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 초간단 리뷰
1. '저스티스 리그'에 대해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서 2017년 11월 13일에 작성했던 리뷰를 다시 꺼내봤다. ...정말 대충 썼다. 어쨌든 결론은 "영화가 조급하다. 이럴거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처럼 둘로 쪼개지 그랬냐"라는 내용이다. 그랬더니 잭 스나이더가 직접 나서서 "그래서 여섯조각을 내봤습니다"라며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을 들고 나왔다. 일단 드라마를 보기 전에 먼저 든 생각은 "뭘 어떻게 만들어도 2017년의 그 녀석보다는 재밌겠지"였다. 그렇다면 '스나이더 컷'은 2017년의 '그 녀석'보다 재미있을까?
2. '스나이더 컷'은 꽤 많은 성과를 이끌어 낸 작품이다. 우선 이미 관뚜껑 열고 들어간 '저스티스 리그'를 부활시켰고 그보다 더 오래 전에 관뚜껑 열고 들어간 '배트맨v슈퍼맨'도 부활시켰다. 이 정도면 잭 스나이더를 부활사제(혹은 부두술사)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스나이더 컷'을 통해 '배트맨v슈퍼맨'에서 뿌려놓은 떡밥을 일부 회수했고 이를 다음 작품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나이더 컷'은 DCEU가 가진 근본적 숙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 '스나이더 컷'이 처음 제작된다고 했을 때 기대한 것은 잭 스나이더가 맨 처음 구상한 '저스티스 리그'를 복원하는 것이다. 떡밥을 충분히 회수한 2시간30분에서 3시간 분량의 묵직한 블록버스터가 나오는 게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이다. 실체를 공개한 '스나이더 컷'은 '영화의 리듬'이 아닌 '드라마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큰 이야기의 줄기를 쫓아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영화의 리듬'이 아니라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가며 큰 이야기를 쫓아간다. 드라마는 한 회차가 끝나면 다음 회차를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것과 같다. 한 회차 안에서 작은 클라이막스를 끝내고 더 큰 클라이막스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즉 이것이 영화라면 지금 4시간의 러닝타임은 필요 이상으로 길어졌으며 영화와 맞지 않는 리듬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잭 스나이더가 맨 처음 구상한 '저스티스 리그'가 아니다.
4.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부분은 인물들의 서사로 채워진다. '스나이더 컷' 속 빌런인 스테판울프(시아란 힌즈)가 거처에서 데사드(피터 기네스)와 대화하는 장면은 영락없는 일본 전대물 속 빌런과 같다. 그의 역할은 딱 그 정도에 머문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원더우먼(갤 가돗)이나 플래쉬(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의 서사들이 차지한다. 얼마나 섬세하던지 사이보그의 무의식 세계까지 표현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이 중에는 인물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꼼꼼하게 들어간 장면도 있다. 예를 들어 사이보그가 마더박스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배경부터 설명하는 장면은 굳이 필요했나 싶다.
5. 그렇다면 '스나이더 컷'은 더 줄여야 했을까? 오히려 더 늘렸어야 했다. 이미 원더우먼이나 아쿠아맨의 서사는 영화로 충분히 목격했고 배트맨과 슈퍼맨의 푸닥거리도 봤으며 그 가운데 로이스 레인의 서사도 봤다. 그동안 충분히 서사를 이루지 못했던 사이보그나 플래쉬의 서사도 더 설명했어야 했다(특히 사이보그). 물론 2017년 '저스티스 리그'보다 더 풍부해진 서사는 처음엔 말이 안됐던 여러 장면을 '말이 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블이 십여년간 이룩한 성과를 단시간에 따라잡으려는 조급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6. '배트맨v슈퍼맨'은 하나의 영화로써 독립된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영화다. 이 역시 조급함에서 묻어난 결과물이다. '맨 오브 스틸'만 해도 독립된 영화로써 가치가 있었다면 '배트맨v슈퍼맨'은 독립된 영화로써 가치가 매우 낮다. 이 역시 조급함의 산물이다. '스나이더 컷'은 '배트맨v슈퍼맨'을 조금 독립된 영화로 만들었다. 이제 앞으로 나올 DC의 영화들은 '배트맨v슈퍼맨'을 더 온전한 이야기로 만들 것이다(결국 영화가 아니라 거대한 서사 속 하나의 사건이지만). 여전히 조급하지만 DC 작품들은 어쨌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스나이더 컷' 덕분이다.
7. 결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DC영화도 어쨌든 제자리를 찾아갔다. 돌 지난 아기가 조립한 레고처럼 엉망이었던 2017년 그 녀석은 이제 번듯하고 묵직한 구조물이 됐다. 이제 문제는 더 번듯한 다음 구조물을 만들어서 거대한 레고마을을 이루는 일이다. 다음 DC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든 것은 '스나이더 컷'의 최대 성과다.
추신) DC코믹스는 하다 못해 고든반장의 솔로드라마도 있는데, 로이스 레인 솔로드라마 하나 만들어주면 안되나. 기자를 주인공으로 드라마 만들면 꽤 재밌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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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화의 리듬'보다는 '드라마의 리듬'이라서 극장보다는 VOD, OTT로 돌린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4. 배댓슈의 구성도 전형적인 전대물의 VS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아요.
6, 7. 바라는게 있다면 이제는 조급해하지말고 솔로무비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다진 다음에 팀업무비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시리즈로 끌고 가도 괜찮겠네요.
잭스나 차기작중에 종군기자에 대한 작품도 꽤 오래전부터 구상중이던데 개인적 망상이지만 dc유니버스에 편입해서 로이스레인 까메오 출연하면 흥미로울듯 싶더군용..

3시간 20~30분 정도의 영화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 정도로 해낸다면 극장 개봉도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죠.
나중에 되면 얼티밋 컷으로 편집돼서 극장에 재개봉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