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이 된 도쿄 올림픽 개막식 원래 기획안....
일본에서 최근 난리난 주간문춘의 특종기사입니다.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성우 오가타 메구미, <춤추는 대수사선> 감독 모토히로 카츠유키 등이 트위터로 공유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네요.
이대로 개막식 했어야 했다고 말입니다.
확실히.. 실제로 나온 개막식보다 훨씬 근사해보이네요.
https://bunshun.jp/denshiban/articles/b1486
환상의 ‘미키코팀 버전’ 올림픽 개막식을 완전재현!
만약 실현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본지가 입수한 사진과 자료로 재현해보니...
본지는 최대의 세레모니인 (올림픽) 개막식을 둘러싼 혼선을 보도해 왔다.
혼란의 원인은 작년 5월 연출 안무가인 '미키코(Mikiko)'가 갑자기 연출 책임자 자리를 빼앗긴 것. 미키코를 대신해 책임자 자리에 오른 '덴츠(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출신의 CF 크리에이터 ’사사키 히로시‘는 이미 완성된 미키코의 기획안을 무참히 자르고 뜯어 고쳤다.
하지만 그 사사키 히로시도 올해 3월, 본지가 '와타나베 나오미(일본 개그우먼)’를 돼지로 비유한 부적절한 기획안을 그가 제안했던 것을 보도하자 사임하게 되었다.
본지는 미키코 팀이 완성했던 ‘환상의 기획안’을 입수해서 그 내용을 공개해 왔다.
지난해 4월 6일에 IOC에 프레젠테이션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미키코는 이 기획안의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원래 미키코가 연출 책임자였던 2019년 6월 시점에서 기획은 완전히 백지 상태였다. 미키코는 총 7시간에 달하는 개, 폐막식을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했다. “이 일이 끝나면 은퇴한다”고 주변에 말할 정도로 쉴 틈 없이 혼신을 쏟아 부었다.
이는 미키코팀에 모인 크리에이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스테이지의 연출 방법, 개회식을 관통하는 스토리 만들기, 의상의 방향성...
정예 크리에이터들이어서 저마다 바빴지만, 올림픽 최대의 세레모니를 위해 풍부한 재능을 가지고 모여서 갈고 닦으며 융합해 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281쪽에 달하는 기획안이었다.
의상 디자인에서부터, 출연진의 부킹까지, 준비는 다 갖추었다.
그리고 실전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미키코를 비롯해 미키코팀에 모인, 일본이 자랑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만들어냈음에 불구하고, 사사키 히로시로 교체되면서 봉인되고만 ‘환상의 기획안’
세금이 투입되고,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된 도쿄 올림픽은 어쩌다 딴 길로 새어버렸을까. 올림픽이 끝난 지금, 딴 길로 새어버린 것을 상징하는 귀중한 역사자료로서, 잃어버린 ‘미코팀 버전 개막식’을 완전 재현해본다.
***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세리머니는 오토모 카츠히로의 만화 <아키라>의 주인공이 아끼는 빨간 오토바이가 신 국립경기장을 달리는 장면으로 막을 올린다.
카운트다운이 제로가 되면, 중앙에서 돔이 튀어나오고, 그 안에 스테이지가 펼쳐진다. 그곳에 서 있는 건 ‘퍼퓸(일본 인기 걸그룹)’ 3명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Welcome to Tokyo”라는 목소리.
이것을 신호로 흘러나오는 건, 음악 프로듀서 ‘나카타 야스타카’가 작곡한 음악이다.
퍼퓸이 서 있는 무대 주변에 프로젝션 맵핑으로 도쿄 거리가 차례차례 비추어진다. 첫 번째는 시부야다. 와이어프레임으로 시부야 빌딩을 재현한다.
퍼퓸이 서 있는 무대는 시부야의 랜드마크 시부야109 빌딩으로 변한다. 이어서 거리 풍경이 변화하여 가부키쵸, 아키하바라, 아메요코 등으로 바뀐다.
이전까지 흑백이었던 풍경이 갑자기 형형색색의 네온으로 빛나게 된다. 그리고 영상이 바뀌고 도쿄 지하철 노선도가 비추어진다.
거기서 와이어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로 등장하는 것이 가수 겸 댄서인 미우라 다이치, 그리고 그를 따라서 도쿄역 역무원들로 분장한 댄서들이다.
미우라 다이치의 얼굴이 프로젝션 맵핑으로 비춰지고 그것이 조금씩 나무뿌리로 변해간다. 무대 가득 뻗어나간 뿌리는, 거목이 되어 하늘로 뻗어간다. 수목의 생명력을 그대로 전달 받아서 여배우 츠치야 타오와 세계적인 댄서 츠지모토 토모히코가 춤을 춘다.
미우라 다이치의 얼굴은 이윽고 눈동자가 되고, 시계가 된다. 시계의 중심에서 춤추는 이가 Aya. 마돈나의 백댄서를 맡은 적도 있는 실력파 댄서다.
무대에는 빛나는 프레임으로 변형된 다실이 등장한다. 그 안에는 세계적인 댄서 스가와라 코하루가 조용히 앉아 있다. 이어서 시작된 스가와라의 춤은 궁술 등 일본의 전통적인 움직임이 반영돼 있다.
그리고...
경기장에선 빛나는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빌딩가가 ‘네오도쿄’를 형성해 간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도시에 댄스 그룹 ‘도쿄 게게게이’와 고등학생 댄서들이 도약한다.
그리고 무대에 오토모(카츠히로)가 새로 그린 ‘네오도쿄’가 떠오른다.
방울 소리가 울린다. 무대 중심에 한줄기 스포트라이트가 비춰 진다. 빛을 받는 이는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 빛나는 지팡이를 땅에 꽂자,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모리야마가 춤을 추자 그 움직임에 맞춰서 주변 공간에 출연한 기하학적인 무늬가 아름답게 춤을 춘다.
게이트에서 빛이 들어오고, 빛의 길을 따라서 일본 국기가 운반된다. 선도하는 이는 등불을 쥔 아이들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의 과거 영상을 되돌아 보는 이는 ‘전설의 올림픽 경비’로 설정된 와타나베 나오미다. 상영이 끝나면 와타나베는 마지막 준비를 하기 위해 조종실 팀원들에게 시원스럽게 지시를 내린다. 일본의 직장 사무실처럼 스태프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런 와중에 스크린에는 “READY?”라는 문자가 뜬다. 스크린이 이동해서 조종실을 둥글게 둘러싼다. 공연장에는 수많은 언어들로 “READY?”라는 글씨가 뜬다. 와타나베가 하늘을 올려다 보자, 거기에는 증강현실(AR)로 지구가 출연한다.
지상에는 스스로 달리는 빛나는 공과 거기에 맞춰 여성 댄서가 춤을 춘다. 상공에 나타난 드론은 경기장의 프로젝션 매핑 변화에 맞춰 올림픽 로고에서 지구 모양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드디어 선수 입장이다. 세계 대륙을 본뜬 무대 사이 사이로 각국 선수들이 행진한다.
입장이 끝나자 공중에 나타난 세계 지도, 이윽고 그 지도는 무대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중심은 IOC 위원장 및 조직위원회 회장들을 위한 연설대다.
일왕의 개막 선언이 끝나면 세계 대륙을 본뜬 스테이지는, 비둘기 형태로 변한다. 하늘에선 비둘기를 본뜬 무수한 종이비행기들이 내려온다.
경기 소개는 (게임회사) 닌텐도의 대표이사 미야모토 시게루가 감수한 것이다. 스크린에 비춰지는 비디오 영상에는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도 등장했던 슈퍼마리오가 파이프를 통해서 도쿄로 온다. 마리오가 공을 던지자, 그 공은 일본이 자랑하는 캐릭터들에게 차례로 패스된다. 헬로 키티에서부터 <캡틴 츠바사>의 주인공 오조라 츠바사, 도라에몽, <드래곤볼>의 손오공, 팩맨, 소닉, 피카츄 등... 마지막으로 다시 공이 마리오의 손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리오는 무대에 설치된 2개의 스크린으로 점프! 그리고 시작되는 것이 경기 소개, CG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흥을 돋군다.
드디어 피날레다, 앞서 비둘기 모양이었던 무대가 이번에는 성화 주자를 본뜬 인간형 스테이지로 바뀐다. 성화를 들고 달리는 주자의 모습이다. 마지막 성화 주자는 인간형 스테이지의 심장부에 있는 점화대에 불을 붙인다. 그러면 인간형 스테이지의 윤곽을 따라서 서서히 불꽃이 타오르고 불은 성화대의 꼭대기에 도달한다.
도쿄 올림픽의 시작이다.
이것이 환상으로 남은 ‘미키코판 개막식’의 전모다. 미키코뿐만 아니라, 미키코팀에 모인 약 500명의 혼이 담긴 잃어버린 기획안. 크리에이터의 재능과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은 이것으로 끝내야 할 것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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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 때 유독 한국 선수들 입장할 때만 바로 경기장 전체 화면으로 돌리는 거.. 아무리 한국이 싫어도그렇지 그걸 저런식으로 표현하는 거 보고, 개폐막식의 퀄리티에 앞서 개최국의 기본적인 매너 부분에서부터 실망한 올림픽이었습니다.
레디라는 단어에 한국어도 빠졌어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쩝 ...
아주 난도질을 해놓은거네요. 올림픽 계의 스나이더 컷인지... 이카로스처럼 폭로 다큐도 나왔으면 해요.
저렇게 공들여 야심차게 준비를 했을텐데 도대체 왜......
이웃국가 인데도 깨알같이 한글은 없는거 보니 오리지널 맞네요.ㅋㅋㅋ
결국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때문이라느니 개막식 직전 사퇴이슈 때문이라느니 어쩌니 해도
그걸 잘 봉합하고 있어보이게 꾸미는게 역량인데 그러지 못했다는게 일본의 한계를 보여준거죠.
평창올림픽도 처음에 그 이상한 소개동영상 할때만 해도 난리였고
온갖 세금슈킹, 비선, 대선 등등 기타 국내 이런저런 우리들만의 사정을 잘 수습하고 괜찮게 열었거든요.
심지어 쟤들은 코로나 때문이라고 1년 연기까지 했는데도 저 정도라는건 대책도 없었다는걸 의미하는듯 합니다.
코로나가 아닌 뭔가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결국 우왕좌왕 엉망진창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는거죠...
중국하고도 역사 갈등 적지 않은데, 중국은 무시못할 나라니 빼지 못하는 거 같고.. 한국이 만만한가 봅니다.
원안대로 했다해도 한글이 빠진걸 보니 사퇴당해서 안됐다 싶던 마음이 싹~ 사라지네요
기획부터 한글을 뺀건지 압력을 받아 뺀건지...
어느쪽이든 수준과 견적이 나오네요
저 기획안을 어쩌면 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때 활용할지도 모르겠네요. (어려움 속에 치른 도쿄올림픽을 나고야에서 극복한다는 스토리로...?) 물론 메인은 나고야가 배경인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너의 이름은"에 맞춰지면서 조금 바뀌겠지만요
아키라 바이크로 네오 도쿄? 시작하는 건 확실히 대단합니다. 그나저나 한국어만 쏙 빼놓은 거 보니 역시 섬나라 종특 쫌스러운 건 어쩌지 못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