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시 4편 : 율정별(栗亭別), 봉간손암(奉簡巽菴), 독소(獨笑), 애절양(哀絶陽)
영화 자산어보에는 정약용의 시(詩) 4편 : 나레이션 2편, 시배틀 1편, 상황연출 1편이 담겨있습니다.
익무에 셋져님과 우즈마키님이 독소(시배틀)와 애절양(거세장면)을 올려주셨었는데...
앞에 나왔던 율정별과 봉간손암도 다시한번 읽어보고파서 찾아봤습니다. ^^
*원문의 녹색글자는 아마 음율을 맞춘거겠지요?
1. 율정에서의 이별, 栗亭別(율정별)
정약용이 1801년 흑산도로 유배 가는 둘째 형 정약전과 나주 율정에서 헤어질 때 지은 시
초가 주막의 새벽 등잔불 시나브로 꺼질 듯
일어나 샛별 보니, 장차 헤어질 일 참혹하다.
물끄러미 마주 보며 할 말을 잃어
억지로 말 꺼내려다 흐느낄 따름.
멀고 먼 흑산도는 바다와 하늘 맞닿은 곳
어찌하여 형님은 그런 곳으로 가셔야 하나.
고래는 이빨이 산같이 커서
배를 삼켰다가 다시 뿜어내고,
지네는 쥐엄나무 껍데기만큼 크고
독사는 다래 덩굴처럼 엉켜 있는 곳.
내가 장기 고을에 있을 때는
낮이나 밤이나 강진 쪽을 바라보며,
날개 활짝 펴고 청해를 가로질러
바다 가운데서 우리 형님 보려 하였지.
지금 나는 높은 나무에 올랐으나
구슬은 빼놓고 빈 상자만 산 것 같고,
마치 바보스런 아이가
헛되이 무지개를 잡으려고,
서쪽 언덕 코앞에서
아침 무지개를 분명히 보고는,
무지개를 쫓아갈수록 무지개 더욱 멀어져
서쪽 언덕에 가도 무지개는 다시 서쪽에 있는 격.
원문
茅店曉燈靑欲滅, 起視明星慘將別。
(모점효등청욕멸, 기시명성참장별.)
脈脈嘿嘿兩無言, 強欲轉喉成嗚咽。
(맥맥묵묵양무언, 강욕전후성오열.)
黑山超超海連空, 君胡爲乎入此中?
(흑산초초해연공, 군호위호입차중?)
鯨鯢齒如山, 吞舟還復噀。
(경예치여산, 탄주환부손.)
蜈蚣之大如皁莢, 蝮蛇之紏如藤蔓。
(오공지대여조협, 복사지두여등만.)
憶我在鬐邑, 日夜望康津。
(억아재기읍, 일야망강진.)
思張六翮截靑海, 于水中央見伊人。
(사장육핵절청해, 우수중앙견이인.)
今我高遷就喬木, 如脫明珠買空櫝。
(금아고천취교목, 여탈명주매공독.)
又如癡獃兒, 妄欲捉虹蜺。
(우여치애아, 망욕착홍예.)
西陂一弓地, 分明見朝隮。
(서피일궁지, 분명견조제.)
兒來逐虹虹益遠, 又在西陂西復西。
(아래축홍홍익원, 우재서피서부서.)
*출처: http://naver.me/xorbLWrR
2. 손암에게 서간 겸 올리다, 奉簡巽菴(봉간손암)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인 1807년 흑산도에 있는 정약전에게 서간을 대신하여 지어 보낸 시
1)
밉기도 해라 율정 주점의
문 앞에 두 갈래 길.
본시 한 뿌리에서 났거늘
낙화처럼 뿔뿔이 흩날리다니.
드넓은 천지를 보면
한 집안 아님이 없건만,
잗달게 내 꼴 내 몸만 보기에
슬픔이 늘 끝이 없어라.
2)
깊은 슬픔이 골수에 사무쳤으니
이별쯤이야 역시 작은 시름일 뿐.
뜬구름은 항상 정처없이 떠다니건만
가는 새는 대체 무엇을 찾으려는지.
독룡이 나를 몰아붙이니
세월은 급하게 흐르는 물과 같아라.
아무 걱정 없이 풍성한 풀을 씹는
저 숲속의 소가 부러워라.
3)
북풍이 나를 몰아
가다가 가다가 바다를 만나 멎었건만,
우리 형에게는 바람이 더 사나워
마침내 크고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갔지.
두고 온 아내는 생과부가 되고
이별한 자식은 고아꼴이 됐다만,
형님은 바다로 들어갈 때에
활달하여 스스로 기뻐하듯 했으니,
가슴속에 호걸스런 기상이 있어
백 번 탄압받아도 백 번 일어날 터.
해와 달이 방안을 비쳐 주고
지극히 공정한 것이 하늘의 이치,
어디에선지 두 사발 밥이
홀연히 와서 내 생명을 길러 주었네.
황제가 아무리 큰 부자라 하여도
이 정도 먹을 따름인 것을.
적현은 원래 외딴 섬이라
시력이 짧아 바다 끝에 흐릿하여라.
큰 집안이 뒤집어 엎어지는 데
걸린 기간이 고작 다섯 해.
4)
장다리꽃 정원 위 하늘은 먼지 하나 없는 날
병석에서 일어나 책 펼쳐 옛 공부 계속하나니,
꾀꼬리 오지 않아 봄은 적적하고
녹음이 넘실거려 대낮에도 어두침침하구나.
걸칠 옷은 채석강 배 안의 비단옷이 남아 있으나
밥을 먹으려도 동파 집 들보의 동전조차 없구나.
사미로 이사해 살 수만 있다면야
파도 길이라도 막혔다고 울지 않으련만.
원문
1)
生憎栗亭店, 門前歧路叉。
(생증율정점, 문전기로차.)
本是同根生, 分飛似落花。
(본시동근생, 분비사낙화.)
曠然覽天地, 未嘗非一家。
(광연남천지, 미상비일가.)
促促視形軀, 惻怛常無涯。
(촉촉시형구, 측달상무애.)
2)
深悲鋟骨髓, 離別亦小憂。
(심비침골수, 이별역소우.)
浮雲常搖颺, 征鳥將何求?
(부운상요양, 정조장하구?)
毒龍驅我去, 雙丸如湍流。
(독룡구아거, 쌍환여단류.)
無愁齕豐艸, 羨彼林中牛。
(무수흘풍초, 선피임중우.)
3)
北風驅我來, 行行遇海止。
(북풍구아래, 행행우해지.)
我兄風力猛, 乃入滄溟裏。
(아형풍력맹, 내입창명리.)
留妻作寡婦, 別兒爲孤子。
(유처작과부, 별아위고자.)
方其入海時, 曠然若自喜。
(방기입해시, 광연약자희.)
傑氣在胸中, 百壓猶百起。
(걸기재흉중, 백압유백기.)
日月照房屋, 至公嗟天理。
(일월조방옥, 지공차천리.)
何來兩盂飯, 欻然來養己?
(하래양우반, 훌연내양기?)
皇帝雖巨富, 如斯而已矣。
(황제수거부, 여사이이의.)
赤縣本絶島, 目短迷涯涘。
(적현본절도, 목단미애사.)
豪門盡顚覆, 其間僅五祀。
(호문진전복, 기간근오사.)
4)
菜花庭院一塵空, 病起圖書續舊功。
(채화정원일진공, 병기도서속구공.)
黃鳥不來春寂寂, 綠陰初漲晝濛濛。
(황조불래춘적적, 녹음초창주몽몽.)
衣餘采石舟中錦, 飯乏東坡屋上銅。
(의여채석주중금, 반핍동파옥상동.)
但得移家沙尾住, 溟波誰復泣途窮?
(단득이가사미주, 명파수부읍도궁?)
*출처 : http://naver.me/52l0Mnuk
3. 혼자 웃다, 獨笑(독소)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인 1804년 인생의 모순을 헤아리며 씁쓸한 심경을 노래한 시
곡식 있어도 먹일 자식 없고
자식 많으면 주릴까 걱정.
높은 벼슬아치는 영락없이 바보
영리한 자는 재능 써먹을 자리 없네.
집집마다 복을 다 갖춘 경우 드물고
지극한 도는 늘 쇠퇴하기 마련.
아비가 절약하면 자식은 방탕하고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어리석으며,
달이 차면 구름이 끼기 일쑤
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 놓누나.
세상만사 죄다 이러한걸
혼자 웃는 이유를 남은 모르지.
원문
有粟無人食, 多男必患飢。
(유속무인식, 다남필환기.)
達官必憃愚, 才者無所施。
(달관필창우, 재자무소시.)
家室少完福, 至道常陵遲。
(가실소완복, 지도상능지.)
翁嗇子每蕩, 婦慧郞必癡。
(옹색자매탕, 부혜낭필치.)
月滿頻値雲, 花開風誤之。
(월만빈치운, 화개풍오지.)
物物盡如此, 獨笑無人知。
(물물진여차, 독소무인지.)
*출처 : http://naver.me/FWJcvnXA
4. 양근 절단을 슬퍼하여, 哀絶陽(애절양)
정약용이 1803년 유배지 강진에 있을 때 한 장정이 군정의 횡포에 저항하여 자신의 양근을 자른 일을 듣고 개탄하여 지은 시
갈밭마을 젊은 아낙 곡소리 길어라
관아 문앞에서 곡하며 푸른 하늘 향해 호소하네.
지아비가 출정하여 돌아오지 못할 수는 있어도
자고로 사내가 자기 양근 자른 것은 듣지 못했네.
“시아버지 삼년상 후 흰옷 입었고 아이 배냇물도 안 말랐거늘
삼대의 이름 찌가 군적에 보인으로 올라 있어,
관가에 호소하려 해도 호랑이 같은 문지기 때문에 못 하고
이정이 으르렁거리며 외양간 소를 군포 대신 끌고 가니,
낭군이 칼을 갈아 방에 들어가더니 자리에 피가 흥건하고
자식 낳아 군색한 꼴 당한 걸 한스러워했어요.”
잠실의 음형당한 사람 어찌 죄가 있었으랴
민 땅 자식들 거세한 일도 정말 서글퍼라.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부여한 이치요
건도는 남자를 이루고 곤도는 여자를 이루기에,
불깐 말 불깐 돼지도 서럽다 할 것이거늘
대 이을 생각하는 백성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부호들은 일 년 내내 풍악이나 연주하며
쌀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다니.
똑같은 이 백성을 왜 이다지 차별하나
객지 창 아래서 거듭 <시구>편을 외노라.
원문
蘆田少婦哭聲長, 哭向縣門號穹蒼。
(노전소부곡성장, 곡향현문호궁창.)
夫征不復尙可有, 自古未聞男絶陽。
(부정불복상가유, 자고미문남절양.)
舅喪已縞兒未澡, 三代名簽在軍保。
(구상이호아미조, 삼대명첨재군보.)
薄言往愬虎守閽, 里正咆哮牛去皁。
(박언왕소호수혼, 이정포효우거조.)
磨刀入房血滿席, 自恨生兒遭窘厄。
(마도입방혈만석, 자한생아조군액.)
蠶室淫刑豈有辜? 閩囝去勢良亦慽。
(잠실음형기유고? 민건거세양역척.)
生生之理天所予, 乾道成男坤道女。
(생생지리천소여, 건도성남곤도녀.)
騸馬豶豕猶云悲, 況乃生民思繼序?
(선마분시유운비, 황내생민사계서?)
豪家終歲奏管弦, 粒米寸帛無所捐!
(호가종세주관현, 입미촌백무소연!)
均吾赤子何厚薄? 客窓重誦鳲鳩篇。
(균오적자하후박? 객창중송시구편.)
*출처 : http://naver.me/GY2Muz9U
Nas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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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지만 극중 쓰이는 시는 정약용의 시들로 이루어졌네요.
우월한 형제의 콜라보!....😲
대단한 형제들입니다! ㅎ
영화리뷰는 요기! :)
[자산어보] 시(詩)처럼 써본 한줄평과 기억에 남는 10가지 포인트 (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