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초간단 리뷰
1. 2015년에 나는 제임스 건과 매튜 본을 비교하는 글을 썼다. '감독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는 그렇지만 변방에서 정신나간 영화를 만들다가 메인프레임 시장으로 들어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감독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매튜 본은 절친 가이 리치와 함께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와 '스내치' 등 너무나도 영국스런 영화를 만들었다. 이는 '신사다운' 영화라기 보다는 '훌리건스런' 영화에 가까웠다. 절친 가이 리치의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했던 매튜 본은 자신의 영화 '레이어 케이크'를 만든 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타더스트'라는 판타지 영화를 만들었다. 이어 '킥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자신의 '정신나감'을 과시하며 할리우드에 자리잡았다. 이어 그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킹스맨' 시리즈 등을 연출했다.
2. 제임스 건은 미국에서 정신나간 스튜디오로 유명한 트로마 출신이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합류하기 전까지 그는 '슬리더'와 '슈퍼' 등 범상치 않은 영화를 만들었다. 나는 매튜 본과 제임스 건을 비교한 2015년의 나 자신에 대해 "그 글은 틀렸다"라고 말해야겠다. 트로마 스튜디오에는 영국 훌리건보다 훨씬 '미친놈'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건이 '적당히 미친 놈'이라고 착각했던 것은 그가 만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때문이다. MCU 영화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유쾌하지만 어쨌든 'MCU 영화'다. 감독의 역량보다는 유니버스의 일관성이 더 돋보이는 영화였다. 이는 다시 말하면 '케빈 파이기는 제임스 건의 억제기'라는 말이다. 그리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억제기를 떼어낸 제임스 건'이다. 이제 이 영화가 얼마나 정신나간 영화인지 알아보자.
3.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히어로(혹은 빌런이라고 불러야 할 존재들)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영화다. 구체적인 숫자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보다는 조금 적은 숫자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기 전 "어떻게 교통정리를 할 셈이지?"라며 이 숫자에 놀랄 수 있다. 일단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교통정리를 깔끔하게 한다. 그리고 영화 내내 교통정리를 계속한다. 관객이 캐릭터에게 정을 주기도 충분해보이지만 영화는 캐릭터들에게 꽤 자비가 없다. 빠르게 교통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는 시작부터 정신이 없다. 캐릭터와 관객이 통성명 할 겨를도 없이 오프닝 크레딧이 나오기도 전에 난장판을 벌인다. 이전에 나왔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허무하게 죽었던 캐릭터들은 양반일 정도다. "와씨... 이렇게 난장판 벌이고 나중에 어쩔 셈이지?"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난장판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4. 영화의 예고편이 꽤 터프하다는 생각을 했다. '레드밴드' 예고편도 나올 정도로 작정하고 R등급 영화를 만들었다. 확실한 것은 본편은 그 어떤 예고편보다 터프하다. 상어(실베스터 스탤론)는 생각보다 많이 먹고 할리퀸(마고 로비)는 생각보다 많이 패고 다닌다. 폴카도트맨(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뭐라 발음해야 되지?)은 생각보다 세고 블러드스팟(이드리스 엘바)과 피스메이커(존 시나), 릭 플래그(조엘 킨너만)는 생각보다 재미있다. 위즐(숀 건)과 서반트(마이클 루커) 생각보다 귀엽다(라바져들). 밀튼(훌리오 세자르 루이스)은 생각보다 멋있다. 빠르게 교통정리가 이뤄지지만 살아남은 캐릭터들은 예고편에서 봤던 것보다 매력이 터진다. (※ 이 항목이 스포일러라고 믿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이들이 교통정리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5. '고삐 풀린 트로마 미친놈'이 만든 영화답게 피를 창의적으로 많이 본다. '트로미오와 줄리엣', '슬리더'의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꽤 만족스러울 수 있다. 마치 '고삐 풀린 트로마 미친놈'에게 거대 자본과 최첨단 CGI 기술을 쥐어준다면 무슨 짓을 할지 보여주는 결과물과 같다. 때문에 트로마 감성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야 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영화 내내 유쾌한 피칠갑 파티가 벌어지긴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꽤 오싹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무서운 장면도 등장한다(점프스케어는 아님). 그리고 무엇보다 심정이 복잡해지게 만드는 것은 메인빌런은 스타피쉬다. 생긴 것은 '눈깔 달린 불가사리'라서 꽤 귀여운데 하는 짓은 의외로 공포스럽고 강력하다. 스타피쉬 도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사람들을 끔찍하게 공격해서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어떻게 저걸 잡나 싶은데 또 죽는 과정은 귀엽다. 귀여움과 공포스러움이 공존하는 이런 빌런, 신선하다.
6. 결론: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꽤 여러번 관객의 통수를 치고 이 글에는 통수의 내용이 전혀 언급돼있지 않다. 뭘 상상하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어떤 장면을 예상하건 반대로 간다. 이 영화의 가장 정신나간 지점은 "어떻게 이렇게 반대로 가는 이야기를 써낼 수 있지?"라는 점이다(여기에 창의적인 피칠갑쇼는 덤이다). 근래 개봉한 가장 영화 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정신나간 영화 탑 티어다.
추신1) 쿠키영상은 DCEU와도 무관하고 전작과도 무관하다. 이 영화는 독립적이다. 그리고 속편은 뭐 나오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식이다.
추신2) 할리퀸 탈출장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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