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영사 사고에 대한 추억(?)
이제 어느덧 6년이 넘어간 기억이긴하지만
영사실에서 일을 했을 때 정말 아찔했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부스리스 방식의 상영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데..
부스리스는 영사기를 박스에 넣어서 별도의 영사실을 두지 않더라도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한 점에서 요새 영화관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사고의 원인은 영사기가 발생시키는 뜨거운 공기를 원활하게 환풍을 해주는 기기가
이상이 발생할 경우 부스 내부의 온도와 상영관의 온도 차이로 인해
부스 앞쪽 유리에 습기가 차는 문제입니다.
특히 여름철의 에어컨으로 상영관 온도가 낮아지면 더욱 발생하기 쉬운 문제이기도 하구요.
여튼 당시 '연평해전' 이라는 영화가 꽤나 히트를 치고 있어서
상영관도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다행히 어쩌면 운이 정말 좋게도 화장실을 들렸다가
그냥 한번 상영관을 둘러보고 싶어서 슬쩍 들어갔는데
스크린에 습기가 스믈스믈 올라오더라구요.
'순간 와... 이거 X됏다...'
관객수 x 관람권 금액도 머릿속으로 계산이 되고, 영사 관리가 왜케 안되냐고
컴플레인 들어올꺼를 생각하니 정말 아찔해졌습니다.
일단 어떻게든 해보려고 상영관 맨 뒤쪽의 영사기로 갔지만
사실 뭐 딱히 할수 있는 건 없습니다.
사진에 보이듯이 영사기를 내리지 않는 한 영사직원도 조치를 취할수 있는 건 없고
그저 스물스물 올라오는 습기를 라이브로 보는 상황이었져
근데 그 순간 정말 천운이 따랐다고 생각하는게
다음 장면이 바다안개가 가득 낀 전투장면이 나오더군요
그 전 장면만 해도 배우 진구씨 얼굴에 말도 안되는
뽀샤시 필터가 낀거 마냥 의문이 가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바다안개가 스르륵 올라오고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되면서
화면이 심지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하는겁니다
그 순간 속으로 환호를 지르면서 폭격에 맞춰서
영사기를 거의 1미리 단위로 리듬감 있게 내렸습니다.
영사기를 조금 내리면서 부스 안에 외부 공기가 조금 들어가 환기가 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습기가 점점 사라지더라구요
북한군의 폭격에 우리 군인들이 죽어나는 상황이었지만
아 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폭탄이 터져줬으면 좋겠다
더... 더... 더 터져라 하는 반동분자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달까요
여튼 그렇게 습기도 사라지고 별다른 컴플레인 없이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만
부스리스 상영방식의 한계도 체험한 시간이었구요.
지금은 술자리에서 웃으면서 얘기하는 소재이지만
그당시의 아찔함과 DJ 마냥 영화의 편집에 흔들림을 추가했던 상황의 긴박함이 잊혀지진 않네요 ㅋㅋ
키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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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식겁하셨을 거 같아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순간이네요
기지를 발휘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