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영화제] 차터 - 여긴 온통 어둠 뿐이야, 그럼에도 (강스포)
제가 올해 제 10회 스웨덴 영화제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바로 개막작인 <차터> 였습니다. 양육권 문제로 인해 자식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 아이들의 마음을 설득시키는 엄마의 이야기 라는 짧은 줄거리가 엄청난 드라마를 보여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쁜 남편으로부터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엄마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영화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는 다른 느낌의 내용을 들려줍니다. 보통 양육권을 놓고 싸울때 영화 스토리상 한 쪽이 가정폭력을 저지르거나 부모로써의 덕목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이 영화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엄마와 아빠의 도덕적인 판단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누가 옳고 그른가에 대해 설명하기보다 둘의 양육권 싸움으로 인해 오는 파장과 그로 인해 겪는 네 인물의 심리적인 변화들이 영화의 핵심 내용이더라구요.
영화 자체는 엄마인 알리세의 1인칭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아이들을 놓고 남편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가듯 집을 나갔고, 그로 인해 아이들을 책임지지 못한 이유로 양육권 싸움에서 질 수 있는 불리한 요건이 생기게 되죠. 더불어 남편이 아이들에게 "너희들을 놓고 엄마는 도망간거야. 엄마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 라는 말을 수시로 듣고 자라 아이들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는 편에다가 경제적으로도 아이들을 부양할만한 능력이 없어 알리세는 나약하며 모든게 불안하고 불확실해보여요.
하지만 그녀는 늦은 밤 걸려온 아들의 전화 속 울음 소리와 점점 시간이 갈수록 양육권 싸움에서 질 확률이 높아진 상황을 보고 결단을 내립니다.두 아이와 함께 휴가를 떠나 아이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생각으로 전 남편 몰래 아이들을 데리고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죠. 거기에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남편에게서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을만한 모든 이유를 찾아내려 노력합니다. 또한 그동안 멀어졌던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도 시도하려 노력하죠.
서툴지만 차근차근 많은 노력으로 아이들과의 관계 회복은 점차 가능성이 보입니다. 딸의 거식증을 알게되며 진심으로 위로해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최선을 다해 어울리며 노력하죠. 그리고 딸의 몸에 난 상처와 늦은 밤 아들의 울음소리를 토대로 아이들을 추궁해 보지만 딸의 상처는 운동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듣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늦은 밤 아들의 울음소리는 햄스터가 죽어서 연락하며 운게 밝혀집니다. 설상가상 아이들을 몰래 데려가자 남편이 실종신고를 해서 수배령이 내려지고 그녀는 사면초가 상황에 이릅니다.
결국 남편이 찾아오고 그녀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보내려 하지만 딸은 아빠집에 가기 싫다며 도망가자고 하죠. 결국 아이들과 도망가 허름한 모텔에 들어가지만 가망없는 경제적인 미래의 현실 직시와 딸이 도망가자고 한 이유가 사실 지금은 가버리면 엄마는 혼자일거 아니냐 라는 말에 알리세는 한 순간 무너지고 결국 다시 전 남편에게 연락 후 본인 스스로 경찰에 잡힙니다.
남편은 경찰서에서 재결합을 한다면 지금 당장 풀어줄 수도 있다하고 (남편은 미련이 남아보여요.) 그녀는 정말 단호하게 그 제안을 묵살해버립니다. 몇시간 후 경찰서에서 풀려난 알리세는 깜깜한 밤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죠. 그러다 이윽고 전화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바다에서 나와 전화를 받고 딸과 지극히 일상적인 안부를 묻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깜깜한 밤바다를 딸에게 설명하며 "여긴 온통 어둠 뿐이야" 라는 이야기를 건네며 엔딩을 맺습니다.
결말은 상당히 어두운 느낌인데요. 알리세가 깜깜한 밤바다에서 수영하는 모습은 아이들을 보낸뒤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삶을 포기하는 느낌을 주는데 그 순간 딸로부터 전화가 오게 되고 지극히 일상적인 안부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원하고 내가 살기를 바라는구나를 인지하며 깜깜한 터널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을 그럼에도 자식들을 위해 버틴다는 어둡지만 희망적인 암시를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사실 엔딩이 결국 엄마가 양육권을 아빠에게 넘기는 내용이라 " 양육권을 포기한다는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싶기도 해서 공감이 가더라구요. 자기가 안전한 상황에서 못 키운다는 사실을 인지했기에 자괴감도 들었을테고요. 사실 장면장면마다 여러번 알리세의 뒷모습을 보여줘요. 뭔가 계속 돌아볼때 불안하고 힘들어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미 자기도 양육권이 올 확률이 적다는걸 아는 상황에도 끝까지 양육권을 지키려는 마음과 만약 양육권이 와도 내가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는듯한 얼굴 표정이 섞여져 보이는 연출도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더 찡하게 느껴졌습니다.
엔딩까지 보고나선 슬프다기보단 참 여러가지 미묘한 생각들이 많이 들었는데, 아이들 또한 엄마와 함께 있고 싶지만 엄마의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아빠 대사처럼 아이들도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과 환경이 있는 안정적인 삶을 더 지향할텐데 혹여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는 상황이더라도 순간 엄마에게 가는 결정을 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이혼 자체가 아이들이 결국 한 부모를 선택하는 과정에 속해 있는데 아이들을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경찰서에서 남편이 재결합을 이야기했을때 단호하게 거절하는 알리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알리세는 남편과 물리적인 문제 (가정폭력)로 곁을 떠난 느낌을 은유적으로 계속 보여줘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했는지 의심하고 재결합 이야기도 단호히 거절한듯 보였는데 저는 솔직히 그 짧은 순간에 아이들과 알리세의 얼굴을 교차시켜주는데 당연히 재결합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아이들을 그만큼 사랑하니까 근데 거절하는 걸 보며 좀 놀랐다가 문득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포기하는게 부모의 삶일까?" 생각이 들어서 제 생각이 좀 창피해지더라구요. 문득 부모의 희생을 자식들은 당연하다고 봤던거 같아서요. 여기서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는 개막작답게 관객들에게 단지 이혼 가정의 문제나 이혼의 문제점만 담은 영화가 아니라 가족은 어떤건가?,가족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해야 할까? 같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좋은 영화였어요. 특히나 눈 덮힌 스웨덴의 모습과 카나리아 제도의 따스하고 휴향지스러운 모습을 기온이나 색상의 대비 뚜렷하게 주어서 스웨덴의 자연경관을 아름답게 담아준 것 같아요. 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방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리며 시작하는 오프닝과 깜깜한 바다에서 전화를 받으며 끝나는 엔딩의 수미상관도 참 좋았답니다. 저에겐 아만다 셰르넬 감독의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꽤 알려진 감독님이어서 다른 작품도 한번 찾아보려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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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너무 죄송해요. 리뷰인건만 생각하고 스포일거란 생각을 미련하게 못했네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