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익무시사] 박찬욱 감독의 자신감(노스포)
저번주 목요일에 CGV용산에서 익무시사로 당첨된 <헤어질 결심> GV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자리욕심이 없는데다 줄 서고 싶지 않아서 표배부시간보다 40분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4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 때문인지 늦게 갔음에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 뒤로 계속 늘어나는 줄을 보고 400명이 많기는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때 CGV시사회도 있어서 줄을 잘못 선 관객들도 보였습니다.(표배부처에서 여기는 익스트림 무비 시사회라고 계속 안내하는 직원의 모습이 처량....) 영화는 7시 30분에 시작하는데 듣기로는 7시 넘어서까지 줄을 섰다고 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이 어른들의 로맨스라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에서 보여지는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로맨스 영화들에 비해서는 심심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아주 노골적인 애정을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박해일 배우가 젊었을 적에 출연한 <연애의 목적>이라는 로맨스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20대의 아주 직설적이면서 노골적인 로맨스를 보여줬다면 <헤어질 결심>은 마치 3~40대의 간접적이면서 노골적인 로맨스를 보여줍니다. 세상에는 당사자들이 직접적으로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사람들이 보기에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게 눈에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속 로맨스도 당사자들은 내색을 안할 뿐이지 관객들이 보면 저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다만 이게 좋게 보면 영화 팬들이나 평론가들이 좋아할 요소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멜로는 로맨틱 코미디에 맞춰져있습니다. 만약 상큼한 로코를 기대하고 본다면 아주 심심하게 느껴질 영화입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좋게 본 것과 별개로 흥행할 소재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GV에서 박찬욱 감독이 흥행을 상당히 신경쓰는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야한 장면이 나오지 않음에도 야한 기분이 들게하는 마치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은 상황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런 연출이 가능합니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눈을 가릴 정도의 야한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영화가 건전하게 다가오느냐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을 뿐 곳곳에 에로틱함이 묻어나는데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가학과 피학을 보는 것처럼 야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박찬욱 감독의 작품하면 강한 수위를 연상합니다. 확실히 작품들 대부분이 청불영화로 이루어진데다 매 작품마다 헉 소리 날만큼의 선정적인 장면들이 들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비슷한 질문이 나왔을 정도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인식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강한 수위 없이도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서 증명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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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읽었습니다 :-) 그 수면씬이 상당히 에로틱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