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더컷] 4:3비율 볼 수록 빠져드는 매력
보통 4:3이 양옆이 좁은 탓에 답답해지는 면도 있지만 화면의 집중과 레이어에 따른 깊이감을 강조할 때는 4:3이 유리합니다. 화면 몰입을 더 유도하죠.
와이드화면은 넓직해서 시원하긴 하지만 순수히 영화적으로 볼 땐 양 사이드까지 전부 다 이야기가 펼쳐지진 않거든요. 그래봤자 거의 가운데로 몰리지. 스펙타클한 액션 장면 같은 특정한 경우 아닌 이상. 와이드는 좌우 펼쳐진 공간에 따른 현장감을 더 주는 데 유리한 비율이죠.
그래서 와이드가 그런 시각적인 장점 이상의 이야기적이고 연출적인 장점까지 있는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풍경이나 배경 속 인물의 감정을 함께 두루두루 나타내기 좋아서라면 그런 분산되고 뭉뚱그려 종합된 구도가 오히려 인물이나 피사체 및 이야기에 대한 집중과 그 의도를 더 산만하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그에 반해 4:3 비율은 와이드 같은 수평적이고 그런 평면적인 양옆의 거리감이 아닌 앞뒤 깊이의 거리감과 그에 따라 포착되어지는 피사체 자체를 더 강조하게 되고 그래서 오히려 좌우 공간까지 다 담아야하는 와이드비율보다 카메라 및 피사체의 배치나 움직임이 훨씬 더 깊이감있게 집중시켜 보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출과 카메라의 의도가 좌우곁가지화면에 뭉개지거나 장식하는 데 낭비되지 않고 훨씬 더 명확하게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죠.
이런 와이드와 4:3비율의 느낌 차이를 혼합해서 쓰는 감독이 거장 테렌스 맬릭이죠. 그는 와이드를 쓰면서도 카메라를 4:3비율같이 운용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 스나이더컷의 4:3비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집니다.
화면 비율을 16:9로 변경해서 봐봤는데 확실히 4:3이 양옆으로 넓직하게 꽉 찬 맛은 덜해도 집중도는 훨씬 더 올라가더군요.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여운도 더 남고 화면에서 받는 느낌도 시각적 눈뽕효과는 광활한 와이드보다 덜 할지 몰라도 오히려 인식 자체가 더 잘 되어서 인상에 더 남는 듯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영화든 TV드라마든 4:3 비율 좀 더 보편화돼야되면 좋겠습니다.
와이드가 무조건 양 옆에 공간까지 다 담으니 시각적인 만족감은 커도 도리어 드라마적인 집중도와 화면적인 연출 의도 같은 것들이 주변 배경 풍경까지 더 아우르느라 오히려 더 모호해지고 연출적인 실속보다 과하게 화면빨에 더 치우쳐버리는 경향이 있는 듯하거든요.
일례로 헤이트풀8 같은 영화도 이건 명백히 4:3영화였어야 했다고 보는데 필요이상 화면의 과시성에 빠져서 이야기의 아기자기한 묘미를 오히려 더 헤친 거라 보여집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뭐 감독이 필름영화가 스트리밍과 디지털에 지반이 무너질 판이니 그 꼬장꼬장한 양반이 더욱 더 과시해보느라 전세계 상영할 영화관도 거의 없는 와이드 필름으로 더 가져다 찍고 그랬겠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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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브라이프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트리오브라이프부터 후기작들은 죄다 광각렌즈를 사용하죠.
원경 외에는 포커스 주변 공간을 왜곡시켜 카메라가 향하는 곳을 향해 집중시킵니다. 그래서 그 주변 좌우공간은 마치 그 중심을 원처럼 둘러싸거나 날린 듯한 느낌을 주려하죠.
저는 이게 4:3 비율 느낌의 활용이라고 보여지거든요.
원경이나 배경 풍경 등을 담아낼 때는 좌우 공간감 넓이감을 강조하려 광각렌즈를 사용하지 않지만 인물이나 피사체, 근경을 포착하고 카메라를 이동시키는 경우에는 그 앞뒤의 깊이감과 집중성을 위해 광각렌즈를 활용합니다.
영화 비율에 따른 느낌의 차이를 알고 다 계산한 명석한 선택이죠.
그의 초기작과 씬레드라인까지도 와이드가 보통 양 옆의 거리감과 넓이감에 따른 공간감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그의 카메라는 와이드임에도 유독 더 앞뒤의 거리감을 좇아가고 나타내려한 경우가 많았어요.
천국의 나날들의 광활한 벌판씬도 그저 양 옆으로 펼쳐지거나 정해진 특정 구도로만 직선적으로 공간을 포착하는 게 아닌 원경 중경 근경의 다채로운 빛의 굴곡 및 사물 배치에 따른 앞뒤 거리감으로 공간감을 더 나타내려 애썼고, 씬레드라인 뉴월드 같은 경우도 수풀림과 인물들을 그저 화면에 넓다랗게 펼쳐놓아 왔다갔다 하기 보다 그 사이사이의 앞뒤 거리감으로 공간을 더 강조하고 나타내려는 경향이 두드러지죠.
생각해보면 사람의 시야도 서양화적인 특정 소실점에 따라 공간을 인식하지 않고 동양화적인 원경 중경 근경의 깊이 차이로 공간을 인식하거든요. 그런 차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비약하면 맬릭은 서양인임에도 지극히 동양화적인 공간 인식을 갖고 있다 볼 수 있는 거겠죠.
그이 작품 중 씬레드라인의 고지에 숨어있는 적군 매복지를 향해 울창한 억새밭(인지 풀밭인지)를 군인들을 따라 카메라가 같이 갈대 사이사이를 헤쳐나가는 장면은 그의 공간감 표현이 잘 발휘되어 사실적인 현장감이 돋보인 훌륭한 전투씬이라 평가되지요.
그렇다고 레버넌트 같이 무턱대고 헨드헬드로 내내 카메라가 오락가락 마냥 사이사이를 움직이며 기교적으로 훑는 거라기보다 그것이 분명하게 서사의 전개 및 감정선과 연출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쓴다는 점이 거장의 큰 차이점일 겁니다.
그러다 이후 트리오브라이프부턴 아예 카메라 자체를 광각렌즈로 바꿔버립니다. 그런 자신의 의도에 더 맞게끔 가져다 쓴 거겠죠.
아니면 무슨 작품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저는...트리오브 라이프밖에 못본지라.. 그건 1.9:1이었죠.