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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발리우드] 전주국제영화제 《페블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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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2021년 5월 8일 트위터 스페이스를 통해 진행된 톡 내용을 정리한 것이며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과연 이 이후로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기록을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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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페블스(Pebbles)’에 대하여

 

 이 영화 《페블스》는 인도영화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언어권인 (소위 발리우드라 불리는) 힌디어권이 아닌 남인도 지역인 타밀어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페블스’는 영어 제목이고 타밀어 원어로는 쿠장갈(Koozhangal, கூழாங்கல்)이라 부르는데 페블과 쿠장갈 둘 다 우리말로 ‘조약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Pebbles_logo.jpg

 

 가장 표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 속 조약돌은 주인공 벨루가 집으로 향하는 동안 입 속에 넣어 가지고 왔던 조약돌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돌이라는 것들의 형태는 울퉁불퉁 모가 나 있잖아요. 그런데 조약돌은 강에서만 생기는 돌이거든요. 

 

 영화의 배경은 *‘마두라이’라는 곳인데요, 바로 영화를 만든 비노트라즈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기후는 사바나 기후로 건조하고 뜨거운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벨루가 조약돌을 봤다는 것은 그 메마른 땅도 사실은 물이 지나가던 자리였음을 암시를 해 주는 것이죠. 

 

 저는 얼마 전에 본 프랑스 영화 《레미제라블》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의 유명한 대사가 있잖아요. 그 영화에서도 같은 제목을 한 빅토르 위고의 유명한 작품에서 대사 하나를 차용하잖아요. ‘세상에는 나쁜 풀도, 나쁜 사람도 없소. 다만 나쁜 농부가 있을 뿐이오.’ 

 

 어떻게 보면 그 영화 속 아이들이나 이 영화의 주인공 벨루나 풍요롭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좋은 환경에 놓였다고 하면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 마두라이(Madurai): 타밀나두 중남부 지역으로 타밀나두주의 대도시인 첸나이로부터 470여 km나 떨어져 있는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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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상승 유발자가 주인공이라니

 

 먼저 가볍게 극중 아버지인 가나파티의 태도를 정리해 봤습니다. 진짜 행동 하나하나가 비호감인데요, 멀리서 봐도 노답이지만 잘 뜯어보면 더 가관입니다. 

 

 일단 첫 장면을 먼저 보도록 합시다. 가나파티는 영화의 시작부터 뭔가 극단적인 분노에 휩싸여서 걸어가는데 그렇게 해서 처음 한 일이 아들 학교에 들어와서 아들을 빼내는 일을 하는 거예요. 

 

 인도는 초등교육까지는 무상교육을 제공하는데요, 그렇다면 학비를 안 내도 되는데 아들이 공부하는 데 그걸 빼내가지고 자기 목적을 달성을 하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나쁘고 그 다음에 하는 대사, 영화 속에서 가나파티와 벨루의 첫 대화(라고 할 수 있나?)에서 띄운 말이 

 

“내가 좋아? 엄마가 좋아?” 

 

인데, 저는 영화 시작 5분도 안 되었는데 이 아저씨가 절대 좋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때의 인물 구도 쇼트도 아버지가 이미 아들을 내리 깔면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K드라마나 영화들을 봅시다. 이렇게 대개 갈라서는 상황이라면 양육권 문제에 놓이면 그때만큼은 순해지잖아요. 

 

 그리고 어떤 건물로 들어가잖아요. 마을의 공동 휴게 공간 같은 곳으로 보이는데 거기서 같은 마을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300루피를 꿔 가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가 하는 대사가 ‘너 또 취했냐?’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던지는 말이나 이 사람을 대하는 행동 자체가 이 인물의 비호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갈취한 돈으로 버스 정류장에 있는 가게에서 뭘 사는가 보니 술을 삽니다. 그 전에 가나파티가 했던 말이 “오전 10시차 떠났어요?”인데 오전 10시부터 취해있다는 뜻입니다. 낮술 수준이 아니라 그냥 아침에 눈을 뜨면 일상을 술로 시작한다는 뜻이겠죠? 

 

 그러면서 가게 주인아저씨가 “너도 뭐 필요하냐?”고 묻는데 K 드라마 같은 데서는 뻘쭘하니 아이에게 쮸쮸바라도 하나 물려주는데 이 아빠는 그런 게 일체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버스를 탑니다. 버스 안에서 담배를 태우고 뒤에 앉은 남자와 시비가 붙습니다. 버스 안이 싸움터로 변하는 장면에서 싸우는 소리는 작아지고 카메라는 뒷자석에서 아이를 안은 엄마의 모습을 비춥니다. 싸우는 소리 대신 아이가 우는 소리를 담아내는데 여기서 그 엄마는 버스에서 내리는 걸 선택합니다. 

 

 저는 여기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는 내 아이가 우는 것 때문에 버스 안이 시끄러워져서 미안해서 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태울 수 없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결과적으로는 어떤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든 간에 엄마는 아이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고 싸움을 부추긴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된다는 점이죠. 하지만 현실은 피해를 받은 사람이 환경에서 떠나는 것으로 귀결되고 이런 모습은 안타깝게 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여기서 잡스러운 한 가지! 가나파티가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니까 뒤에 있던 사람이 버럭 하면서 이러고 미쳤나 이러면서 시비가 붙잖아요. 그런데 제가 인도 여행을 가면서 진짜로 버스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봤을까요? 안 봤을까요?

 

 봤으니까 제가 이런 얘기를 하겠죠. 이렇게 판타스틱 합니다. 대부분은 멀쩡한데요(인도에 대한 일반화는 ㄴㄴ) 가끔 시골버스 타면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때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저같이 연약한 사람은 시비 한 번 잘못 걸었다가는 그냥 한 방 감이기 때문에 꾹 참고 그냥 조용히 살아서 여행을 끝내자 하는 마음으로 꼭 참았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이런 가나파티의 행동을 보면 자신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분노에 대한 정당성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대개 자기 기분을 상하게 해서 기분 나빠 화풀이를 하고 거기서 오는 짜증을 또 겹겹이 쌓는 일에 충실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중간 지점에서 해석이 필요한 부분 하나가 나오는데요, 아들인 벨루가 중간에 만난 선생님의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데 그렇게 혼자가 된 와중에 뱀도 만나고 무엇인가에 홀려 카메라를 응시하더니 돌부리에 걸려 발톱도 깨지고 마는데요, 왜 갑자기 이런 장면이 나온 것인가.

 

 비노트라즈의 말에 따르면 지역 설화 중에 강렬한 태양 아래를 걸으면 '무니'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는데 이 존재의 역할은 행인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연출에 대한 감독의 변은 여기까지이고 그렇다면 왜 이런 부분을 넣은 것인가 추측해보건대 앞서 폭력을 행하던 이에 대한 하나의 각본가(이자 감독)의 소심한 복수라면 조금 유치할 것 같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결과로 보고 싶습니다. 

 

 이 인물은 지금까지 자신의 한 행동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 정당한 대가를 치른 적이 없습니다. 화면에서 펼쳐지는 시간 외에는  그런 일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관객이 보는 시간동안엔 말이죠. 결국 다른 식으로 보상하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또 하나의 걱정이 늘어납니다.  과연 또 자신의 불행을 어디에 화풀이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 제목도 있지만 가나파티 같은 류의 사람은 기분과 태도가 혼연일체가 되는 사람인지라 차라리 이런 운명의 순간들이 불행을 늦추도록 도와준 건 아닌가 저만 생각해 봐요

 

 

 여담이지만 서비스직에 근무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흥분한 고객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조용한 곳에서 고객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를 내올 때 의외로 찬 물이 아닌 더운 물을 가져온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음료가 뜨겁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동안 고객이 진정하는 효과도 같이 보고자 하는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들을 마련함으로서 위기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골든타임 같은 걸 확보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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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유난히 주변 소리 중에 인물들이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컸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으로 보신 분들은 사운드를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직접 전주에 내려가서 영화를 봤는데 이 발자국 소리가 북적북적하고 나더라고요. 

 

 나중에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확인해보니 돌비 애트모스(Dolbi Atmos)로 믹싱을 했더라고요. 애트모스는 미국 돌비사에서 개발한 현실감을 중시한 사운드 시스템을 말하는데요, 이런 75분짜리 독립영화에서 이런 애트모스 믹싱을 했다면 놀랄 수도 있는데 영화 자체가 카메라로 인물들의 행적을 따라가는 영화인지라 카메라는 관객들의 눈 역할을 하고 있고 소리로는 현장감을 주고자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저런 일상 소음 같은 소리는 겹쳐서 들어가면 안 되죠. 최대한 줄이거나 빼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담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걷는 모습도 같이 보죠. 영화의 초반 영화의 쇼트는 고정되어 멀찍이 두 부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신의 처음에 좌측에서 아버지 가나파티가 등장하고 신의 마지막은 아들인 벨루가 우측 끝으로 걸어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데, 이들의 모습을 보면 서로가 같은 프레임에 놓이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신에서는 아버지가 사라져야 아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20여분이 지난 지점에서는 독특한 연출을 구사하는데 가나파티가 아내인 샨티가 있는 친정집에 도착하는 버스에 내린 이후 카메라는 고정이 아닌 10분 동안의 롱테이크로 인물을 따라가며 극을 진행하는데 이런 영화적인 호흡을 통해 영화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극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부자의 관계를 표현하는데 ‘굴레’만큼 어울리는 단어도 없는데, 굴레라는 게 사전적으로 소같은 가축을 부리기 위해서 매는 줄 같은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보이지 않는 굴레를 씌우고. 보이지 않는 끈으로 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왜냐하면 화면 구도 상으로 봤을 때 두 사람의 모습이 불편한 직선구도로 계속 표현 되거든요. 사람을 하나의 점으로 봤을 때 그 점과 점이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까 직선 모양이 생기고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굴레가 씌워져 있는 거죠. 

 

 반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부랑자 가족들은 ‘옹기종기’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인물 구도도 곡선형의 구도를 가진 둥글둥글한 느낌이고 물리적으로도 상당히 가깝게 표현됩니다. 

 

 

  밸루가 처음 가나파티를 앞서가는 일이 있는데 사실 도망이죠. 이런 일이 있는 것처럼 멀리 떨어지는 것만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라고 생각하면 그런 관계는 참담하겠죠.  그런데 잘 도망치던 밸루는 하늘에 떠가는 비행기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여기서 저는 만약에 아무리 이 아이가 이런 척박한 마두라이 시골 출신이지만 제대로 된 교육도 받고 문제없는 집안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인물이었다면 저 비행기 안에 내가 타든지 아니면 내가 비행기를 만들든지 파일럿이 되든지 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있었을 텐데 이런 땡볕이 내리쬐는 좁디좁은 시골 한복판에 어머니가 죽을지 모르는 그런 여정을 떠나야하는 인생이라 생각하면 참담하죠. 

 

 

 그런 의미에서 ‘전철(前轍)’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한데 이 단어는 앞에 지나간 수레바퀴의 자국을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중국 한나라 시대의 고사에서 유래된 것인데 앞 수레의 바퀴자국으로 뒤따르는 수레들이 잘못되는 상황을 빗대어 앞서 가는 사람의 잘못된 행실이 뒤따르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말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엔 앞서가는 아빠와 뒤따르는 아들의 이야기에 다크호스가 등장합니다. 바로 선생님인데요, 이건 하나의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교육자로서 이 아이가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게 하고자 하는 노력, 이 아이를 구렁텅이로부터 구제 할 수 있는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선생인데, 밸루가 가지고 있는 거울을 버리라고 얘기한 것도 사실은 그렇게 종용을 하는 이유도 밸루는 거울로 앞에 가는 아버지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지만 이 깨진 거울은 혹여 실제로 그 아버지를 찌를 수 있는 도구로 이용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 깨진 거울을 가나파티의 등에 비춘다는 것은 밸루가 스스로 그의 등을 비추고 간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죠. 

 

 양익준 감독의 히트작 《똥파리》 같은 영화만 봐도 폭력을 받고 살아온 사람들은 나중에 폭력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인생길에 있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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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vs. 불 그리고 도구들

 

 이제 영화 속에서는 물과 불의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대조적인 소재로 많이 쓰이지만 대조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주려는 건 그 소재들이 ‘어떤 쓰임’을 하고 있느냐에 더 방점을 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시작에 분노한 아버지가 아들 학교로 찾아가려는 첫 장면에서 화면 끝에서 여자 분이 물을 길어오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 속에서 크게 혹은 작게 물과 불의 이미지가 계속 노출되는 데요, 물의 이미지는 ‘생명을 주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앞서 ‘조약돌’이야기를 하면서 조약돌의 형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고 하다못해 집에 돌아온 아버지도 목이 타니까 물을 계속 들이키잖아요. 

 

 반대로 불은 생명을 빼앗는 역할을 하고 있죠. ‘담배를 태운다’는 것도 사실은 연초의 몸을 희생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려고 하는 행위잖아요. 그리고 쥐굴에서 불을 피워서 쥐를 잡고 쥐를 먹기 위해 불을 피우잖아요. 

 

 그런데 사실 불과 물은 잘못이 없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둘 다 필요한데 이를테면 영화 속에서 두 번의 밥이 나오잖아요. 밥을 짓기 위해서는 물과 불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결국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물과 불외에도 인상적인 도구들이 등장하는데 앞서 제목으로 쓰였던 조약돌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벨루는 조약돌을 입에 물고 가고요, 또 중간에 깨진 거울을 들고 갑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에 폭력적인 아빠가 엄마를 죽이러 간다라고 하니까 방어적인 도구로 아이가 선택한 도구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물론 이 영화는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여기서 서스펜스를 느끼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래도 생각을 달리 해서 보면 참 무서운 설정이거든요. 

 

 영화의 끝을 알 수 없기에 관객은 가정폭력의 극단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고 그런 불안감을 안고 가는 그런 이야기거든요. 만약에 이제 엄마를 해코지 하려는 아빠를 제지하려고 그를 돌로 치고 거울로 찔렀다고 가정할 경우 그런 일을 겪은 아이는 어른이 될 때까지 그 고통을 계속 감당을 하면서 살아야 되는 것입니다. 

 

 영화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하루의 딱 몇 시간만을 보여주며 명확한 출발지점과 도착점을 보여주며 끝이 나지만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전과 그 이후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받아들입니다. 벨루라는 아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대한 불안감 때문에 도구 자체의 다른 사용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되고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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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든 사람들

 

 약간 쉬어가는 페이지로 영화를 만든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영화 《페블스》는 P.S. 비노트라즈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비노트라즈는 각본도 겸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배경인 마두라이 지역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원래 비노트라즈는 촬영감독을 하고 싶어 했다고 하는데요, 인도는 영화 강국답게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이 이루어지고 자신의 고향인 마두라이 지역에서도 영화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촬영기사가 크레인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나 봐요. 그것 때문에 비노트라즈는 촬영기사가 되고 싶어 했지만 결국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대사보다 영상 언어를 쓰려는 모습이 많이 돋보였는데, 촬영 이야기를 잠시 해 드리면 당초에는 캐논사의 중장비를 쓰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결국은 소니의 휴대용 기종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과열이 되니까 열을 식혀야 하는 까닭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만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중반 10분 롱테이크 장면은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서 촬영했을 것 같네요. 

 

 

 비노트라즈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도 독특합니다. 자신의 결혼한 누이는 남편에 의해 쫓겨났는데 자신의 아이를 안고 그 마두라이의 땡볕에 13km를 걸어서 집으로 온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13km는 우리로 따지면 양재가정법원에서 서울시청에 달하는 길이고 성인 도보로 3시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감독은 이런 사건을 반대의 입장에서 기술한 거죠. 만약에 남편이 이 먼 길을 걷는다면 하는 생각에서 너도 한 번 당해봐라는 느낌으로 쓴 이 이야기가 《페블스》의 원안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저는 다른 사람들이 인도영화를 받아들이는 고정적인 프레임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영화’라고 하면 발리우드 영화 같은 주류영화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렇다면 아트영화는 없고 아트영화관은 없는 이 인도라는 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은 어떤 지원을 받고 개봉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해봤는데요, 인도에는 NFDC(National Film Development Corporation)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영화진흥위원회’ 격인 기관인데 이곳에서 매년 ‘필름바자르(Film Bazaar)’라는 프로그램을 개최합니다. 

 

 이걸 하는 이유는, 인도 내에서 힌디어 말고 다양한 언어가 있잖아요. 그 중 산업적으로는 주류가 아닌 시장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곳에서 나오는 인재들은 제작부터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을 필요로 할 것이고, 이런 영화들을 골라 직접 혹은 간접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피칭 프로그램인 셈이죠. 

 

 비노트라즈 감독 역시 이 ‘필름 바자르’를 통해 자신의 영화 《페블스》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수 있었는데요, 이 프로젝트가 좋은 이유가 뭐냐면 이 프로그램에 초빙된 기성 작가들이 영화가 디벨롭 될 수 있게 도와주는데요, 타밀어권의 대표적인 작가감독인 람(Ram)이라는 감독의 눈에 들었나봅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감독인데 재작년 인도영화제에 상영되었던 《페란부》라는 영화로 호평을 받았던 감독인데 이 감독이 먼저 이 영화를 눈여겨봤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영화계 인사들에게도 소개를 해 줬는데 그 중 한 명이 나얀타라라는 배우입니다. 

 

 이 배우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친숙해 질 것 같은데, 최근 자신이 제작하고 출연하는 영화중에 《Netrikann》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영화 《블라인드》의 타밀어 리메이크인데 이 나얀타라가 설립한 ‘라우디 픽쳐스’라는 곳에서 이 영화의 제작을 맡고 타밀어권 음악가 중에 ‘마에스트로’ 칭호를 받는 일라이야라자 라는 음악감독이 있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오스카를 수상했던 A.R.라흐만도 사사받은 사람인데 이 감독의 아들인 유반 샹카르 라자라는 감독이 음악을 담당했습니다. 타밀어 영화계에서 히트곡을 많이 낸 음악감독이에요.

 

 

 이런 타밀어권을 대표할만한 인물들이 이 75분짜리 인도영화를 살리기 위해 뛰어든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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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여러 집단의 모습들

 

 이 영화에선 두 부자 말고도 등장하는 집단들에도 어떤 성격이 부여되어 있다는 것은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영화의 초반 이동하는 주인공들의 고정된 쇼트 한 쪽 구석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잡고 있는데요, 이와는 대조적으로 폐허가 된 한 집에서 널브러져 있는 아저씨들이 보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런 모습을 오해하지 말자 일 하고 나서 쉬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라트라즈 감독의 말에 따르면 마두라이라는 지역은 영화 속의 모습처럼 건기에는 농사를 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읍내나 시내로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깐이야 햇살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서 노름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모습에서 이 아저씨들이 순수하게 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 있는 것이죠. 

 

 

 아마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로 쥐를 잡아먹는 가족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이들의 의미는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가족의 의미나 구조에 대한 개념은 바뀌었지만 소위 고전적인 가족의 형태라고 하면 이런 그림으로 형상화 되잖아요. 사각형 모양의 집에 삼각형 모양의 지붕 그리고 엄마, 아빠, 형제 or 자매 or 남매 이런 4인 가족 구조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미나리》 같은 구조를 생각하면 쉽겠죠? 

 

 그런 의미에서 그 부랑자 3대의 모습은 구성원은 그 고전적 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차이가 있다면 집이 없다는 거죠. 그런데 주인공 벨루의 집안은 고전적 형태에다 가족도 있어요. 그런데 두 집단의 차이는 극중에서 명확하게 차이가 나죠. 과연 가족을 단순히  구성원이나 집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까? 

 

 아예 돌직구로 그런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고 다 가족인가? 이 감독은 그게 아니라는 의미를 주고 싶어서 이들을 넣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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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회복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는 관계의 회복을 추구한 영화라고 보고 싶습니다. 

 

 주인공 밸류가 자신의 가방을 버스 정류장 옆 가판대에 맡겼을 때 가방에서 풍선을 꺼내서 동생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한 이유는 동생은 엄마가 자신은 아빠가 데리고 있으면서 서로 떨어져 살고 있음을 암시한 것입니다. 

 

 초라하긴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인 동생에게 예쁜 걸 쥐어 주고 싶어 하는 오빠의 착한 마음이 엿보이는데요, 그것도 그렇지만 밸류의 행동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위에 이름을 쓰는 행위입니다. 

 

 문화권을 막론하고 바위에 글씨를 쓴다, 글씨를 새긴다, 그림을 그린다 하는 것들은 일종의 샤머니즘적인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잖아요. 바위에 쓰는 이유들을 살펴보면 가문번창, 장수, 입신양명 같은 목적으로 그런 걸 쓰기 때문에 마을 입구 비석을 세우고 ‘로또 대박’은 쓸 수 있지만 ‘영감탱 가만 안둬’는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밸류는 처음에 엄마와 아기 그리고 자신의 이름 세 개만 돌에 써 놓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마을 입구에서 추가로 자신의 아버지인 가나파티의 이름을 쓰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자기를 신명나게 때리고 있었던 그 아비의 이름을 적음으로서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던 밸류의 노력이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자신이 품고 있던 조약돌을 두고 동생을 돌보는 것으로 이 지긋지긋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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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며

 

 솔직히 시네필이 관객의 대부분인 전주국제영화제 상영되는 인도영화만큼 손해 보는 것도 없습니다. 일단 인도영화 자체가 ‘춤 노래 나오는 영화’로 인식되어 있어서(일단 그게 뭐가 나쁜지도 모르겠고요) 시네필들에게 사문난적 같은 이미지로 각인 되어 있어 ‘이번에 OO영화제에서 볼 영화 30선’을 꼽아도 엔트리에 안 들어가 있는 경우가 꽤 있고 

 

 반대로 인도영화 팬층도 그런 영화에 대한 니즈를 충족하지 못해 ‘영화제 인도영화=노잼 인도영화’라는 인식이 박혀있어서 수입도 못 되는 인도영화들이 유일하게 영화제를 통해서 소개가 되더라도 아무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결국 영화가 묻히고 마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겪게 되는데 이 영화도 그런 부류의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왔던 평들만 봐도 인도 여성들의 어려운 점 위주로 부각되어 있는데 물론 이 영화에서도 그런 요소가 보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이런 쪽으로만 해석을 할 게 아니고 왜 이런 불편한 주인공을 내세워서 이런 구조의 이야기를 하려 했을까 하는 접근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물론 상업적인 재미가 있는 영화는 아니기는 하죠. 그러다보니 어떤 분은 길을 걷는 거 말고는 별거 없었다.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걸로 봐서는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좀 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로테르담 타이거상이 무색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이야기 정도로 치부되기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수입될 리는 만무하고 다시 누군가가 꺼내줄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모를 훗날 이 리뷰를 남겨둡니다. 

 

raSpberRy raSpberRy
47 Lv. 401096/42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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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A.R.라흐만 오랜만에 듣네요...영상미가 강조된 영화같아 궁금하고 75분짜리 타밀어 영화로 깔끔한 느낌일거 같네요
17:56
21.05.09.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goforto23
앞서 영상은 소형 카메라라서 조금 투박한 감은 있는데 그럼에도 뭔가 감각적으로 찍으려고 노력했더군요.
21:41
21.05.09.
profile image 2등

후기 잘 봤습니다.캐릭터와 그 주변 환경에 깊게 들어간 글 같아요. 등장인물들이 지금 인도를 덮친 코로나를 무사히 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9:38
21.05.09.
profile image
raSpberRy 작성자
golgo
영화도 사람이 있어야 찍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루빨리 이 혼란이 정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1:43
2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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