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잘리카투] 후기 - 미쳐 날뛰는 믹싱, 묵직한 풍자.
사람과 짐승의 경계가 혼탁해지며 뒤섞이는(mixing) 모습
사운드 믹싱
이 두 가지에서 크게 압박을 받은 영화였습니다.
인트로에서 하루하루 푸줏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고기를 즐기며 평안한 일상을 보여주다가 하루는 물소 한마리를 잡지 못하고 놓쳐 버린 탓에 마을의 일상이 크게 망가집니다. 이는 처음엔 단순히 재산 피해가 난 비교적 작은 소동이며 곧 끝날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소문을 들은 불량배들이 몰려오고 차츰 사건이 점점 커져가며 급기야 주인공과 악연이 있던 인물까지 여기에 끼여들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틀어져 가고 맙니다.
관람 직후엔 이게 무슨 괴상한 난투극인가 하며 나왔지만,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인터넷 상에서 크게 활약(?)중인 키보드 워리어들이 떠올랐습니다. 사소한 원인으로 어느 작은 논란이 생기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을 넘어 아무 관계없는 제3자들이 모여들어 커다란 싸움판이 형성되는 광경을 너무나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설령 당사자들이 더 이상 싸움을 원하지 않고 끝내려 해도, 그 3자들은 여전히 싸움을 지속하려 하고요. 마치 영화 후반에 푸줏간 사람이 결국 소를 잡았고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광기어린 마을 사람들에 의해 주장이 반박되며 끔찍한 파멸을 맞는 것처럼.
굳이 인터넷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수많은 예시가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인간의 근본적인 폭력성을 인도의 어느 한 시골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빌려 적나라하게 풍자하려고 한 게 아닐까라는 제 생각입니다. 영화 엔딩에서 원시인 복장을 한 듯한 마을 사람들이 소를 잡는 장면 또한 이는 고대부터 시작된, 상당히 오래된 성질임을 나타내려 한 것 같고요.
그리고 사운드가 참 미쳤어요. 대개의 일반적인 영화는 스크린 뒤에 있는 전면 스피커로만 거의 대부분의 사운드가 들렸는데, 잘리카투는 대체 믹싱을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서라운드로 생생하고 강력한 사운드를 아낌없이 발휘해 줬습니다. 사람들 호통 소리, 소 울음소리, 발걸음, 시계바늘 같은 소리 등등이 정말 현장에 있는 듯 했고 특히 소가 빠진 구멍 속에서 비 내리는 바깥을 카메라가 비출 때 비 사운드가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후방 스피커가 정말 열일하는데 아마 이거 하나만으로도 인상적인 경험이지 않나 싶네요.
꼭 극장에서의 관람을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재관람은.. 과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진짜로 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라.
여담이지만 영화초반부와 후반부 접어들때 사운드는 극장스피커 테스트용으로 적당할정도로 서라운드를 잘 이용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