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로 (Crossroads) 1986 - 교차로와 악마와 블루스
랄프 마치오가 아직 청춘스타일 때 출연했던 코메디영화이다. 미니멈 수작인 영화다.
이 영화는 로버트 존슨의 일화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다. 나는 블루스와 락을 잘 모르지만, 블루스가 재즈, 락 등 모든 쟝르의 출발점이 되는 음악이라고 한다. 블루스는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이 뉴올리언스의 척박하고 무더운 열기 속에서 강제노동을 할 때 한과 괴로움 그것을 극복하려는 즐거움 등을 흑인 민속음악과 타 쟝르 음악들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것이라 한다. 그것을 완성시킨 이가 로버트 존슨이다. 불세출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음악을 별로 잘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잠깐 사라졌다가 나타나니, 놀라운 기타 연주실력과 음악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로버트 존슨은 자기 연주 방식을 철저히 비밀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설이 생겨났다. 이른 아침 교차로에 가 서있으면 악마가 지나가는데, 이때 악마에게 혼을 팔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존슨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난다.
랄프 마치오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학생인데, 클래식 음악에 한계를 느끼고 블루스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에게 꿈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저 위대한 로버트 존슨과 연주했던 전설적인 블루스 음악가 윌리 존슨이 살아 바로 우리 집 옆 양로원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윌리 존슨은 로버트 존슨이 작곡한 미발표곡을 갖고있다 한다! 이것만 찾아내서 연주할 수 있다면 음악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랄프 마치오는 윌리 존슨을 양로원에서 탈출시켜 그와 함께 로버트 존슨의 고향 - 블루스의 본원인 뉴 올리언스를 찾아간다.
이 영화는 로드 무비다. 재능과 야심에 충만했지만 세상도 모르고 인간관계라든지 한이라든지 괴로움이라든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 랄프 마치오가 블루스 음악가가 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점은, 블루스음악의 그 끈적끈적한 한과 괴로움, 즐거움의 정서를 한껏 재현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보면, 아마 서편제같은 영화로 느낄 지 모른다. "네가 가져야 할 것은 한의 정서야"같은 말을 윌리 브라운이 랄프 마치오에게 한다.
윌리 브라운은, 블루스를 배우겠다는 백인 소년이, 온실 속 화초처럼 모든 것을 갖춘 이 백인소년이 못마땅하다. 양로원을 탈출할 도구로 잠시 이용해 먹으려고 했는데, 이 소년이 의외로 무척 진지하다. 둘 간에는 인간적인 유대와 사제관계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유진이라는 노숙자 소녀가 끼어들어 일행은 셋이 된다.
랄프 마치오는 유진과 사랑에 빠지지만, 윌리 브리운도 유진도 알고 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돌아보지도 말고 헤어지는 거다."
사실 이 영화는 한없이 어둡고 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청춘스타를 고용하여 잘 팔리는 코메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들은 마침내 끈적끈적하고 어둔 정서와 슬픔 화끈함이 공존하는 뉴올리언스에 도착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배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랄프 마치오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음악을 샀던 윌리 브라운을 위해 악마와 기타 대결을 한다. 이 대결장면은 아주 화끈하고 재밌지만, 영화는 오락영화로 확실히 방향추를 정한다.
랄프 마치오가 악마에게 밀리다가 클래식 기타를 락음악에 응용하여 악마는 듣도 보도 못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악마에게 이긴다. 너무 뻔한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렇게 단순한 주제보다 한번 더 비틀어서 심각한 주제를 불어넣었으면 어땠을까?
아주 잘 만든 오락영화다. (오락이라는 말을 여기 붙이는 것이 가슴 아프다.) 랄프 마치오를 빼면 연기들도 다 일급이다. 의외로 우리 동양적인 주제인데, 역마살 때문에 어디 안주하지 못하고 사방을 떠도는 사람들의 한의 정서 - 뭐 이런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랄프 마치오만 보고 내용 없는 가벼운 코메디 정도로 생각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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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힐 감독은 사랑입니다.
베스트 키드로만 아는 배우인데.. 이런 영화도 찍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