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광시대 (1967) 나카다이 타츠야의 바보 연기
살인광시대라는 제목만 보고 처절하고 잔인한 느와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난센스 코메디다.
1960년대 - 인구 폭탄이니 환경 파괴니 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생각되던 시대였다.
일본을 걱정하는 어느 정신과의사가 묘안을 생각해낸다.
자기 병원 정신병환자들을 훈련시켜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광 암살자들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살인광들이 일본에 필요 없는 사람들을 죽여 인구 감소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그 의사는 자기가 독일 유학 시절 히틀러의 연설을 듣고 감탄을 받은 나머지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한다.
히틀러의 연설 내용에 공감해서 감탄한 것이 아니라, 미치광이의 미학(?)에 감동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의사는 자기만 정상이고 나머지는 살인광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의사도 정상이 아니다.
이 영화는 대놓고 병맛을 표방한다. 굳이 이런 전개를 합리화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일본에 쓸 모 없는 인물 삼인방이 선정되어 암살자들의 습격을 받게된다. 그 중 한명이 범죄심리학 강사 나카다이 타츠야이다. 미치광이들이 나와서 아무 이유 없이 멀쩡한 사람을 죽이려 따라다닌다.
타츠야의 병맛연기도 훌륭하다. 한참 옆에 있는 여자에게 자기 신상에 대해 열변하더니 "그런데 당신 누구세요?" 하고 묻는 장면은 워낙 능청스럽게 연기해서 지금 보아도 폭소가 터진다. 빌딩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데, 암살자 여자가 손 위에 올라가서 구두로 손을 팍팍 찍는다. 위를 올려다보니 암살자 미니스커트 안에 팬티가 보인다. 암살자는 "보지 마. 보지 마."하다가 자기가 균형을 잃고 떨어져버린다. 뭐 이런 식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장면들로 이어진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절반의 성공이다. 영화를 완전 병맛으로 끌고나가서, 이정도 작품성과 재미 그리고 주제의식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지금 보아도 폭소가 계속 터지니, 당시에는 굉장한 반응을 얻었을 것 같다.
나카다이 타츠야 및 다른 배우들도 굉장한 코메디 재능을 과시했을 것이니, 배우들 필모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난센스는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난센스는 논리 파괴적이기 때문에 무정부주의적 반항, 논리와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될수도 있다. 난센스라는 것은 파괴적이고 창조적인 스타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버스터 키튼의 1920년대 영화들이 창의적인 난센스를 통해 관객들의 합리주의에 타격을 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일본 영화 황금기 1960년대에, 일본 황금기 고전영화들을 패러디하고 스스로 부정하는 영화가 나왔다면 얼마나 높은 평가를 지금 받을 것인가?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재밌는 오락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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