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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나이트> 2. 장면과 구도 (리뷰, 스포有)

영화를본관람객 영화를본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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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그린 나이트>의 영화 내 장면과 구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영화의 상당 부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되도록 글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린 나이트>는 등장인물만이 아니라 장면과 구도에도 깊게 신경 쓰며 찍은 섬세한 영화이다. 미동없이 부드럽게 진행되는 롱 테이크 기법을 선호하는 감독의 영화 스타일과 같이 이번 영화 역시 롱 테이크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특정 장소와 공간에 살아가는 주체의 시간을 담아냈던 <고스트 스토리>와 같이 이번에는 전진하는 불변의 시간그 자체를 담아낸다. 하나의 차원이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어진 다양한 도구로 현실의 역사에 근접한 영화라는 예술로 경이롭게 녹여냈다.

 시간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제시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린 나이트를 참수하기 전후로 시간의 개념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 중요한 사건은 영화의 롱 테이크에도 영향을 끼치며 불변의 시간, 영겁의 시간을 끝없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90l24oe3yki71.png.jpg

<오프닝 이후로 이어지는 농장 롱테이크>

 

 영화의 프롤로그가 지나고, 첫 장면이 등장하면, 그곳에는 동물들이 지내는 집 안 작은 농장과 저 멀리에서 점점 불이 번지고 있는 집 하나를 프레임에 담아낸다. 농장에 인간들이 등장하면 그곳에 있던 동물들은 말 한 마리만 남은 채, 그 이전에 다 사라지고, 농장 옆집에서 지내고 있던 가웨인의 집으로 천천히 트랙 아웃하며 창문을 이용한 또 하나의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롱 테이크는 가웨인이 잠을 자다가 물을 맞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단지 그린 나이트의 참수 전에 등장하는 유일하다 싶을 정도의 롱 테이크이기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장면에서는 이분법적인 영역적 시간의 침범이 존재한다.

앞서 <그린 나이트>를 인간과 자연으로 분리해 해석한 점을 빌려 이 오프닝에 대입해보면 농장에 살아가는 동물들은 자연, 불타는 집은 인간의 세계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불은 농장이라는 동물들의 자연의 세계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나 간섭이 없는 이상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철저히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이 세계는 인간의 등장으로 허물어진다. 불이 더 거세지자 농장 문을 열고 등장한 인간은 말을 가져가고, 그들의 기척을 느낀 동물들은 프레임 아웃하여 사라진다. 쭉 이어질 거 같던 동물들의 시간이 끝나고 트랙 아웃하여 잠자는 가웨인이 보여주는 것은 자연의 시간이 마치 꿈과 같이 느껴지게 하고, 본격적인 인간의 시간에 주목해보자는 제시와도 같다. 자연의 시간을 침범하고 제쳐두고 강제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야기의 함축과 주제를 어렴풋이 담아낸 롱 테이크 오프닝을 뒤로, 그린 나이트의 참수가 진행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롱 테이크 샷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가웨인이 어린 아이들과 마을을 등지고 먼 길을 떠나는 장면, 도둑 스캐빈저를 처음 만나는 장면, 도둑들에게 당하고 짧은 회상에 잠기는 장면, 정령을 따라 호수로 향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geurin-naiteu-gaideu-yeongsangmp4-20210726-160722309_avcu.600.webp.jpg

< 가웨인이 아이들과 마을을 등지고 떠나는 롱테이크 >

 

가웨인이 긴 여정을 떠나기 위해 아이들과 마을을 등지고 떠나는 이 초라한 장면은 가웨인의 처지를 탁월하고 적나라하게 담아낸 장면이다. 그 어느 장면보다 가웨인이 느끼는 고독함을 잘 담아낸 장면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등 뒤에는 어린아이들이 따라오고, 길만 내어져 있는 초라한 벌판만이 뻗어 있다. 오른쪽 위 한켠에는 그가 떠나온 마을의 성도 보인다. 정중앙에 위치해 말을 타고 걸어오는 이 기사는 정직하게 자신에게 놓인 길만 나아갈 뿐이다. 아이들의 부름에도 대답이 없는 이 기사는 자신의 공허하고 침울한 감정을 묵언을 통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에게 용기를 복 돋아주던 아이들도 기사의 반응이 없자 뒤를 돌아 떠난다. 홀로 남겨진 기사는 자신이 걸어갈 길을 걷기만 한다. 롱 테이크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초라한 배경과 공간, 끝없는 시간은 기사를 외롭고 비참하게 보여준다. 끝내 측면의 모습이 카메라로 담겨 역동적이고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를 이끌어내는가 싶지만, 그의 측면은 감정을 숨기고 묻어간다는 의미에 가까워 보인다. 1년이라는 시간을 쏜살같이 보내고 명예와 영광을 뒤로 한 채 아득한 미래로 나아가는 피조물을 우직하고 선명하게 표현한 훌륭한 장면이다.

 

 

 

 가웨인이 도둑 스캐빈저를 만나는 장면은 시간과 대화, 각도에 따른 심경변화를 수려하게 표현해낸 장면이다. 이 장면은 롱 테이크로 구현되었기에 더 빛을 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가웨인은 녹색 예배당을 찾아가기 위해 드러선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땅에서 스캐빈저를 만난다. 스캐빈저는 가웨인과 대화하며 그를 처음엔 낮잡아 본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질수록 스캐빈저는 가웨인에게 경계심을 풀고 행동과 말을 통해 가웨인을 기세등등하게 대우해준다. 가웨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카메라는 가웨인과 스캐빈저를 위에서 아래, 부감으로 잡아내 그들을 별 거 아닌 존재처럼 보여주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내려가는 카메라는 아래에서 위, 앙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위대한 기사처럼 보이게도 하고 스캐빈저의 꾀임이 성공해 전세가 역전되었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낸다. 그저 평범한 장면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앞으로 일어날 운명을 암시하고, 짧은 시간 내에 인물 설명과 사건의 진행을 돕게 해주는 이 롱 테이크는 결코 단순하다고 할 수 없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시간과 뼈대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green-knight.jpg

<가웨인이 스캐빈저 일당에게 당해 숲 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장면>

 

스캐빈저 도둑 일당에게 당한 가웨인이 밧줄에 묶여 홀로 숲에 남게 되는 장면에서는 시간과 자연의 섭리, 수긍과 의욕을 보여준다. 가웨인은 스캐빈저 일당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되어 나무 앞에 꼼짝없이 누워있다. 그가 회상을 시작한 것인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인지, 카메라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돌며 생기 없던 풀숲이 초록빛으로 무성하게 생명을 되찾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웨인의 시체는 부패해 해골이 되어 있는데, 그의 포기와 수긍이 죽음의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의미를 은유한다. 여정을 중간에 포기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왼쪽을 향해 돌던 카메라의 무빙과도 연관성을 지닌다.

보통 왼쪽은 부정, 오른쪽은 긍정의 의미를 지닌다. ‘바른의 의미를 지닌 오른이라는 단어로 인한 긍정의 의미도 있으며 영단어 ‘right’, ‘left’에서 오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도 갖는다. 왼쪽으로 향하는 카메라의 무빙에서도 가웨인의 사고와 수긍은 부정으로 다가오고, 카메라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 시간이 역행함과 동시에 현실로 돌아와 가웨인이 방법을 찾아 몸부림 치는 행동도 의욕을 되찾아 그가 목표하는 옳은 길을 간다는 의미를 담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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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상'의 후반부 장면. 그린 나이트의 호수 장면과 유사하고 컷의 의미 또한 비슷해 보인다>

 

 정령을 따라 호수로 향하는 롱 테이크 장면은 롱샷 측면의 구도로 보이며 하나의 광원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후반부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장면은 오른쪽에 위치한 빛나는 호수로 향한다. 가웨인은 주저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그녀가 선한 존재인지 불명확한 의심의 기류 속에서, 시간이 정지한 영적인 존재를 믿는다는 점에서 그는 거리를 두게 되지만, 왕족에게 빛을 내리고, 가웨인에게 빛을 내렸던 광원이기에 가웨인이 정령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향하는 방향과 발걸음은 거짓되지 않다. 그가 정령과 함께 지내며 생기게 될 긍정적인 결과의 암시이기도 하며 죽어버린 존재, 멈춰버린 시간에 한 발자국 나아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고스란히, 대놓고 드러나는 기법이 롱 테이크이긴 하지만, 이 기법만큼이나 중요한 점프 컷’  편집 기법이 있다. ‘점프 컷은 컷을 전환하여 이전과 이후의 장면 속 시간을 건너뛰는 편집 기법이다. <그린 나이트>에서는 이 점프 컷 기법을 활용하여 시간의 함축을 만들어내고 생략된 시간에서의 공허함을 만들어낸다. 점프 컷이 유용하게 사용된 씬은 크리스마스 게임챕터가 끝난 뒤의 씬, 그린 나이트 앞에서 자신의 앞으로의 인생을 예견하는 회상 씬, 대표적으로 이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린 나이트>에서 큰 주축이 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대립도 있으나 인간의 두려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점프 컷은 영화 내에서 공허를 통해 그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크리스마스 게임이 끝나고 1년이라는 시간이 생략되어 표현되는 씬은 그만큼 갑작스러우면서도 허무하게 느껴진다. 대서사시가 이어질 거 같은 중압감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맥이 빠지는 듯싶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가웨인에게 느껴지는 위압감은 덜어지고 기사보다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그를 보게 된다. 시간 앞에서 무력해지는 우리는 어느 신분을 가지더라도 동등한 관계이며 끝에 도달하게 되는 깨달음과 숙고의 결심에도 접점을 지니게 된다.

 

 

greenknight1.png.jpg

<미래 회상 씬 내에서의 왕이 된 가웨인>

 

마지막 회상 씬은 1년이라는 거대한 시간보다도 더 광활한 점프 컷을 이용하며 영화를 다시 한번 더 복습하고 회고하게 해준다. <그린 나이트>라는 영화 안에 또 다른 작은 영화를 만들어 상징과 참혹한 일생의 향연을 보여준다.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의 약속으로부터 도망치게 된 이후의 삶을 떠올리며 굵직한 사건들로 점프 컷 되는 씬은 그마저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할 것을 보여준다. 수많은 고된 과정의 생략 (아들의 죽음, 진정한 사랑을 배반한 가문을 위한 결혼, 각국의 전쟁)과 역사의 한 축을 이뤄 지냈음에도 그를 보호해주던 초록 끈을 결국 풀어 찾아오게 될 운명에 굴복할 것이라고, 점프 컷으로 필연적인 숙명을 묘사한다. 이 회상 씬은 무엇하나 필요 없는 컷을 집어넣지도 않았으며 이전부터 뿌려놓은 색의 의미와 상징, 거쳐온 여정들과 과거의 순환을 되새긴다.

 

 점프 컷을 이용해 영화 일부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몇 장의 사진만으로 설명하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두 씬에서 나오는 장면의 해체와 결합이 영화 전체를 이룰 만큼 중요하고 신중한 기법이며 빠져선 안 될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롱 테이크, 점프 컷을 이용한 편집 기법에 이어 마지막으로 구도와 배치를 얘기하며 마무리 지을까 한다. 롱 테이크 기법에서도 반복적으로 가웨인에게 주어지는 중앙 배치와 의도적인 상승의 구도가 시각적으로 눈에 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감독은 이미지의 구도와 배치를 통해 가웨인을 곤경에 처하게 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의 여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위상을 드높인다.

 

 

 

 

 가웨인을 중앙에 배치하여 정면을 응시하게 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첫 프롤로그 장면에서부터 가웨인은 왕좌에 앉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마지막 미래를 예측하는 회상 씬에서도 초록 띠를 풀기 전, 왕좌에 앉아있는 나이 든 가웨인의 고뇌하는 모습으로 초췌하고 가련한 최후를 보여준다. 여정 중에도 앞서 언급한 스캐빈저 일당에게 당해 빈털터리가 돼 포박되어 꿈쩍 못하는 롱 테이크 씬, 성과 아이들을 뒤로하고 긴 여정을 떠나는 가웨인의 모습들이 있다. 이 씬들은 대체로 가웨인을 중앙에 배치하면서 정면 전체를 드러내고 롱샷 위주로 그를 담아내는데, 중앙과 정면의 특성이 한 인간을 표현하기에 무엇보다 솔직하고 진실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에 사물이 배치되면 우린 온전히 그 사물과 물체에 집중하게 되고 그 이미지의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지녀야 하기도 하는 중앙이라는 위치는 그렇기에 부담감도 느껴지는 위치이다.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을 중앙에 배치하며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적용 시킨다. 이미지를 온전히 그에게 책임지게 하면서 동시에 부담감이 나타나는 효과를 준다.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왕좌에 앉아있을 때, 그린 나이트에게 최후를 맞이하러 갔을 때, 그의 중앙 배치는 그를 움직이게 하고 심판대에 오른 죄수와 같이 보이게 한다.

 

 

 

 

 

The-Green-Knight-Green-Chapel.jpg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가 있는 녹색 예배당에 도착한 장면>

 

중앙이라는 위치 자체만이 그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면을 위주로 담는 샷도 이 중앙 배치에 효과를 더해준다. 솔직하고 진실돼 보이게 하는 정면은 가웨인의 초조하고 불안한 심리를 온전하게 보여준다. 모든 감정과 떨림이 벌거벗겨진 채로 보여 관객이 그에게 동화될 수 있게 만들고 관객마저 그를 의심하게 만든다. 중앙의 책임감을 솔직한 감정으로 중화시켜 가련한 한 인간이 이 긴 여정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 것인지 끊임없이 묻게 만든다. 가웨인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용맹한 기사와 다르게 느껴지는 점도 이 중앙의 배치와 정면을 담아내는 전체적인 샷의 구도가 있었기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상승의 구도는 정상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향하는 위치, 계급과 엮어 의미를 생성하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승의 구도는 <그린 나이트> 내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데, 가웨인이 세 개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때, 정령을 만나 그녀의 두개골을 찾기 위해 입수했을 때 나타난다. 상승하는 움직임이 신속하지 않은 것이 더디고 지친 가웨인과 맞물려 표가 나진 않지만, 이는 자신의 목표를 향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세 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씬은 익스트림 롱샷으로 촬영되었고, 가웨인의 시점에서 보여주지 않은 채, , , 북에 세 개의 길을 배치한다. 가웨인은 동쪽에 위치해 서, , 북 중 어느 길을 갈지 고민하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그는 북쪽, 위로 향하는 길을 택한다.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감독이 가웨인의 시점에서 갈림길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멀리에서 가웨인을 담아내 그의 기준에서 올바른 의미를 갖는 오른쪽 길을 택하게 하고, 동시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위를 향하는 이중적 의미를 연출했다. 만약 가웨인의 시점에서 이 장면을 연출했다면 오른쪽으로 힘없이 터덜터덜 프레임 아웃하는 가웨인의 모습이 보였겠지만, 그가 익스트림 롱샷으로 오른쪽 길과 상승하는 길을 택하는 것 같은 구도와 샷을 만들어 가웨인의 여정과 하나의 컷을 빛냈다.

 

skull.PNG.jpg

<호수에 뛰어들어 정령의 두개골을 짚는 장면. 이 이전에 물에 뛰어든 가웨인의 장면이 나온다>

 

 정령의 두개골을 찾아주기 위해 입수하는 장면에서의 상승 장면은 아주 짧게 나오지만, 그 이전과 이후의 상황과 연결지어 보면 짧지만 중요하고 강렬한 샷이라고 생각한다.

 가웨인은 정령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그녀의 부탁으로 집 앞 호수에 도착하게 된다. 정령의 부탁은 자신의 두개골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가웨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묻지만, 정령은 시원찮게 반응한다. 가웨인은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것을 깨닫고 주저하지 않고 물에 입수한다. 이때 아주 잠깐 하강하는 가웨인의 모습이 아닌 물속으로 상승하는 가웨인의 샷이 나오고 그는 빨간색을 가진 빛을 받아가며 정령의 두개골을 발견한다.

 영화 서사 내에서 본다면 짧은 순간의 이야기이지만, 기승전결을 가진다. 가웨인의 성장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정령의 부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녀에게 뭔가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며 갈등하다가 시원찮은 반응에 그와는 맞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의 결심이 굳고, 두개골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초조하게 만드는 구간은 절정을 가지며 두개골을 찾음과 동시에 결말에 다다른다. 이 이야기와 샷들 사이에 껴있는 상승의 구도를 가진 짧은 샷은 전환점이자 가웨인이라는 한 인간의 결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그 이후에도 내적갈등으로 인해 심적인 갈등이 수없이 이뤄지지만, 이 짧은 순간에도 하나의 결정적인 샷으로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가웨인을 암시하는 장면이자 구도 및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린 나이트 리뷰 및 분석 글이 올라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적다보니 양도 늘어나고 정리도 하느라 업로드가 늦어졌네요..

다음은 '형식과 음향 그리고 색'으로 <그린 나이트> 마지막 분석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그린 나이트> 분석 및 리뷰가 도움이 되고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밌게, 유익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

 

영화를본관람객 영화를본관람..
4 Lv. 1999/2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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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여러모로 참 퍼즐 같은 영화라 다른 분들 해석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17:48
21.08.26.
profile image 2등
잘 읽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람들마다 다양한 해석이 있고 그래서 좋은 영화인거 같아요 ㅎㅎ
22:56
21.08.26.
profile image 3등
지금까지 읽었던 그린나이트 해석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네요! 이 영화는 꼭 나중에 다시 보고 싶네요!
09:56
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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