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간단평
고전 중의 고전, 빅터 플레밍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재개봉을 해서 보고 큰 스크린으로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론 몇 년 전에 티비로 수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큰 화면으로 보는 건 또 다른 체험이었습니다.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오하라 가문의 장녀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야말로 대서사시입니다. 스칼렛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애슐리가 다른 여자(멜라니)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한 맘에 애슐리에게 고백하지만 퇴짜를 맞게 됩니다. 이를 몰래 본 레트(클라크 게이블)과 서로 옥신각신 하지만 둘은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남북전쟁 시대를 그대로 관통하는 이 작품은 나약해보이던 스칼렛이라는 캐릭터가 이 시대를 어떻게 겪어내고 이겨내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어떻게 재건하는지도 은유하고 있고요. 엔딩을 보면 여실히 나타납니다. 비록 사랑에는 실패하지만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비비안 리, 비비안 리에 의한, 비비리에 대한 작품입니다.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그녀의 데뷔는 모두를 놀라게 했고,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햅법 이전에 가장 충격적인 등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이후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걸작을 제외하고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것이 넘 아쉬웠을 정도였습니다.
무려 80년이 넘은 이 작품이 4시간에 걸친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스터피스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훌륭한 원작과 더불어 불세출의 스타, 비비안 리의 존재감과 동시에 끝내주는 엔딩씬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