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시(詩)처럼 써본 한줄평과 기억에 남는 10가지 포인트 (스포)
영화를 보고나니 시(詩) 배틀에 영감을 받아 라임을 맞춰 한줄평(요약) 남겨봅니다. ^^
앞날이 캄캄히 막혀진, 유배길 흑산(黑山) 섬 안에서
현실이 진하게 담겨진, 학문길 자산(玆山) 책 펼치다.
영화도 이를 닮았군요.
흑백이라 해도 어두운 게 아니라...
진하고 묵직한 울림이 가득합니다.
자산어보는 흑백화면에 섬의 절경과 두쥔공 포함, 수많은 명배우들로 조선시대 생활상을 담아냈습니다.
학문에 깊이 통달했지만, 물고기 세상을 파고드는 정약전,
어업능력은 끝판왕급이지만, 학문을 세상에 펼치고픈 창대,
이 두 인물의 서사와 가치관, 시대와의 충돌에...
깨알 웃음 포인트 가득한 조선후기 백성들의 모습과 끔찍한 고충들이 사이사이에 녹아들고,
형 약전과 동생 약용의 우애깊은 교류가 양념처럼 맛깔나게 뿌려져있네요.
인상깊었던 포인트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1. 삼형제의 길
왕의남자 연산군이 왜여기서 나와?싶지만 때는 정조.
버텨야한다는 유지를 받들어 둘째, 넷째는 배교하고,
순조1년이 되자 셋째는 하늘을 마주하며 순교해 서학 천주의 길을 따르고,
남은 둘은 안개자욱한 숲에서 각자의 유배지로 헤어집니다.
나주의 주막에서 읊은 시는 율정별(栗亭別)이라네요.
이후 약전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의 길을... 약용은 강진에서 목민심서의 길을 가게 됩니다.
2. 흑산도 백성들의 소소한 귀여움
뚱함+몽총?한 눈빛이 매력인 별장님과 부끄럼 가득한 가거댁...
("뭔일 없을겨"라 했지만 뭔일 났다오! ^////^)
씌발X아! 응답하라 1801의 복례와 오다주웠다!^^;가 매력인 창대...
다들 강렬한 첫인상을 보여준 와중에, 인물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럽습니다.
사기꾼 같지만 실화였던 문순득과 드랍더비트 이강회도 킬포네요. ㅋㅋㅋ
3. 호기심 vs 호기심
약전과 창대의 거래트기는 두사람의 가치관 및 처한 상황과 맞물려 찬찬히 빌드업 됩니다.
학문은 알쓸신잡급이지만, 백성의 주식인 물고기의 세상을 탐구하고픈 문신이었던 죄인 학자와
어업은 백과사전급이지만, 학문의 뜻을 깨달아 세상에 자기를 펼쳐보이고픈 서자였던 상놈(아닌) 어부
둘은 그렇게 서로의 호기심을 채워주며 스승과 제자가 되지요.
4. 성리학 vs 서학,실학 / 목민심서 vs 자산어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인간의 도리를 세워서 세상을 이롭게하려는 정형화된 학문과
세상을 관찰하고 파악해 인간에의 유용함을 얻어서 세상을 바꿔보려는 명징한 학문
둘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길이 달라 계속 부딪히고,
임금을 좇아 글을 세상에 펴고픈 창대와 백성을 위한 세상을 글로 담고픈 약용은 길이 갈라지게 됩니다.
자산어보의 길에 동참했던 창대는 결국 목민심서의 길을 가는군요.
5. 약전의 귀에 꽂힌 명대사 둘
창대 왈 :
"홍어의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의 길은 가오리가 앙게요..."
이건 아마 각자 태어난 본성대로, 그에 어울리는 환경으로의 길을 찾아가란 뜻 같기도 하고...
가거댁 왈 :
"씨만 중허고 밭 귀한 줄 모르는..."
이건 아마 각자 태어난 본성 만큼이나 처해있는 환경 또한 중요하다는 뜻 같기도 한데...
씨(재능)와 밭(출신) 모든게 많이 다른 두사람이 서로 얽혔군요.
하지만 창대는 결국... "배운대로는 못살고 생긴대로 살게" 됩니다.
6. 수묵화 vs 민화
섬자락과 바다의 풍광이 한폭의 수묵화같이 아름답게 펼쳐진 가운데...
섬사람들 생활모습의 민낯 또한 생생하게 나옵니다.
아마 이 때문에 흑백화면이 더 잘 어울리는 듯...
바다의 절경과 함께 흐르는 두형제의 편지씬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_+
참고로 이때 나오는 시는 봉간손암(奉簡巽菴)이라고 합니다.
또..."벗을 깊이 알면, 내가 깊어진다" 씬에서는 창대 뒤로 파란빛의 밤하늘이 잠깐 나오기도...
(군침도는 엄식 샷과 상어 먹방중인 괴수(돗돔)샷에선 흑백인게 살짝 아쉬워지긴 하더라는....ㅋㅋㅋ)
7. 드랍 더 비트
동주, 박열, 변산에 이어 감독님의 시(詩) 사랑은 여전하군요. ^^
본래는 정약용의 독소(獨笑, 홀로웃다)라는 시인데...
2회차 땐 찬찬히 음미해봐야겠습니다. 원문은 요기!(셋져님글)
https://extmovie.com/movietalk/64244244
오히려 '월만(달이 차면)'이라는 자막이 맞고, '만월(차오른 달)'이라는 대사가 잘못된 거더만...
걍 월만이라고 읊지... 요건 살짝 아쉽군요.
8. 현지 로케이션
갠적으로 건축학도 시절 여러번 답사해본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비록 초가지붕을 기와로 복원했다지만, 참 아담하고 고즈넉한 곳이지요.
담양 소쇄원도 너무 유명해져서 이제는 못가겠던데...
왠지 다산초당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살짝 불안해집니다. ^^;;
정약전의 초가는 도초도(흑산도가 보인다 캄)에 있는 세트장이라는군요... 바다 풍광이 보이는 요기도 참 멋질듯 합니다.
문득... 전공수업 때 정약용의 목민심서 vs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에서
공전(工典, 건축공돌이)편끼리 비교하여 서평하라는 과제땜에 토나왔던 기억이...우웈 ㅡㅠㅡ;;
약용이형... 뭘그렇게 마이 쓰셨소! ㅋ
9. 후반부의 내달림
현실세상속 양반의 실체를 마주하며 괴리감을 느끼는 창대와
외롭게 글 속에 파묻혀 사그러드는 정약전의 모습이 급박하게 이어집니다.
19C초, 세계화(개항)와 제국주의의 물결이 슬금슬금 덮쳐옴에도 불구하고...
조선 내부는 세도정치와 매관매직로 곪을대로 곪은 상태였죠.
성리학과 실학, 목민심서와 자산어보의 길... 모든 게 실현 불가능하던...
망조를 향해 달려나가던 참 아픈 시대입니다.
10. 두개의 컬러씬, 파랑새와 흑산도
솔직히 후반부는 애도 막 생기고, 어디로 막 떠나고,
두 양반놈+아전들 빌런짓에, 뜨앜한 거세씬에...
정신없이 마구 휘몰아치는 가운데...
참고로 이사건을 다룬 정약용의 애절양(哀絶陽, 양물을 끊는 슬픔) 시의 원문은 요기!(우즈마키님)
https://extmovie.com/movietalk/64337499
갑오징어 먹물이 흐려지거든 바닷물에 넣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부분부터...
창대야 빨리 너도 돌아와!!란 생각에 약전의 기침마냥 슬슬 눈물샘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더니...
상갓집 쯤부턴 광광 울다가, 서문 읽을 때쯤엔 공복에 우느라 당이 떨어져서 정신이 살짝 몽롱한 상태로 봤네요. ㅜㅜ
뜬금 파랑새가 언뜻 나온 것도 같고, 마지막엔 흑산도가 컬러로 바뀐것도 같던데...
요건 2회차 때 제대로 정신차리고 어떤 의미인지 함 느껴봐야겠군요 ^^;;
혹 벨기에 동화속 파랑새의 의미와 같은건지...
찾아낼 수 없을 것만 같은 꿈/희망/이상/행복/이지만 바로 우리 주변에 있던 그런 존재?
(근데 이건 넘 서양식 모티브인데... 실학이랑 서학을 짬뽕시킨걸까요? ^^;)
차라리 까만 물고기가 파란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건 어땠으려나... 실제로 창대가 한 말이라곤 하지만, 전 갑자기 왠 새가?? 싶었다는...
어제 마스크 젖을까봐 손으로 내내 고양이 세수하다,
엔딩크레딧 내내 끅끅 울음을 추스르고 나왔습니다.
이영화 슬프면서도 뭔가 참... 가슴이 두근두근 차오르게 만드네요.
급 포스터도 다 갖고파져서... 동료 셋한테 3사 고르게 배분하여 ^^;; 예매해주게 됐다는...ㅋ
(과연 안구겨지게 받아올수 있을런지;;; 불안불안)
코엑스에서 한번 더(용산 아맥관까지 두번더일지도?) 볼 것을 기약하며...
이런 명작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ㅠㅠ)(_ _)
*시 4편(율정별, 봉간손암, 독소, 애절양)의 원문을 보고싶으신 분들은 요기로!
https://extmovie.com/movietalk/64465742
Nashira
추천인 1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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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 영화가 맘에드니 리뷰할때 애정이 쏟아지네요 ^^
파랑새는 서문 때 너무 넋놓고 울어서 파악을 못했는데... 왠지 찾아낼 수 없을 것 같은 꿈/희망 같기도 하네요.
과찬이십니다 ^^ 정작 저는 자산어보 어땠어? 라고 누가 물으면 일단 봐!! 그냥 봐!! 휴지들고 가고! 라고 얘기하는데...ㅎㅎㅎㅎ
재밌는 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