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타닥타닥, 사각사각, 쏴아~ ASMR의 향연 (은령님 나눔)
은령님 나눔으로 보고온 타여초 약스포 후기입니다. 나눔 감사드려요! (^-^)(_ _)
영화가 ost를 엄청나게 제한적으로 썼는데도 사운드가 계속 귀에 맴도는 영화네요.ㅎㅎ
타닥타닥 장작타는 소리, 사각사각 그림그리는 소리, 쏴아~철썩! 하는 바닷바람 소리의 ASMR이 강렬합니다.
(끝나고 간만에 우드윅 캔들을 사볼까 잠시 고민했다는... :D)
영화는 말그대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화!" 로군요.
결혼할 상대방에게 보내기 위한 아가씨의 초상화를 몰래, 그리고 또 같이? 그리는 이야기인데...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서로를 지긋이 관찰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사람을 사랑하게 되기 쉬운? 행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찰하는 줄 알았는데... 동시에 그리는 자신도 관찰당하고 있더라는...
(저도 어렸을때 타이타닉보면서 나중에 애인 생기면 누드화 그려줘야지!...했었던 기억이ㅋ)
두 배우 외모의 그림체가 매우 달라서 묘하게 잘어울립니다.
마리안느는 엠마왓슨이 잠시 떠올랐는데... 그윽한 눈빛이 묘하게 매력적이네요.
그러고보니 마리안느는 내내 불같은 붉은 옷을, 엘로이즈는 바다처럼 파랗거나 검은옷을 주로 입는군요.
배경 또한 촛불의 의존하는 어둑한 실내와 확트인 바닷가 절벽의 경치가 엄청나게 대비를 이루는 것과도 비슷해보입니다.
불이 붙는 건 엘로이즈에게 마리안느가 묻어나는 걸 의미한걸까요.
(근데 왜 마리안느는 물에 따라 안들어갔는고...?ㅎ)
안그래도 드레스가 타오르던 장소는 들판이더만,
왜 마리안느가 그린 그림에서는 바닷가 풍경속 엘로이즈였을까... 의아했는데...
물과 불의 두사람이 서로 어우러졌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걸지도?
그림의 포즈를 잡는 드레스를 왜 빨+파=보라색으로 하지 않았을까?(역시 난 단순쟁이!ㅋ)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초록색으로 설정한 건, 합해서 빛의 하얀색(흰 속옷? 웨딩드레스?)이 되길 원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론 어톤먼트 이후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초록색 드레스가 될 듯 합니다.
에우리디케-오르페우스 신화의 해석도 인상깊었습니다.
어렸을땐 단순히 참을성 없는 오르페우스를 탓하며 대체 왜그랬대!!(소피 모드) 싶었던 이야기였는데...
나이들어 보니, 추억을 그리며 놓칠까싶은 두려움(마리안느 모드)도
강단있게 떠나감을 선택하며 후회가 아닌 기억함(엘로이즈 모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군요.
장작과 연필과 파도소리의 ASMR이 가득 채우는 와중에 삽입된 2개의 ost 또한 강렬했습니다.
굉장히 생소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인 여인들 축제의 아카펠라와
굉장히 익숙하고 포멀해서 이 영화의 톤과 안어울릴 것 같은 관현악곡 사계의 여름이 유일한 ost라니...
그것도 참 오묘한 부분입니다.
아마도 아카펠라는 사랑이란 태고의 본능을, 사계는 사회에 맞춰가는 현실을 의미하는 거겠죠.
전반적으로는 영화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사운드에 어안이 벙벙해서...
두사람이 사랑하게 되는 감정선은 의외로 잘 따라가지질 않았는데... (프랑스 영화라 안익숙해서 그런건가...)
묘하게 마지막 장면만큼은 눈물이 같이 주룩주룩 나면서 여운이 깊군요.
좋은 영화 볼 수 있게 나눔해주신 은령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저는 이 글을 타고 들어온 게, 화가 역의 마리안느가 너무 보면 볼수록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이 보이는 거예요 ㅋㅋㅋ 닮았고 둘다 예쁘다... 그래서 혹시나 나만 그런가 검색을 해보니 nas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그리고 저는 이 영화가 콜미바이유어네임의 여자판 영화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눈과 귀를 편안하게 해주는 전반적인 영화 분위기와 결말의 방향... 혹시라도 안 보셨을 수 있으니 이 정도만 언급을 하겠습니다.
쓰신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