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밤' 일본의 극찬평 번역 "야쿠자 영화 그 이상"
일본 익사이트 뉴스 사이트에 실린 <낙원의 밤> 극찬평을 번역해봤습니다.^^
https://www.excite.co.jp/news/article/E1618482559884/
일본의 야쿠자 영화와 비교하면서 <낙원의 밤>의 장점을 알려주는 게 흥미롭네요. 번역이 좀 까다로운 글이라 어색하거나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낙원의 밤> 한국영화의 기세와 집념
“야쿠자 영화 그 이상”를 맛볼 수 있는 걸작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직 더 남았다.”는 집념과 강한 끈기. <낙원의 밤>은 우직한 느와르이면서 현대 한국영화의 풍성함과 과잉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걸작이었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낙원으로 도망친 조폭을 뒤쫓으면서, 제주도가 피로 물든다!
영화는 주인공 박태구라는 조폭이, 다른 조폭의 사무실에 들어서서 협상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수하가 납치당하자, 태구가 직접 적진에 뛰어들어 상대편 보스와 협상하는 것이다. 대화 내용으로 짐작컨대, 거대 조직의 내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태구 위에는 양사장이라는 오야붕(두목)이 있고, 태구는 일본의 야쿠자로 따지면 와카가시라(부두목)의 입장인 듯하다. 약소 조직의 넘버2로 머물기에 아까울 정도의 카리스마를 지닌 태구는 적대 파벌의 보스가 스카웃 제의를 해올 정도로 실력자라는 것이, 두 사람의 협상을 통해 드러난다.
그런 태구가 조직 간의 항쟁으로 인해 유일한 혈육인 누나와 조카를 잃게 된다. 복수를 위해 보스인 양사장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적대 조직 보스인 도회장을 사우나에서 습격하는 태구. 살인 후 무사히 현장에서 빠져나간 태구는 양사장의 지인 쿠토가 사는 제주도에서 일주일 동안 은신한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도피하기로 한다.
제주도에 도착한 태구를 마중 나온 이는 재연이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이었다. 무뚝뚝한 재연, 무기상인 쿠토와 같은 집에 머물게 된 태구. 사소한 트러블을 겪으면서도 조금씩 그들과 마음을 터놓게 된 태구는, 재연이 난치병으로 인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한편 육지에서는 항쟁이 더욱 격화되고, 거기다 태구가 죽인 줄 알았던 도회장이 살아있었음이 판명된다. 태구가 모르는 사이에 그를 휘말리게 한 음모가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화면을 뒤덮은 푸른 필터, 휴양지 섬에서 펼쳐지는 조폭들의 항쟁, 과묵한 주인공과 계략을 펼치는 보스들, 그리고 전편에 걸쳐 기타노 다케시 작품, 특히 <소나티네>에 대한 오마주가 흘러넘치는 작품이다. 감독 박훈정은 2013년 <신세계>로 일본의 영화팬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V.I.P.> 등 정통 느와르도 연출하면서 <대호> <마녀>와 같은 사극, SF틱한 액션 영화도 만들어왔다. 그런 박감독이 느와르로 돌아온 타이밍에, 기타노 다케시에 대한 오마주를 시도한 점이 무척 흥미롭다.
내용면에선 전체적으로 매우 폭력적이어서, 한국의 폭력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신나게 즐기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조폭 영화에 자주 나오는 사시미칼 같은 흉기가 휙휙 소리를 내고, 장소 불문하고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이는 폭력 장면들이 작렬한다. 그럼에도 폭력 자체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지 않아서, 어딘지 건조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느와르의 명수가 만든 작품답다.
‘상남자’라 부를 만한 주인공, 음모를 꾸미는 두목, 밉살스런 적대 조직의 보스, 밉지 않은 주인공의 부하 등 나오는 소재들은 무척 클리셰적이다. 도망친 곳에서 일반인 여성과 서툴게 관계를 맺는 것도 아무튼 간에 빤하다. 하지만 <낙원의 밤>은 빤한 전개에 아주 정면으로 도전한다. “색다른 것을 보여주겠다”, “일부러 빗나간 전개를 펼친다”라는 식으로 뽐내지 않는다. 실화 소재 영화들 이전의 야쿠자 영화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후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면이 주는 압박감이 강하고 폭력 장면의 완성도도 높아서 빤한 전개임에도 전혀 거슬리지가 않는다. 이건 천하장사 씨름(요코즈나 스모)급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굉장한 것은, 후반부터 라스트에 이르기까지 클리셰 너머로 초고속으로 돌진해 버린다는 것이다.
야쿠자 영화 그 이상을 보여주는 작품
클라이맥스의 내용을 밝히게 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데, <낙원의 밤>은 야쿠자 영화를 자주 본 사람이 “여기서 이런 식으로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한 포인트에서 멈추지 않는 영화다. 영화는 라스트를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철로를 벗어나, “헉!!”하고 놀라는 사이에 종점에 도착한다.
이처럼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끝나다니!”하는 놀라움은, 한국 느와르의 특징으로 여겨진다. <황해>의 소뼈와 <아수라>의 마지막 혼전 등,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사투는 한국 느와르의 진면목이다. 돌이켜보면 박훈정의 <신세계>도 “아직도 더 남아있었다니!”라는 놀라움을 주는 영화였다. 이쯤에서 끝나겠다 싶은 지점에서 한층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지독함은, 그야말로 영화와 영화들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절차탁마를 거듭해온 *호랑이굴 같은 한국영화계만의 특징인 것이다.
(*虎の穴 토라노아나: 일본 만화 <타이거 마스크>에 나오는 잔혹한 프로레슬링 단체)
그런 지독함과 놀라움은 불 나카노의 ‘철망 길로틴 드롭’이라고 할까, 이노우에 쿄코를 이단 찍어 누르기한 라이오네스 아스카라고 할지, 그야말로 90년대 여자 프로레슬링처럼 과격하다.
(불 나카노, 이노우에 쿄코, 라이오네스 아스카는 모두 일본의 여자 프로레슬러들임.)
아마도 지금의 한국영화계는 단체대항전 시절의 여자 프로레슬링과 같은 상황일 거라 생각된다. 그만큼 <낙원의 밤>은 “거기까지 가다니!?”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야말로 야쿠자 영화 그 이상, 비욘드(beyond) 야쿠자 영화이다.
대체 무엇이 ‘비욘드’인지에 대해 적으면 완전히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무튼 그에 관해서는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고통스러운 장면도 많고, 못 보는 사람들도 있는 장르라고 생각되지만, 현재 한국영화의 기세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직 더 남았다.”는 집념을 맛보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글쓴이 ‘시게루(しげる)’
golgo
추천인 1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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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더 좋아할 만한 영화인 듯요...
저도 워낙 좋게 봐서 +_+
전 재미있게 봤는데 신세계급을 기대한 분들이 많아서 국내 평가가 좋지 않은가 봅니다.
글쓴이가 진짜 맘에 들었군요!! ㅎㅎㅎ
넷플릭스에 등록해놓고 아직 안 보고 있었는데... 빨라 봐야 겠군요.
해외에서는 대부분 호평이시네요.
개인적으로 실망한 필모가 한번도 없어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