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카시오페아> 익무 시사회 후기
+수정) 생각해보니 제목 자체가 스포가 될것같아서 그냥 제목은 수정했습니다!
간만에 배우GV를 다녀왔습니다. 시사회 다음날 지방에 일이 있어 화요일날 올라오는 바람에 후기가 조금 늦었지만 정말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매번 소중한 경험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무🙇♀️
저는 평소에도 서현진 배우님을 많이 좋아합니다. 서현진 배우님이 가진 처절함을 좋아합니다. 연기하실때, 특히 우실때 보는 사람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사회는 고민도 안하고 신청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서현진님은 드라마 위주로 작품을 찍으시는데 이번에는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서현진님이 영화를 선택하신걸까? 라는 호기심반 설렘반으로 시사회를 신청했습니다. 근데 역시는 역시. 영화 보는 내내 서현진님 덕분에 눈물을 멈출수가 없고 치매인 가족을 가진 사람으로써 끝까지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처음에 영화가 시작할때만 해도 인우-수진의 부녀관계를 보여주는 영화인가? 라고 가볍게 생각했으나.. 주인공 수진이 딸 지나를 공항에 데려다준걸 기억 못할때부터 마음이 덜컹 하는 심정으로 영화를 관람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수진이 본인이 알츠하이머를 깨닫게 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인우(아빠)와 함께 지나를 공항에 데려다주러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잠시 급한 업무 때문에 다시 올라갔다 오는데 주차장에서 인우와 지나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수진이 비행기 시간도 늦었는데 어딜가냐며 인우에게 전화해서 화를 냅니다. 그때 시선이 인우에게로 전환되며 간접적으로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보여줍니다.
이때 굉장히 연출이 좋았다고 생각하는게. 수진이 공항에 지나를 데려다주는 걸 잊어버리는데 이 장면을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가는것처럼 보이다가 인우와 수진의 대화를 통해서 시간이 점프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부분에서 아. 내가 기억을 잊어버린다는건 이런거구나를 확 느꼈던 것 같습니다. 눈 감기 전까지만해도 다른사람과 함께 있었는데 눈 감았다 뜨니깐 함께 있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술먹고 필름이 끊겨본적 있으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듯한 감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장소와 눈감았다 뜬 현재 내가 있는 장소가 다를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단순히 캐릭터들의 대화를 통해서 수진이 알츠하이머라는 걸 깨닫게 했다면 알츠하이머를 경험해보지 않은 관객들은 온전히 수진에게 몰입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처음으로 아 알츠하이머라는게 이런 병이구나. 이렇게 서서히 내 기억에 빵꾸가 생기는거구나. 라고 확 깨달았던 것같습니다.
이후에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수진이 자신의 입장을 부정하는 장면도 정말 마음 아팠습습니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나 진짜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데. 라고 분노와 함께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울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이 장면은 큰 병을 진단받아보신 분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치매가족센터에서 소변을 실수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소리치는 수진의 모습도 가슴 아팠습니다. "기억이 없으면 그게 사람이야? 그게 어떻게 사람이야 좀비지.."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꼭 자기 자신한테 하는 말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후에 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가 됐을때 수진의 말이 오버랩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것같습니다. 여기서 이 영화의 묵직한 주제가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기억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과연 살아있다고 볼수있는걸까. 그럼 살아있다는건 대체 뭘까. 라는 묵직한 메세지를 던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영화는 굉장히 희망찬 얘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제목인 카시오페아는 북극성을 찾기 위한 제일 밝은 별이고 북극성은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별자리입니다. 그러니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카시오페아는 반드시 필요한 별입니다. 이 영화는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는 사람, 그의 가족들에게 살아가기 위해서 찾아야하는 카시오페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수진에게는 일종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행위가 카시오페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빨래를 돌리고, 쓰레기를 버리는것과 같이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행동. 저도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으로써 우리 가족들에게 카시오페아는 뭘까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진의 스토리와 별개로 이 영화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치매환자의 가족을 다룬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분들 후기에서는 많이 다루지 않으셨던 것 같지만.. 인우가 수진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굉장히 사실적인 묘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가족 내에서 치매 환자가 생기면 치매 환자들 만큼이나 힘든게 가족들입니다. 소중한 가족이 나를 점점 잊어간다는 것도 마음 아프지만 의외로 가장 지칠때는 육체적으로 힘들때입니다. 10kg 남짓되는 애기를 씻길때도 힘이 드는데 최소 50kg 이상 되는 성인을 매일같이 씻겨야할땐 얼마나 힘이 들까요. 아마 영화 속 인우가 느닷없이 수진을 때릴땐 자기도 모르게 답답한 마음에 그런걸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나서 후회하고 미안해하는것도 남은 가족들의 몫이겠지만요. 환자 본인의 아픔 뿐만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도 다뤄준다는 점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혼자 사는게 아니라, 사는게 누군가의 빚이고, 알게 모르게 갚고 살아가는게 인생" 이라는 메세지가 더더욱 깊이 와닿았습니다. 저도 외할머니가 치매를 판정 받으시고나서부터 아 이게 정말 가족 모두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구나를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이 대사를 들으면서는 정말 눈물을 줄줄 흘렸던것같습니다. 그 부분이 마지막에 지나와 수진의 만남에서도 이어지는 것같아서 마지막 만큼은 정말 오열을 했습니다. 수진이는 끝까지 지나에게 만큼은 알리고 싶지 않아했지만 지나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말해줄수있을 만큼 의젓하게 성장해서 나타납니다. 혼자서 머리를 묶을수있을 만큼요. 아마 그것 또한 지나에게는 자신을 키워준 엄마에게 빚을 갚는 과정이겠죠. 인우도 자신의 꿈 때문에 유년시절을 외롭게 보낸 수진이에게 빚을 갚고 있는 과정일테구요. 그렇게 서로에게 빚을 지고 빚을 갚으면서 인우, 지나, 수진이 살아가는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제 부모님도, 제 조부모님도 마찬가지겠죠. 이부분이 병마와 싸워 지쳐있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부모님도 모두 외할머니께 빚을 갚고 있다고 생각하니 할머니께 당연한 일을 해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빚을 갚고 있다 생각하니 이 모든 과정이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혹시나 주변에서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두고 계시다면, 혹은 치매 환자 뿐만아니라 큰 병을 앓고 계신 분을 가족으로 두고 계신다면 이 영화를 한번쯤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조금 무겁고 묵직한 메세지를 다루고 있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볼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수 있는 일이니깐요..
감사합니다.
추천인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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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ㅠ 그래서 영화내내 더 무섭다고 느낍니다.
서현진 배우님의 처절함이 좋으시다면 이번영화 꼭 보셔야해요. 배우님 작품 다봤는데 이번이 레전드로 처절하고 슬픕니다. 연기 최고에요👍 무대인사도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