전17:11 554
HOT '마이클' 디지털 코 포함 제작 예산 초과, 4시간 ... 1 NeoSun NeoSun 4시간 전17:02 542
HOT 한국에 온 고로상 6 카란 카란 5시간 전16:34 1503
HOT <간니발> 새로운 캐릭터 예고 영상 5 카란 카란 6시간 전15:30 758
HOT <서브스턴스> 40만 관객 돌파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15:15 701
HOT 주윤발 신작 '당탐 1900' 로튼토마토 리뷰 2 golgo golgo 6시간 전15:12 628
HOT '검은 수녀들' 로튼토마토 리뷰 2개 2 golgo golgo 6시간 전14:55 898
HOT '공동경비구역 JSA' 25주년 GV 사진과 오고간 이... 3 golgo golgo 7시간 전14:41 821
HOT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요해>, 중국 역대박스오피스 1... 2 손별이 손별이 7시간 전14:39 557
HOT '기생충'의 위엄 10 golgo golgo 7시간 전14:32 3347
HOT <멜랑콜리아> 종말 앞의 두 여인들 4 뚠뚠는개미 7시간 전14:09 535
HOT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원점으로 돌아간 공포 6 카란 카란 9시간 전12:13 2332
1165821
image
taegyxl 15분 전21:26 169
1165820
image
시작 시작 30분 전21:11 236
1165819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30분 전21:11 172
1165818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9분 전20:52 283
1165817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20:38 266
1165816
image
쾌남홍길동 1시간 전20:24 180
1165815
image
울프맨 1시간 전20:24 219
1165814
image
쾌남홍길동 1시간 전19:54 156
1165813
image
e260 e260 1시간 전19:53 175
1165812
image
e260 e260 1시간 전19:52 287
1165811
image
e260 e260 1시간 전19:52 268
1165810
normal
방랑야인 방랑야인 1시간 전19:42 241
1165809
image
손별이 손별이 2시간 전19:41 275
1165808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시간 전19:34 230
1165807
image
쾌남홍길동 2시간 전19:32 175
1165806
image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2시간 전19:21 251
1165805
image
deskiya deskiya 2시간 전19:19 427
116580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9:14 170
116580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9:13 347
1165802
normal
하늘위로 2시간 전18:44 521
1165801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18:39 577
1165800
normal
시작 시작 3시간 전18:37 330
1165799
image
울프맨 3시간 전17:51 956
116579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50 876
1165797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43 451
1165796
normal
와킨조커 4시간 전17:29 771
116579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20 424
1165794
image
Balancist Balancist 4시간 전17:11 554
116579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10 530
116579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02 542
116579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6:47 405
1165790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6:34 1503
1165789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6:29 390
1165788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16:24 386
1165787
image
o1xis 5시간 전16:23 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