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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영화제] (스포) 2일차 나의 아빠 마리안 / 런, 우예, 런

쥬쥬짱 쥬쥬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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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씩 썼더니 도무지 리뷰가 끝날 것 같지 아니해서 2편씩 묶어서 씁니다.

첫날 봤던 영화들이 도시와 명성의 빛과 그림자를 다룬 작품들이었다면, 2일차 봤던 영화들은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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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빠 마리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낸다는 것>

 

 

도시인 스톡홀름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취직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면접에서 매번 미끄러짐을 반복하던 어느날, 집에 돌아와보니 애인이 그만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아침 막장드라마의 현실로 충격적이면서도 코믹하게 시작하지만, 현실과 달리 세련되고 아름다운 스톡홀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봤던 영화들에서 유난히 수도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취직과 연애 모두 잘되지 않고, 도시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으니 기대게 되는 건 가족입니다.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던 아빠 라세에게 전화를 하는 주인공 한나.

언제나 그렇듯이 딸에게 힘들면 잠시 고향에 내려오라면서, 도움의 손을 뻗치는 아빠는 지역에서 존경받는 목사입니다.

한나가 힘든 상황인만큼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도 심적으로 힘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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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내려온 고향에서 한나는 아빠의 도움으로 방송국에 취직하게 되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오빠는 동생을 마구 놀립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아직도 싱글에 취업과 결혼도 모두 불안한 한나를 저널리즘 공부하려고 신도시로 떠나더니 잘 안된 거 아니냐면서 빈정댐을 당하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고향으로 내려와서, 속상하고 창피한 상황에서 친구들과는 만나고 싶지 않고, 가족들 사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데 오래간만에 본 가족들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혹시라도 불편하면 할머니네 집에 가서 살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냥 가족사이에서 있겠다고 대답을 하지만, 아빠에게 뭔가 다른 기운이 풍깁니다.

 

어쩐 일인지, 침실에서 자신이 입던 옷가지를 치웠다고 불편해하는 라세에게 엄마는 딸이 있는 동안이라도 숨기고 참으라고 이야기하지만 아버지는 더이상 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모습을 서서히 가족들에게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에서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정체성을 드러내게 되는 도화선이 되듯이.

어린 시절부터 강력하게 자신의 모습을 억누르던 존재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라세는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싶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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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빠의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는 한나, 참고 숨기면서 가족만의 비밀로 하자는 엄마,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농담처럼 받아들이는 오빠. 가족들은 모두 대혼란에 빠집니다.

60번째 생일날 아빠 라세는 마리안으로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면서, 생일 만찬 때 마리안의 모습으로 참석합니다.

라세는 과연 마리안으로서 인생 제 2막을 살 수 있을까요?

 

영화는 성정체성과 함께 다양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처음에 편견을 가지고 어색해하는 모습부터 자연스럽게 대하는 모습까지, 혹은 서로의 모습과 삶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다른 정체성과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같은 나이에 누구는 가정을 이루기도, 미혼이기도, 비혼이기도 합니다. 

서로 각각 다른 인생과 삶을 사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같지는 않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다양함이 공존한다는 걸 인정한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사실 다른 타인이라면 오히려, 편견없이 바라볼 수도 있지만, 가까운 사이인 가족일수록 더 편견에 사로잡힐 수도 있는 상황을 그리고도 있습니다. 아빠와 그리 친하지 못했던 오빠가 오히려 현실은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비해서, 겉보기엔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아빠의 모습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속으로는 강하게 거부하는 한나의 모습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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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명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함께 하고 싶기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합니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견없이 사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게 가장 힘듭니다.
때론 가장 가까이 하던 사람들을 떠나보낼 수도 있기에, 억누르면서 삶을 지속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고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응원없이는 힘겹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코믹하게 그려내서 더 재밌었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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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무뚝뚝함의 극치를 보였었던 전형적인 꽉막힌 노인을 연기했던 스웨덴 국민배우 롤프 라스가드와 딸 한나역의 한나 스티에른스테드(약간 오두리 두뜨를 닮았음)가 너무 잘 어울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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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우예, 런

<인생은 희극과 비극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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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 두딸과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음악가 우예가 갑작스러운 인생의 비극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극영화입니다.

스웨덴의 음악가이자 배우, 저널리스트인 우예는 1991년부터 팝 밴드의 리드 싱어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손떨림 현상이 심해지자 병원에 가서 진달을 받는데 파킨슨 병에 걸렸다는 갑작스러운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2015년 솔로 앨범 Spring Uje, Spring을 발표했으며, 이를 나중에 같은 이름의 자전적 연극과 뮤지컬 공연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알고, 뮤지션 활동을 했었으며 배우출신인 헬릭 휘페트르 감독이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던 작품인 만큼 독특한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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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파킨슨병처럼 의식이나 몸의 멈춤이 느껴지는 도입부의 연주 장면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이나 노래의 상황도 뮤지컬처럼 흘러가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내면의 독백이나 의식의 흐름같은 느낌을 줘서 재미있습니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혼자 파킨슨병에 걸려서 괴로워합니다.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왠지 모르게 늘 세상에 불만이 많은 아재들과 할배들이 혐오의 내용을 온통 쏟아냅니다.

생방송이기에 좋게 좋게 넘어가기도 했던 우예고, 평소 인간관계나 사람들과의 대화나 가족과의 대화에서 꾹꾹 참으면서 억누르는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자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예전엔 무조건 억누르고 참았던 상황들에서 정반대로 행동하거나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할 수 없는 일들이나, 못할 꺼라 미리부터 포기했던 일들을 모두 일단 해봅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 속의 분노를 노래로 승화시키기도 다른 활동을 함으로써 잊어보려고 하지만, 파킨슨 병에 걸렸다는 진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 병에 걸렸고, 앞으로도 그 상황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엔 따뜻하고 노란색 계열로 따스했던 우예의 옷과 가족에서의 색감도 일터에서는 우울한 푸른 빛과 서늘한 색감으로 변하고, 따뜻하고 선명했던 색감은 점차 바래가면서 변해갑니다. 

결국엔 서프라이즈 파티에서 밝히게 된 파킨슨병 관련 이야기를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백하고, 가족들에게 모두 알리게 됩니다.

힘든 상황에서 넘어져도 일으켜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따뜻한 가족의 의미를 되집어 보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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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원래 희극과 비극이 함께 존재하고, 영화도 그렇습니다.

우예의 파킨슨병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게스트토크 영상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봤지만(그 모습을 살짝 힘겹게 보시던 감독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고 영화 속에서도 자신을 연기하면서, 예술적으로 마음 속의 분노를 승화시키는 건 대단했습니다. 사실 영화가 많이 독특해서,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정지혜 영화 평론가님이 굉장히 궁금한 점들을 위트있게 질문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캡처.JPG

감독님과 우예

 

티켓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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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쥬짱 쥬쥬짱
39 Lv. 290992/300000P

감성으로 영화를 느끼는 사람. 

텍스트는 감성적이지만, 냉철한 현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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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2

  • golgo
    golgo
  • Christopher_Nolan
    Christopher_No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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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둘다 좋은 작품 같아요. 멋진 소개 감사합니다.
08:20
21.09.27.
profile image 2등
쥬쥬짱님 뜬금 없지만 아이폰 이신가요? ㅎㅎㅎ 자꾸 카메라 색감이 탐나네요 ㅎㅎㅎ
18:24
21.09.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Christopher_Nolan
아이폰인데 옛날 모델이예요.ㅋㅋㅋ
색감은 아이폰 보정으로 맞췄습니닷.ㅋㅋㅋㅋㅋ
18:26
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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