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카터> 간단한 불호 후기: 지독한 컨셉충 같은
롱테이크는 분명 매력적인 촬영 방법입니다. 굉장한 롱테이크 씬을 보다 보면 존경심마저 생기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가 관객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이 롱테이크는 영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하지만 <카터>는 저를 설득시키지 못했습니다.
영화 전체를 롱테이크로 찍는 것은 엄청난 도박이었을 겁니다. 컷을 포기하는 순간 많은 것들이 제약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컷이든 롱테이크든 말이죠. 저는 <1917>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롱테이크라고 생각했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롱테이크는 압도적이지만, 동시에 와닿지 않는 구도도 있었기 때문이죠. <카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롱테이크 액션은 신기하지만, 굳이 롱테이크였나 싶었어요.
<악녀>와 <카터>는 액션에 대한 신박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영화의 형식 때문에 그 아이디어는 영화로써 효과적으로 구현되지 못했습니다. 1인칭 액션, 롱테이크 액션을 고집하다 보니 '멋있을 수도 있던' 액션이 그저 그렇게 소비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배우들이 고생한 액션일수록 그걸 제대로 보고 싶어요. 하지만 카메라를 흔들어 제끼고, 주인공 따라 구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그 액션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잘 짜여진 스턴트 합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피아식별도 어렵더군요. <악녀> 볼 때도 똑같이 들었던 생각이지만, 이 영화의 액션을 다르게 촬영한 버전으로 다시 보고 싶었어요. (마치 <악녀>의 액션을 오마주한 <존 윅3: 파라벨룸>처럼)
어지러운 촬영이 이어지는 가운데, 액션도 끊임없이 이어지니 피로도도 올라갔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액션은 많아지지만 지루해지고 쳐지더라구요. 액션영화에서의 리듬감과 완급조절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카터>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액션 뿐만 아니라 완급조절도 차용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액션 외에 영화의 이야기나 설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지만, 워낙 정신없이 본 탓에 따질 여력이 없네요.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잭 스나이더와 마이클 베이의 안 좋은 점을 모아 <하드코어 헨리> 식으로 찍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촬영방식이 여전히 불호입니다. 사실 이렇게 촬영된 것을 영화라고 봐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뮤직비디오나 게임, 혹은 짧은 영상물에서는 효과적일지도 모르지만 영화에서까지 굳이 그 방식을 써야 하는지... 여전히 설득되지 못했어요. 멋진 액션을 희생시킬 만큼 그 촬영방식이 의미있는지... 저는 의문이네요. 끝까지 그걸 포기하지 않는 영화를 보면서 참 지독한 컨셉충과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마저도 들더라구요.
<하드코어 헨리>의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는 1인칭 액션을 고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사실 잘 몰라요. 걍 뇌피셜). 1인칭 액션 없이도 <노바디>에서 화끈하고 멋진 액션을 선보였죠.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정병길 감독이 조금은 평범하게 찍은 액션영화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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