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간단 후기 - 극장의 존재 이유
"듄의 존재가 극장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어떤 영화제에서 모 감독님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OTT 서비스의 발전으로 인해 극장가가 급격히 위축되었는데, 이러다가 영화라는 종합 대중 예술이 단순히 스토리 전달 매체로만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뇌 어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걱정을 종종 하곤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다시금 극장의 존재 이유를 되새겼어요. 영화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연기, 음악, 미술 등 예술 요소들을 카메라 및 음향 장비, 편집기술 및 그래픽 등 현대의 기술로 담아내고 구현해내는 복합적인 대중문화산업이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환경에서 감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웠습니다.
영화를, 특히 <듄>을 극장에서 관람하지 않고, 영화관에 비해 현저히 작은 모니터나 모바일 기기, 조그마한 스피커나 이어폰 등 스크린과 음향 기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환경에서, 심지어 지친다거나 화장실 가고 싶어서 중간에 툭툭 끊어가면서 보는 것은, 영화를 온전히 ‘감상’한 것이 아닌, 그저 슬쩍 ‘목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봐놓고 별로이다, 재미없다 하고 함부로 판단 내리는 것은, 호화로운 요리에 들어가는 식재료 하나를 찔끔 씹어보고 맛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최근에 <듄>이 유출 관련해서 말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디 사람들이 집에서 불법으로 보지 말고, 제대로 된 극장에서 프랭크 허버트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과 참신한 상상력, 드니 빌뇌브의 천재적인 연출력,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 등 <듄>이 담고 있는 다양한 재미를 고스란히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특별관에서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