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마망] 개인적으로 센치하게 만들었던 명장면 12가지 (강스포)
이 영화는 어른모드 엄마의 엄마(=넬리의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1주일 지난 시점과
쪼꼬미(쁘띠)모드 엄마의 할머니(=할머니의 엄마)가 돌아가신지 1년뒤 시점이 만나는 타임슬립물입니다.
동시에 어른 엄마는 엄마(=할머니)를 떠나보낸 상실감에 외갓집을 떠나버린 직후이자,
쪼꼬미(쁘띠) 엄마는 엄마(=할머니)처럼 아프지 않기 위해 수술을 앞둔 시점이지요.
솔직히 제목에서부터 스포를 하고있는데,
가을감성으로 스산함+따뜻함이 함께 있어
괜히 추억에 젖어 서글프게 만드는 묘한 작품이네요. ㅜㅜ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몇몇 장면들 나열해봅니다.
1. 깔끔하기 그지 없는 제목
넬리가 다른 할머니들에게 작별인사를 마친뒤,
빈 병실 밖을 쳐다보는 엄마의 뒷모습과 함께
가운데 창문틀에 꽉차게 쁘띠마망 제목이 똭!
정리벽이 있는 전 똑~떨어진 깔끔함에 괜히 혼자 감탄하던 장면이었습니다...ㅎㅎㅎ
(아아... 이느낌이 아닌데 스샷이 없...ㅜ)
2. 딸갖고 싶어진 사랑스런 자동차씬
외할머니댁에 짐정리하러 차타고 가는 중에
다람쥐마냥 도도도독 하며 과자를 먹다가,
뒷좌석에서 엄마한테 과자랑 음료를 먹여주니...
엄마가 희미하게 미소짓는데... 갑자기 뒤에서 포옥! 껴안는?!
문득 이런 딸 하나 갖고싶단 생각이!! ^^
3. 내 추억을 상기시킨 장면들
엄마하고 둘이 옛짐을 정리하다 이건 쫌 잘그렸는데? 하며
엔딩크레딧의 여우 그림(제가 벨트만 맨 변태로 착각했던...ㅋ)을 칭찬하는데...
저희 엄니랑 이모도 그림을 잘그리셔서 어릴 때 둘을 경쟁? 붙여놓고 발칙하게 품평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ㅋㅋㅋ
벽장속 엄마물건을 찾아낸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전 유치원 때 엄마아빠의 연애편지 수백통을 발견해서 친구랑 읽어보며 오글거림에 깔깔거리고 놀았던...ㅋㅋㅋ ^^;;
밤에 물떠와서 이불 뽀스락 끌어안고 자는 씬도
숨죽이며 온 감각에 신경쓰이게끔 찍어서 묘하게 추억돋았습니다.
4. 귀염돋는 숲속 혼자놀기 씬
넬리는 도토리를 주워 나무구멍에 던지며 놀다가,
검지중지 사이에 끼워서 피리를 불더군요.
오호?! 이건 나도 모르는 신박한 방법?!!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가을가을하네요.
나중에 패들볼 찾아내 혼자 칠 때는...
입 앙다물고 힘껏 치는 모습이 은근 박력 넘쳐서 귀여웠던!! ㅋㅋㅋㅋ
5. 외갓집스런 독특한 패턴의 벽지와 타일
집안의 벽지가 되게 시골?스럽고 특이해서 계속 눈에 밟히더라구요.
덕분에 설정을 일찍 깨달은...ㅎ
자잘한 핑크 무늬의 벽지의 방과
파란색+핑크색 나뭇잎 무늬의 이불(이건 과거와 현재가 다름).
벽장뒤 미처 칠하지 못한 연두무늬 벽지와
그리고 엄청 이뿐 파란색 타일 화장실! +_+
오두막을 봤을 때까지만해도 설마 했으나...
촉 좋은 넬리가 멍하니 연두무늬 벽지를 바라보다가 스릴러물 마냥 집안 여기저기를 몰래 살펴보는데,
저도 넬리랑 같이 아? 이거 타임슬립물이구나?! 바로 깨달았지요.
6. 두 도토리들의 꽁냥꽁냥씬1
첨이랑 두번째날 안냥~하며 인사하는 것도 엄청 귀여웠지만,
비맞고 수건으로 부비부비하는 손짓이 어설픈게 은근 킬포였습니다. ㅋㅋㅋ
두번째 만났을 땐 무슨 보드게임(부르마블같은?)인지 모르겠지만 푹 빠져서 놀던데...
순간 어렸을때 엄니랑 다이아몬드게임을 즐겨했던게 퍼뜩 떠올라 괜히 또 센치해졌네요.
7. 두 도토리들의 꽁냥꽁냥씬2
경찰과 백작부인의 막장극은 말잇못!ㅋㅋㅋ
빨간 체크무늬 담요를 촤락~! 거기 아이인형이 똭?! "당신 아이에요." 했을 때 다들 크크크큭 터지던...^^
아이가 생겼기에 떠나지못한 백작부인이
마치 젊은 시절 넬리엄마가 되는 바람에 배우가 되지 못했을 듯한 엄마를 상징하는 거 같긴 하다만...
얘네들 혹시 K-드라마 즐겨보나? 란 생각에 은근 웃겼던 장면이었습니다. ㅎㅎ
기억에 남는 대사는
넬리: 내 역할이 너무 많잖아.
마리옹 : 대신 내 역할은 중요하잖아.
였는데 음... 엄마역할이 중요하긴 하죠. ㅠㅠ
8. 두 도토리들의 꽁냥꽁냥씬3
크레이프 만들기 씬은 유일하게 시나리오에 없던 놀이라는군요.
<쁘띠 마망> 셀린 시아마 인터뷰 : 씨네플레이
어쩐지 찐텐인듯 하이톤으로 꺄르륵 거리며 노는데...
너무 귀여워서 자동적으로 광대가 올라가던...^^
너네 실제론 이러고 노는구나?!! ㅎㅎㅎ
참고로 둘이 시리얼 취향은 다른데, 할머니(엄마)의 음식에 우웩하는 입맛은 똑같은...ㅋ
9. 가을가을한 숲속 오두막씬
집앞에는 제가 좋아하는 흰말채나무의 단풍으로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더만...
숲속 한가운데 있는듯한 씬들은 정말 힐링이네요.
첫째날 오두막을 만들던 마리옹을 만난뒤,
둘째날 아빠가 책싸던 노끈 가져다가 오두막 만들기를 도와주고...
셋째날엔 울긋불긋하게 단풍든 나뭇잎을 꽂아 화사해진 걸 보며 저도 같이 감탄하며 뿌듯~
이때 꽂은 나뭇잎은 도토리가 나는 참나무(pin-oak)랑 마가목같아 뵈는...
마지막에 빨간천으로 입구까지 만들어 완성한 모습은 정말 그럴듯하더군요! ^^
숲속에서 내가 니 딸이다?! 고백하며 말했던,
"네 뒤로 난 길을 따라왔어..." 란 대사도 꽤 의미심장 했습니다.
10. 신비로운 강가 탐험씬
마리옹에게 미래(현재) 음악이라며 들려주는 굉장히 오묘한 느낌의 bgm과 함께 강에 떠있는 피라미드를 탐험하는데...
이장면은 굉장히 몽환적이었어요!
타여초 때도 느꼈지만, 음악을 매우 제한적으로 한두곡만 선정해서 특이한 느낌으로 쓰시는 듯 합니다.
참고로 피라미드가 있는 곳은 파리근교 신도시 세르지 퐁트아즈(Cergy-Pontoise)의
조각공원 'Axe majeur(거대한 축?)' 라는 관광명소입니다.
Pyramide - Cergy-Pontoise l'agglomération - Axe Majeur (axe-majeur.fr)
11. 찰나임에도 텐션이 쫄렸던 순간
쁘띠 마망과 아빠가 붙는 씬이 있었는데,
다행히 미리 수염깎아 딸냄 보기에도 잘생겨진 아빠와 마주친 마리옹에게서 묘한 긴장감이?!
피할 줄 알았건만, 미래의 내 남편을 보러나올 때 헉?!했네요.(궁금했겠지...ㅋㅋㅋㅋ)
이때 마리옹의 눈빛이 굉장히 오묘~한데다...
미래의 와이프의 과거?를 못알아보고 딸냄 친구를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도 은근 묘~하더군요.
하룻밤 더 머물면서 친구네에서 자는 걸 허락해주자 나지막이 "땡큐..." 라고 말하는데 와아........
이런 나이 차이에 심지어 가까이 붙지도 않았는데 눈빛만으로 이런 케미와 텐션을 담아낼 줄이야!!
12. 3대가 모이는 씬
할머니 손냄새가 난다며 지팡이를 챙길 정도로 할머니를 사랑했던 넬리는
첨엔 누워있는 뒷모습에 깜놀, 두번째는 지팡이 짚은 젊은날의 앞모습을 보았지요.
세번째에 드디어 연극용 넥타이를 매달라며 다가가, 아마도 병실에서처럼 함께 십자말풀이를 하는군요.
알고보니 1년전 돌아가신 엄마의 할머니이자, 할머니의 엄마 이름이었던 넬리.
할머니가 그이름 오랜만에 불러본다는데 찡~ㅜ
마지막날엔 마리옹이 생일축하 노래에 앵콜을 요구하는데...
3대가 모인 이 순간은 다시 오진 않겠죠? ㅜㅜ
이 노래가 부디 생일날 혼자 상실감에 외로워할 어른 마망과 낳아주신 그랜드 마망에게도 닿았기를...
막판에 수술하러 떠나는 엄마와 포옹을 나누며,
겸사겸사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미처 나누지 못했던 작별인사도 이 때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군요. ㅜㅜ
Tip. 아이들의 구분 포인트!
배우들이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인데, 헷갈렸다는 분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감독의 전작 타여초가 옷의 색상에 나름 의미가 부여된 듯 하여...
이번에도 혹시나 하고 2회차할때 애들 옷색을 눈여겨봤으나... 뜻은 잘 모르겠어요. ㅋㅋㅋ
* 타여초 리뷰는 요기!
https://extmovie.com/movietalk/62485815
여튼 주로 넬리는 파란잠바, 마리옹(엄마)는 빨간잠바를 입어서 구분이 가능하고,
넬리는 머리묶기, 마리옹은 머리띠를 합니다.
넬리의 옷이 영화내내 파란색 혹은 겨자색 멜빵바지, 청바지로 한정되어 있다면,
마리옹의 옷은 은근 색이 다양하네요.
첨 빨간옷에서 핑크니트, 노란바지, 초록조끼로 바뀌더니...
초록잠옷+노란양말, 마지막엔 파란니트로 원색을 다 섭렵하더군요.
혼자 컬러풀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ㅋ
+ 마무리 느낌
그나저나 마리옹은 자기 엄마가 언제 죽는지, 딸을 언제 낳는지, 자기 남편이 누군지 알게되었는데...
이걸 믿은 이후의 삶은 어떨라나 궁금하네요.
빙봉마냥 어린시절의 일로 까먹었으려나...
배우의 꿈을 가졌던 엄마는 왠지 어린나이에 아이를 낳아 꿈을 포기하고 살지 않았을까 예상되는데...
그럼에도 내가 우울한게 니탓은 아닐거라며 "넌 이미 내 맘에 들어왔으니까" 라고 고백하더군요.
아이들끼리 모녀 간의 유대감을 나눈다는 게 굉장히 신기한 느낌이더란...
여튼, 나처럼 어린 시절의 엄마(+아직 살아계신 엄마뻘의 할머니)를 만난다는...
간결한 설정의 내용을 슴슴한 텐션으로 담았는데,
외갓집을 추억하는 느낌도 들고...
엄마도 이런 시절이 있었겠단 생각도 들고...
가을비에 젖어들듯 사람을 은근 외롭고 센치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 아쉬운 점?!
의외로 아빠는 걍 병풍이군요. ㅎㅎㅎ
전 애들 앞에선 담배피는 짓 절대 안하는데,
심지어 실내에서 핀다는 거에 헉! 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펴도 되냐고 허락은 받던ㅋ)
스토리에 아빠가 끼어들 틈따윈 없어서,
영화의 완결성 측면에서 이해는 가지만...
가장 무서워하던게 아빠였단 그의 말에 왠지 아빠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더군요.
솔직히 첨볼땐 아빠가 어릴때 동네친구라서 숲속에서 놀 때 남자애도 나오는건가?하며 기대했었다는...^^;;
(그러고보니 아빠는 이름도 모르는구나...ㅋ)
여튼 서로 위로하며 친구같이 이쁜 모녀로 살아갈 듯한... 마리옹과 넬리 ^^
저도 간만에 엄니한테 안부전화라도 좀 걸어볼까나...
* 이전 노스포 리뷰는 요기!
[쁘띠마망] 늦가을에 어울리는 도토리같은 영화
Nashira
추천인 1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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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포가 계속 나오드라구요.
+ 한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장면이.. 할머니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넬리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도 좋더라구요.
맞아요!! 첨부터 내내 맘에 걸려했는데...
차에탄 상태지만 작정하고 인사하더군요. ㅜㅜ
요부분 추가해야겠어요. ㅎㅎ
또한,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닌 상상 혹은 환상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완전 달리 보이는 성숙하고도 슬픈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근데 그럼 왠지 넘 외롭고 슬플거 같은...ㅜ
잘 읽었습니다.^^ 조사도 정말 많이 하셨네요. ㅎㅎ 참 좋은 영화였는데 분석하기 보다 감성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던 영화라 글쓰는건 말았네요. ㅎㅎ 여러 좋은 포인트들을 다 잡으셔서 써주셔서 새삼 다시 떠오르게 되네요.ㅎㅎ
저도 이건 분석글로 쓰기엔 워낙 멍?때리며 감성에 젖어서 봤던 영화라...
가급적 장면들 걍 복기하는 느낌으로 적어봤어요. ㅎㅎㅎ
전 두 번 봤지만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ㅠㅠ
기대작이였는데... 너무 고요한 느낌이였습니다..
하지만 셀린시아마 감독작이여서 제가 모르는 부분도
굉장히 많이 담겨있을것같아요
저도 굉장히 잔잔해서 첨엔 놀랬습니다만
애들이 너무 귀여워서 한번 더 보게 되었지요.
왜인진 모르겠으나 묘하게 추억이랑 감성을 건드는 구석이 있더라구요. ㅜㅜ
밤에 쌀쌀하니 가을타서 그런가...ㅎ
유럽은 담배를 아무데서나 피는게 일상이긴 하죠. ㅎㅎㅎ
나름 허락을 구하니 좋은 아빠인건가...^^;;
여튼 제대로 가을타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할머니가 좀더 옷을 화사하게 입히는듯요.
나중엔 거의 삼원색을 한몸에 입던데...^^;;
아님 넬리가 파란색을 좋아하던가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